한국전력, ‘강원산불’ 거액 손해배상소송 휘말리나
한국전력, ‘강원산불’ 거액 손해배상소송 휘말리나
  • 이성교 기자
  • 승인 2019.04.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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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의 경우 수십조원의 배상액 발생
청대산산불·속초 양양산불·경북 영덕산불 피해보상 놓고는 갈등

한국전력 로고.
한국전력 로고.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강원도 동해안 산불 피해신고가 쇄도하면서 ‘강원산불’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한국전력에 대한 대규모 손해배상소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날아와 불꽃이 발생하면서 개폐기 주변에도 불이 붙은 것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개폐기는 전주에 달린 일종의 차단기로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한전의 관리 소홀에 따른 실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화재 원인 수사 결과 한전의 부실관리가 입증되면 임직원 등 책임자가 업무상 실화죄로 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업무상 실화죄는 불을 직접 다룰 뿐 아니라 직무상 화재의 발견과 방지 등의 의무가 있는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특히 한전의 관리소홀에 따른 실화로 결론이 날 경우, 한전은 대규모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산불로 인한 부상자나 이재민들이 한전과 소속 책임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한전과 관리 책임자가 이번 산불로 발생할 손해의 범위를 어디까지 예견할 수 있었느냐에 따라 배상의 범위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80여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의 경우 책임을 져야했던 전력공급업체는 수십조원의 배상액을 감당할 수 없어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강원산불 닷새째인 8일 고성군 토성면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고성군재난안전대책본부에는 산불로 인한 주민들의 사회재난 피해신고가 쇄도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이날 오전 6시 기준 주택 피해 집계에 따르면 고성 335채, 강릉 71채, 속초 60채, 동해 12채 등 478채가 불에 탔다.

창고 195동, 비닐하우스 21동, 기타 농업시설 60동, 농림축산기계 434대, 축사 61동, 학교 부속시설 9곳, 상가·숙박 등 근린생활시설 54동, 기타 건물 49동, 공공시설 138동, 관람시설 168개, 캠핑리조트 46곳, 가축 4만1520마리도 소실됐다.

이재민은 현재 고성 651명 등 총 829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마을회관, 학교, 경로당, 연수원, 요양원 등에 분산해 머무르고 있다.

이번 동해안 산불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피해지역이 넓고 규모도 매우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이날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체 주택 복구 비용이 7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이번 산불로 주택 피해만 최소 7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한전은 과거 강원도와 경북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 책임 회피로 일관하면서 피해보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전은 지난 2008년 경북 영덕 산불피해 보상을 놓고 영덕군청과 심각한 갈등을 야기했다.

그해 11월 19일 오후 1시 20분쯤 영덕 축산면 경정리 야산 전신주 아래 농로에서 ‘고압전선 합선’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해 이틀간 산 3ha와 어망 등을 태워 영덕지역을 초토화 시켰다.

영덕군 관계자는 당시 “한전 측이 이번 화재에 대해 책임감은 보이지 않고 책임 회피를 위해 먼저 법적 대응을 운운해 공분을 사고 있다”면서 “불이 나자 한전 측은 산불 진화는 ‘나 몰라라’ 하고 직원들을 급하게 발화지점으로 보내 증거 인멸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2005년 4월 발생한 양양 산불과 관련해서도 한전과 피해 주민들이 화재 발생 책임과 피해 보상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양양 산불이 강풍에 꺾인 나무가 고압선에 걸리면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한전의 전선관리 잘못이냐 자연재해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주민들은 한전 측이 평소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 반면에 한전 측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라는 반응을 보였다.

2004년 3월 발생한 속초 청대산 산불도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지면서 피해 보상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한전이 극단적인 갈등을 보였다.

당시 한전은 이재민들이 피해보상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 재판결과와 법원의 중재요청에 한해 피해보상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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