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PM2.5’ 60% 저감, 공기청정기 청결 관리가 관건
교실 ‘PM2.5’ 60% 저감, 공기청정기 청결 관리가 관건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4.0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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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학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토론회’ 개최
‘공기청정기’ PM2.5에 효과적, PM10은 먼지관리 선행 필요
'학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학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2019년 늦겨울 초봄. 미세먼지 광풍이 한국을 집어삼켰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공기청정안심국’이 아니다.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를 미세먼지 바람에 대비하기 위해 매일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도시 가득 마스크를 쓴 인원의 행렬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당연한 풍경이 됐다. 단지 미세먼지 ‘나쁨’ 수준인 날의 시그니처일 뿐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외부에만 국한되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 특히 영유아·학생 등 신체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건강취약계층’에게 더 위협적이다.

지난 3월, 학교보건법 개정안 등 미세먼지 관련 제·개정 법안 5건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실에 공기청정기와 미세먼지 측정기가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필요 경비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교내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미세먼지로부터 아이들의 건강을 완벽히 보호할 수 없다. 관련 세부 대책을 함께 논의하고 합리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학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미세먼지대책특별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기계연구원(원장 박천홍, 이하 기계연)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학교 미세먼지 관리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열렸다.

김승희 의원은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좁은 공간에 많은 인원이 수용되는 학교 미세먼지 관리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관위가 공개한 ‘국민희망공약’ 결과에 따르면 국민이 기대하는 공약 2위가 바로 미세먼지 관련 공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이와 같은 우려를 충족하기 위해, 지난 추경 당시 취약계층을 위한 실내 미세먼지 해결 사업으로 ‘공기청정기 설치비’ 562억원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한방우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 교내 미세먼지, 공기청정기로 60% 저감 가능

한방우 기계연 환경기계연구실장은 ‘학교 공기청정기의 미세먼지 제거 실증 연구’ 결과, 공기청정기는 PM10(미세먼지)보다 PM2.5(초미세먼지)에 더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교실 크기 대비 1.5배 용량(적용면적 100㎡ 이상)의 공기청정기를 1대 사용할 경우, ‘PM2.5는 63~64%’ ‘PM10은 54~61%’ 정도 저감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단, 이 수치는 공기청정기가 설치 초기 상태로 잘 유지·관리 됐을 때만 적용 가능하다.

기계연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서울시 3개 학교, 광주광역시 3개 학교 총 6개 학교를 대상으로 공기청정기에 대한 실증 연구를 실시했다. 이 때 서울시는 비교적 신축 학교를, 광주광역시는 오래된 학교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공기청정기가 없는 교실, 공기청정기가 1대인 교실 및 2대인 교실을 동일한 날짜에 동시 측정했다. 먼저 PM2.5의 경우 공기청정기가 없는 교실은 외기(바깥 공기) 100% 대비 내부먼지를 58%로 전제했다.

한 실장은 공기청정기 1대를 사용한 교실에서는 내부먼지를 약 20%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기청정기 2대를 사용한 곳에서는 외기 대비 약 10%까지도 내부 먼지를 관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PM10은 다르다. PM10은 외기 농도에 영향을 받는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내 아이들의 행동에 따라 수치가 올라간다.

◇ 공기청정기, PM2.5 저감에 효과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실 내 PM2.5는 외부에 있던 PM2.5가 창문이나 틈새로 실내에 유입된 결과다. 아이들이 교실에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외부 먼지만 잘 차단해도 관리 가능해진다.

반면 교실 내 PM10은 사람의 활동에 따라 내부에서 발생하는 영역이다. 공기청정기 1대로는 PM10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 분석 결과다.

초미세먼지인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모든 먼지를 의미한다. 미세먼지(PM10)의 4분의1 크기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먼지라 사람 눈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입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기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대부분 폐부까지 침투, 심장질환이나 호흡기 질병 등을 일으킨다.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나 산업단지 등 연소를 통해 발생한다.

미세먼지인 PM10은 지름이 10㎛ 이하의 먼지를 의미한다. 흙먼지·황사 등 큰 입자의 비산먼지다.

폐기능이 발달하는 시기인 어린이가 (초)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 될 경우, 성인이 됐을 때 폐기능이 낮을 가능성이 4.9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공기청정기는 작은 먼지에 비해 큰 먼지를 유인하는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공기청정기는 PM10보다 PM2.5를 저감하는데 더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 실장은 교실 내에 공기청정기를 1대 또는 2대를 사용한다면 PM2.5에 한해 WHO(세계보건기구) 연평균 권고 기준 수준까지도 관리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아이들의 행동 패턴에 의해 발생되는 PM10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공기청정기 이외에도 바닥청소·물청소·창틀청소·실내화 착용 등 행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비산먼지를 관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실내 CO₂ 관리, 공기청정기·환기장치 병행이 필수

최근, 교실 내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경우 창문을 열지 못해 이산화탄소(CO₂)가 증가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 실장은 공기청정기가 있는 교실이라서 CO₂가 높다거나, 공기청정기가 없어서 CO₂가 낮아지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CO₂ 증가의 원인은 결국 환기량의 부족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를 실시했던 교실 내 CO₂ 양은 공기청정기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두 높았다. 이는 교실 내 환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공기청정기의 사용으로 창문을 열지 못할 경우 CO₂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환기장치의 사용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성능은 아직까지 공기청정기가 약간 더 높다. 환기장치의 필터의 성능이 공기청정기 필터에 비해 미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청정기의 유해가스 처리성능은 환기장치보다 낮다.

