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보호아동 ‘긍정성↓ 공격성↑’ 심리불안 현상 높아
시설보호아동 ‘긍정성↓ 공격성↑’ 심리불안 현상 높아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4.02 09: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인관계 능력 결여 및 감정조절 미숙해
입양 등 양육보장권 위한 사회적 움직임도
현재 요보호 아동이 발생할 경우, 안정된 가정을 찾지 못하고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요보호 아동이 발생할 경우, 안정된 가정을 찾지 못하고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생후 9일만에 입양전문기관으로 보내진 지윤이는 심장안에 생긴 구멍과 폐동맥 고혈압증세가 발견돼 5시간에 걸친 큰 수술을 해냈다. 불과 생후 87일만에 일어난 일이다.

축복받아야 마땅할 탄생의 의미를 외면받은 아이들은, 결국 입양·위탁·아동보호시설 등으로 보내져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더욱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입양사업·가정위탁사업·시설보호사업은 부모가 자녀를 양육·보호할 능력을 상실했거나 그 역할을 회피할 때 제공되는 대리보호사업이다. 보호아동은 미혼모·이혼·부모의 사망·경제적 빈곤·학대·방임 등 가족해체를 원인으로 발생한다.

현재까지는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요보호 아동’이 발생할 경우, 혈연 관계가 없는 아동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입양이나 가정위탁보호보다는 아동보호시설로 보내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 불안정한 심리로 성장기 보내는 시설보호아동

이와 같은 현상과 관련해 특정 연구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4년 성미영 서경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설에 거주하는 아동일 경우, 긍정적 정서성 수준이 일반 가정에 거주하는 아동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기간이 5년 이상인 장기 입소 아동은 1년 미만의 단기 입소 아동에 비해 공격행동을 더 빈번하게 보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회적인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아동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사실 그 곳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심리는 결코 안정적일 수 없다는 부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결과다.

뿐만 아니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결여되고 감정조절에 미숙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도 많다. 또 시설 아동은 일정 나이인 만18세가 되면 보호가 종료돼 퇴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립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양육보장권’. 성인과 달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아동이 성장할 때까지 안전하게 양육돼야 한다는 권리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호아동의 정서적 안정감과 관계의 유대감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입양이라는 제도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사회적 목소리도 높다.

◇ 출생신고 안된 유기아동, 선택불가 시설행

입양은 법적인 권한에 의해 혈연관계가 없는 타인에게 양육의 권리와 의무가 이행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친부모에 대한 아동의 모든 권리와 의무는 소멸된다.

현재, 매년 6000여명의 요보호 아동이 발생하지만 입양을 통해 가정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입양은 출생신고가 돼 있어야만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기 아동들은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입양 자체가 불가능해 보호시설로 옮겨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정적인 유아기를 위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입양대기아동도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쉽게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사회적 시선들은 새로운 가정을 기다리는 입양대기아동들의 희망을 무기한 연기시키고 있다.

물론, 아이의 전 생애를 함께 나눌 새 보호자는 아이를 책임지고 사랑할 수 있는 좋은 엄마 좋은 아빠여야 한다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우리 사회의 요보호 아동들은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 속에서 당연히 존중해야 할 본인의 삶을 스스로 부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그것은 본인 개인의 탓이 아니다. 피치 못할 이유로 인해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당했을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아동보호시설이라는 표면적 보호 정책 이외에도, 원가정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심리적 허기를 안정적으로 채우기 위한 정책적·사회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