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녀 황혼 육아, '손주병'을 아시나요?
손자녀 황혼 육아, '손주병'을 아시나요?
  • 안무늬
  • 승인 2014.04.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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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BS 화면 캡처)

 


'황혼육아 조부모' 증가…
맞벌이 가구, 시댁ㆍ처가에 자녀 맡겨

◇ 육아박람회에 50대 이상이 느는 이유

맞벌이 가구 510만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자녀를 시댁이나 처가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육아박람회에 50대 이상의 관람객이 늘어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5회 베이비페어'를 찾은 10만563명 가운데 50대 이상 관람객은 7천241명으로 전체의 7.2%를 차지했다.

50대 이상 관람객은 2011년 4천313명(3.4%), 2012년 4천800명(4%), 2013년 5천339명(5%) 등 그 수와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 조부모를 위한 간편 육아용품도 덩달아 인기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가 많아지면서 육아박람회에서는 조작이 쉬운 반자동 유모차, 용량 눈금이 큰 글씨로 표기된 이유식 전용 냄비, 음식 온도를 색깔로 표시하는 스마트 젖병 등 황혼 육아를 돕는 다양한 육아용품을 찾아볼 수 있다. 무릎 관절이 약한 조부모를 위한 매트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출처 = 베페)

 


◇ 손자녀 귀여워도 조부모는 지친다


하지만 황혼육아 조부모들의 노동시간은 하루 9시간, 일주일에 평균 47시간으로 나타나 나이에 걸맞지 않은 중노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손자녀들이 귀엽고 황혼육아가 노년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조부모는 힘들다. 젊은 사람들도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다 보면 지치는데, 나이와 함께 체력이 떨어진 조부모가 육아에 시달리다 보면 허리나 팔다리, 심혈관계, 우울증 등 심신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조부모들이 황혼육아로 육체적, 정신적 증세를 얻은 상태를 ‘손주병’이라는 신조어로 선정했다.

▲ (사진= KBS 화면 캡처)

 


◇ 조부모와 부모의 고민

실제로 지난해 3월 대구에서는 자신을 무시한다며 시어머니 J씨가 만삭의 며느리를 살해한 일이 있었다. 며느리는 임신 9개월의 임신부였고, 그 자리에는 며느리의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J씨는 며느리가 퇴근하기 전까지 아들을 돌봐 왔고, 평소 그들은 육아 문제로 고부 갈등을 겪어 왔다.

황혼육아 중인 조부모들은 ‘우유는 제 시간에 정량만 먹이기’, ‘낮잠은 정해진 시간에만 재우기’, ‘유기농 음식만 고집’하는 등 책에서 본 내용을 줄줄 외며 잔소리하는 자녀 또는 며느리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반면 자녀들은 ‘아이를 봐 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부모님이 답답하거나 아이를 너무 감싸 안고 키워서 버릇이 나빠질까봐 걱정’이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물론 손자녀들에게 적절한 조언과 협조를 해주는 조부모도 많지만 손자녀 양육에 있어서 지나친 관여는 부모와 자녀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황혼육아로 인한 갈등 해결 방안

△ 양육 주체는 부모, 조부모는 보조적 역할

법무법인 가족의 엄경천 변호사는 “아이들의 양육 주체는 부모이고, 조부모는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조부모와 부모의 양육방식이 달라 아이는 혼돈스러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모가 정해놓은 규칙이 무너질 수 있다”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 육아 전문가 임영주 박사의 세 가지 조언

- 시간을 정해 아이 돌보기

조부모 육아 전문가 임영주 박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혹은 토요일까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날짜와 시간을 정해 조부모와 부모가 육아를 분담할 것을 권했다. 야근이 있어도 회식이 있어도 정해진 시간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다.

- 당당히 보상 받기

육아도 시간과 체력을 소비하는 엄연한 노동이다. 임영주 박사는 부모님이라고 공짜를 바라지 말고, 정확한 금액과 날짜를 정해 조부모에게 지불하라고 말했다. 

- 육아방식 존중하기

조부모의 육아 방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최신육아법대로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육아 선배인 조부모의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육아 철학을 꺾으려 하면 안 되고, 조부모에게 자신감을 북돋아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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