환기란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공기정화장치와 환기장치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공기정화장치가 어렵게 정화해 놓은 공기를 환기장치가 다시 밖으로 버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실장은 공기청정기와 환기장치를 적절하게 병행해 사용한다면 PM2.5와 CO₂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기청정기를 15분 가동하고, 그 이후 환기장치 5분 가동을 적극 권장했다. 두 장치를 동시에 운전했을 때보다 번갈아가며 운전했을 때, 전력소비량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 청결한 기기 유지 관리 위한 지침 마련 필요

하지만 공기청정기는 교육부가 권고한 기준 용량인 ‘교실 대비 1.5배’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정작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미세먼지 저감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 이것은 환기장치도 마찬가지다. 환기장치를 운전하되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CO₂ 및 유해가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대전의 한 학교 사례를 보면 환기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어느 한 교실도 이 환기장치를 쓰지 않고 있었다. 환기장치에 오염물질이 가득해, 가동 시 악취와 먼지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전 학급이 사용 불가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환기장치와 공기청정기 모두 설치 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또 유지 관리를 위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설치 목적이 무색하게 결국 실패해 버리고 말 것이다.

한 실장은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처리 필터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준인 3개월에 한번 관리가 아닌, 최소한 1개월에 한번씩 필터를 관리해야 제대로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공기청정기 및 환기장치 관리는 전문가 집단이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학교 선생님이 관리하는 것보다 전문가가 관리하는 것이 청결한 기기 유지를 위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적인 기기 관리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사용자가 잘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광철 에어랩 대표
노광철 에어랩 대표

◇ 건강취약계층 위한 미세먼지 관리 우선돼야

노광철 에어랩 대표는 PM2.5 농도가 증가할수록 몸에 염증반응이 많이 발생한다며, 건강을 위해 미세먼지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동일 공간에서 동일 농도의 (초)미세먼지가 노출됐다고 가정했을 때 영·유아는 성인의 약 4.55배, 초등학생은 1.75배 정도의 노출 강도를 느낀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어린이와 학생들을 위한 미세먼지 관리가 무척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공기정화장치가 큰 역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광주시 학교 공기질 개선사업을 통한 연구 분석 결과도 설명했다.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2차로 나뉘어 시행한 이 사업은 미세먼지에 취약한 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의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됐다.

먼저 24평형 기준인 실내에 공기청정기 1대를 사용했을 때, PM10은 22% 이상, PM2.5는 37% 이상의 제거 효과를 보였다. 2대를 사용했을 때는 각각 56%, 65% 이상을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 역시 공기청정기는 PM2.5를 제거하는 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공기청정기들의 성능이 각각 다르므로, 유지보수 수준을 그에 맞게 규정해야 하는 것은 공통사항이라고 전했다.

◇ 공기정화장치 구매한 회사가 사라진다면?

이와 더불어 노 대표는 학교 제품에 대한 정의를 제대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청정기나 환기장치 모두 학교에 한번 설치하면 거의 10년 이상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도중에 회사가 망하거나 없어져 버린다면 기계 관리 및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오롯이 어린이와 학생들의 몫이 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표는 공기청정기 의무화를 통해 중소기업 판매 활성화를 북돋운다는 정부의 취지는 좋지만, 학생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부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이드라인이나 권고기준이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귀남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장
배귀남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장

◇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의 자세

배귀남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생활환경 미세먼지의 과학기술적 관리방안을 얘기했다.

배 단장은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가는 우리 사회의 자세를 지적하며, 문제에 대한 언급은 많으나 누가 어떻게 해법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찰이 매우 미비하다고 말했다.

또 정작 교사와 학생을 소외시키면서 학교 미세먼지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리고 이런 점에서 미세먼지나 환경문제는 어린이·노인·환자 등 건강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세먼지 문제를 지속가능한 형태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제들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라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 미세먼지 저감, ‘기밀도’와 밀접한 관련

세 차례의 주제발표 이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하는 패널 토론도 이어졌다.

박준석 한양대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공기청정기 이외의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건물 기밀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기도입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축 설계 방법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기청정기를 통한 PM2.5와 PM10 저감 효과는 건물 기밀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밀도란, 외부와 내부의 공기차단을 의미하는 용어다.

앞서 한방우 기계연 실장은 발표를 통해 기밀도와 미세먼지 저감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실장은 실증 연구 결과, 기밀도가 우수한 서울시의 신축학교건물이 광주광역시의 오래된 학교건물보다 공기청정기 효과가 우수했다는 설명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건물이 기밀하지 않다는 것은 나쁜 공기가 잘 들어온다는 것이므로 건축 관련해 기밀한 환기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기청정기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지, 최선의 수단이 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공기청정기 설치를 고려하기에 앞서 학교 건물 설계를 위한 건축적인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 미세먼지로부터 쾌적한 환경에서 살 소비자의 권리

이은영 소비자 시민연대대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실질적인 데이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 대처를 위한 ‘객관적 정보의 안내’라는 말도 덧붙였다.

현재 미세먼지 관련 시민들의 우려가 매우 높다. 하지만 높은 미세먼지 수치에 비해 시민들의 실질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가정 내 환기 정도, 공기청정기 관리 정도 등 세간에 공유되고 있는 지식 정보에는 잘못된 정보들이 많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대표는 소비자가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생활 속 미세먼지 배출 감소 방법을 인식하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는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전문가가 협력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보 공유에 있어 언론의 역할도 당부했다. 언론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대표는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불필요한 경쟁을 하는 것에만 치우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기질 개선을 위한다는 공익의 마음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박천홍 기계연 원장은 지금이 바로 실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기술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과학적인 해결책을 찾고 국민들이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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