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통시장 지킴이' 김재근 하남덕풍시장상인회장
[인터뷰] '전통시장 지킴이' 김재근 하남덕풍시장상인회장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3.2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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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유통기업 코스트코, 알맹이없는 지역협력계획만 일방적 반복"
“골목상권 영세상인 나몰라라. '날치기 건축허가' 하남시 각성하라"
김재근 하남덕풍전통시장상인회장
김재근 하남덕풍전통시장상인회장.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글로벌 공룡유통기업 코스트코의 하남시 입점을 결사 반대한다."  

경기도 하남시의 소상공인들이 거대점포 코스트코의 지역 입점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현재 미국계 회원제 할인점 코스트코의 하남점 오픈이 내달 30일로 정해진 가운데, 하남시의 전통시장은 소리없이 침입한 대형 마트로부터 생활권을 간신히 지켜나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코스트코는 경남 김해시에 입점을 위한 행정절차를 시도했으나 지역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동일한 이유로 코스트코 입점이 최종 철회된 전남 순천의 사례도 있다.

김재근 하남덕풍전통시장상인회장은 이번 코스트코의 하남 입점을 지역 소상공인들을 기만한 ‘날치기 입점’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이 순식간에 통과시켜버린 '날치기 건축허가'였기 때문이다.

베이비타임즈는 하남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 지킴이로 나선 김재근 하남덕풍전통시장상인회장을 만나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 반대 이유와 건축허가 과정에서 하남시 행정의 문제점을 들어왔다.  

Q. 코스트코 입점 예정 사실을 언제 알게 됐나.

A. 2016년 11월29일에 코스트코 하남점의 건축허가가 났다. 허가가 난지 한참 후에야 그 사실을 알았다. 당황스러운 것은 시의원도 몰랐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시의원이 한 말이다.

시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도 한번 없었는데 심의를 단번에 끝냈더라. 일반적으로. 하남시에 작은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해 준공 신청을 하면 결과까지 3~4개월씩 걸린다는 데 말이다.

Q. 인허가 나기까지 정말 어떠한 협의나 소통도 없었나.

대형 마트의 등장은 우리 시장 상인들의 생존과 직결돼 있는 문제다. 협의는 커녕, 교통영향평가까지 끝났고 또 건축 허가가 됐는지 자체도 몰랐다. 건축 허가가 난 후에야 비로소 간담회를 열었다. 2017년 1월10일에 1차 간담회가 있었다. 소통이 아니다. 이미 결정된 사항을 통보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공식 문서에는 2017년 3월28일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심의하기 위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개최했다고 나와 있다. 그 자료에는 참석대상이 부시장, 신장·덕풍 상인회장 등 9명과 간사 1명, 총 10명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나는 그 협의회에 간 적이 없다.

또 2017년 10월18일에는 ‘코스트코 입점 관련 상인회장 등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나와 있는데, 나는 간 적이 없다. 상인회장 간담회에 상인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 서류를 작성한 공무원들은 하지도 않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윗선에 보고했다.

건축 허가 후 코스트코측에서 교통영향평가서, 상권영향평가서, 지역협력계획서 등을 들고 찾아 왔다. 하지만 코스트코에서 조사한 여러 평가결과들을 믿을 수가 없어 시 차원의 재조사를 요청했다. 그리고 그 결과, 코스트코의 상권영향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7년 2월에 열린 코스트코 입점 관련 간담회 현장.
2017년 2월에 열린 코스트코 입점 관련 간담회 현장. (사진제공=하남덕풍전통시장상인회)

Q. 상권영향평가, 어느 부분에서 차이가 있나.

A. 코스트코 평가결과에 따르면 상권 내 전통시장들은 모두 코스트코 하남점 개설예정지역과 1㎞ 이상의 거리를 두고 있다고 결론내고 있다. 그런데, 코스트코와 덕풍시장 간 거리가 1100m다. 1㎞하고 딱 100m 차이인 것이다. 너무 코앞이지 않나.

또 전통시장은 소비 대상과 취급 제품이 다르다고 제시해 놨다. 대형 마트가 들어섰기 때문에 시장 손님들이 대형 마트로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심지어 전통시장을 주로 이용하던 고연령층도 대형마트가 입점하면 그 쪽을 많이 찾는다. 그리고 위 문구에 따르면 시장은 젊은 사람이 찾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가.

이와 같은 이유로 코스트코가 밝히고 있는 ‘본 점포의 개설이 기존 타 소매점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종합 분석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코스트코가 제시한 지역협력계획서는 어떤 내용인가.

A. 협력방안을 내놓은 것 같은데 협력이 아닌 것 같다. 코스트코는 협력계획서에서 중소상인들과의 상생발전을 위해 과도한 홍보를 자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TV나 라디오 등 매스미디어를 사용한 대규모 광고를 지양하겠다고 했다.

현재 코스트코는 아파트 단지 곳곳을 찾아가 회원 신청을 받는 중이다. 코스트코 회원 가입비가 30000원인데, 회원 가입을 하면 3만원 상품권과 기념품을 준다. 돈을 주면 안되니 상품권을 주는 변칙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회원 유치를 위한 무료가입 지원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코스트코는 영상 미디어 광고를 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은 무료로 코스트코 회원 가입을 할 수 있었으니 문제될 것이 뭐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상인들은 상생없는 지역협력계획에 지금도 끊임없이 무너지고 있다.

또 협력계획서에 따르면 지역 소상공인들이 코스트코 물품을 저렴하게 구입해 시장에서 팔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하는데, 이 계획은 과연 누구를 위한 계획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을 코스트코의 소매상인으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뭐겠나. 

2017년 2월 열린 간담회에서 하남시 소상공인들이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코스트코의 입점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제공=하남덕풍전통시장상인회)
2017년 2월 열린 간담회에서 하남시 소상공인들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는 코스트코의 입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재권 회장이 삭발식을 갖고 있다.(사진제공=하남덕풍전통시장상인회)

Q. 코스트코 영업 개시일이 늦춰졌는데 이유가 있는가.

A. 2016년 당시 하남시장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한동안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행정이 운영되다가 2017년 4.12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당선됐다. 그 사람이 앞서 얘기한 코스트코 건축 허가를 심의했던 시의원으로 건축분과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이렇게 시 내부에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아 전반적인 일정이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현 시장이 당선되고 난 후에야 코스트코 영업개시를 위한 일정이 계속 진행되기 시작했다.

Q. 코스트코가 상인들의 반대에도 하남에 입점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A. 하남시가 강남·강동·송파 등 서울 시민들의 유입이 용이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하남시의 대형 마트들은 하남시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울 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한 거점지역으로 사용될 뿐이다.

현재 하남시에만 홈플러스·이마트·스타필드·위례 스타필드 트레이더스 등 총 4개의 대형마트가 있다. 여기에 코스트코까지 더해지면 대형 마트만 5곳이 된다. 인구에 비례해서 대형 마트가 들어오는 입점률은 우리가 전국 1위가 아닐까 싶다.

인근의 성남시는 인구가 약 95만명인데, 현재 입점된 대형 마트는 4곳뿐이다. 이에 반해 하남시는 운영 중인 대형 마트가 4곳이고 코스트코 하남점이 들어오면 5개가 된다. 인구 26만명에 대형마트 5개가 말이 되는가. 하남시민 5만2000명당 대형마트 1개꼴이다.

Q. 다른 대형 점포와는 소통이 잘 이루어졌나.

A. 스타필드의 경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협력해, 덕풍시장상인회연합회 건물에 장난감 도서관을 선물했다. 지역 주민들과 상생의 의미로 진행된 일이다. 현재 이 장난감 도서관은 지역주민일 경우 회비 1만원으로 1년간 이용 가능하다.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은 무료다. 이와 같은 다양한 대화의 시도들이 소통과 상생의 물꼬를 트게 만들었다.

Q. 하남시장과 공무원들에게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A. 코스트코가 들어오면 하남시는 고통지옥이 될 것이다. 지금도 대형마트 인근은 상습 교통체증으로 유명하다. 인근 도시 주민들의 쇼핑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하남시가 얻는 것은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마셔야만 하는 고통뿐이다.

코스트코의 이익배당금은 미국으로 빠져나가 한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역경제의 자금 공동화는 지역경제와 국민경제를 망가뜨리는 주된 원인이다. 그럼에도 하남시장과 공무원들은 대형마트 유치에 혈안이 되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도 하남시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다. 하남시는 코스트코 하남점 건축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날치기 허가' 의혹을 파헤치고 준공허가에서는 철저하게 심사해 4월 개점 예정된 코스트코 하남점의 입점을 막아야 할 것이다.  

김재근 회장은 이번 코스트코 건축허가를 하남시민의 민생을 고려하지 않은 날치기 입점이라고 정의했다.
김재근 회장은 이번 코스트코하남점의 건축허가를 하남시민의 민생을 고려하지 않은 날치기 입점이라고 정의했다.

Q.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는데.

A. 3월29일 건축 중인 코스트코 하남점 앞에서 덕풍전통시장상인회와 신장전통시장상인회, 석바대전통시장상인회, 하남가구협동조합, 하남슈퍼마켓협동조합 등 하남시 소상공인단체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 저지대책위원회가 주도하는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코스트코 입점 반대 소상공인 호소문도 배포할 예정이다.

중앙정부와 하남시 공무원들은 영세상인들도 대한민국 헌번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헌법에 따라 공평무사하게 행정처리를 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코스트코 하남점의 문제를 하남시장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 하남시 소상공인들은 코스트코 관계자들과 몇 차례 상생회의를 가져봤다. 그러나 코스트코측은 생계가 막막한 소상공인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주장만 늘어놓기 일쑤였다.

인근 도시 주민들의 쇼핑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하남시의 꼬리표는 언젠가부터 ‘교통지옥’이었다. 이 곳에 사는 우리 소상공인들은 교통지옥이 있는 지역에서 생계지옥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대형마트 밀집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하남시의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이 더 이상 생존권의 위협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시장 상인들도 더욱 노력하고 반성할 것이다.

우리 영세 소상공인들도 하남시민이다. 우리도 이곳을 살기 좋고 쾌적한 도시로 만드는데 온 정성을 다할 것을 굳게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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