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미치는 보육료와 허리휘는 인건비’ 가정어린이집만 전전긍긍
‘못미치는 보육료와 허리휘는 인건비’ 가정어린이집만 전전긍긍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3.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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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20인 이하 어린이집 정책토론회 개최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지원체계 개편돼야 보육서비스 질 향상돼”
지난 21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20인 이하 어린이집 선진보육 정착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 (사진제공=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지난 21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된 ‘20인 이하 어린이집 선진보육 정착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 (사진제공=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올해는 최저임금이 10.9% 인상됐다. 하지만 민간·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이하 한가연)가 주관해 지난 21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인 이하 어린이집 선진보육 정착을 위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2019년 영아보육료가 2008~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문순정 한가연 회장은 “최저임금이 올해 10.9% 인상됐지만 보육료 인상률은 6.3% 소폭 상승해 20인 이하 소규모 가정어린이집은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영아중심어린이집 보육지원체계가 개편되어야 보육교사들이 고용의 안정성을 가지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제발표에 나선 김혜금 동남보건대학 보육과 교수는 “2019년 영아보육료는 2008~2019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금액”이라면서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원금 외에 2차성 인건비를 포함하지 않는 최저임금 수준의 정부 인건비 지원은 민간·가정어린이집의 재정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보육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보육료 인상은 지지부진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최저임금 인상률은 121.49%다. 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0~2세 영아보육료는 평균 46.7% 인상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 보육료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금 교수에 따르면 민간·가정어린이집은 소규모로 운영되는 탓에 원내 재정 부담이 높아지면 정작 필요한 곳에 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보육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보조교사를 비롯한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원금 외에 추가로 발생하는 ‘2차성 인건비’는 오롯이 어린이집 부담이다. 이는 보조교사 총 인건비(129만8570원) 중 정부 지원금(97만3000원)의 33.5%(32만557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차성 인건비란 사회보험사용자부담금, 퇴직적립금, 연차수당, 초과근무수당 등의 비용을 통칭하는 용어다.

김 교수는 2차성 인건비를 포함하지 않는 정부의 인건비 지원은 보조교사의 총 인건비를 축소시키고, 어린이집 재정 측면에서도 부담을 증가시킨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혜금 동남보건대학 보육과 교수.
김혜금 동남보건대학 보육과 교수.

◇ 어린이집 정원 미달, 고용불안과 직결

“가정어린이집의 경우에는 아이들 인원이 채워지지 않으면 ‘아, 이제 나는 잘리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돼요. 불안한 게 아니라 그만 둬야 해. 왜냐하면 수입이 안되니까 누군가 한 명은 빠져야 하잖아요.”(출처: 김기화·양성은(2017).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권리실제에 관한 질적 연구.)

김 교수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정어린이집의 경우 원아모집이 어린이집 재정과 보육교사 인건비를 확보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영아반의 정원 미달이 가정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고용불안정’을 야기하며, 주요 사직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보육교사의 고용불안정은 불안감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져 보육서비스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영아보육의 중심은 영아다. 낯익은 환경에서 양육자인 담당 보육교사가 바뀌지 않는, 일관성 있는 보육 환경을 제공해야 영아의 심리적 안정감, 안정적인 애착관계 형성을 도울 수 있다. 고용안정성이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 보육료·2차성 인건비 등 ‘국가책임보육’ 실현 필요

김혜금 교수는 앞서 지적한 가정어린이집 정부 지원 정책 문제와 관련해 정책 제안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먼저 미반영된 최저임금 인상률을 반영해 영아 보육료 인상률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보육료 결정 시에 2차성 인건비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인건비를 국가에서 부담하는 ‘국가책임보육’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공립어린이집과 정부지원 어린이집만 보육교직원 인건비 지급 기준 호봉표를 따르도록 하는 현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가정어린이집을 포함한 모든 어린이집이 보육교직원 경력 수준과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인건비 지급기준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일관된 영아 보육을 위해 교사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영아반 정원을 충족하지 못해도 미달된 반 정원 수만큼 인건비가 추가지원 된다면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근무환경은 보육에 대한 전념과 직무만족도, 전문성을 높인다. 더 나아가 부모들에게 신뢰받는 보육제도를 형성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와 관련해 한가연은 가정어린이집 전체의 질을 높이면 출산율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적절한 영아표준보육비용을 산정하고 영아보육료와 연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금택 국제영유아 재난안전융합학회 부회장.
서금택 국제영유아 재난안전융합학회 부회장.

겸직원장 해제 찬성하고 싶지만 아직은…

현재 20인 이하의 영유아들이 있는 가정어린이집에서는 원장이 교사를 겸직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제3차 중장기보육기본계획’에서 ‘겸직원장 해제’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서금택 국제영유아 재난안전융합학회 부회장에 따르면 한가연 원장 및 보육교사 등을 대상으로 겸직원장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찬성 40.3%, 반대 30.9%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무응답이 28.8%라는 것이다.

서 부회장은 겸직원장 해제 시 임금을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는 집단이 ‘무응답’으로 실체화된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겸직원장 해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개방형으로 조사한 결과, 원장 입장에서는 겸직 원장을 해제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교사를 채용할 구조가 안되기 때문에 겸직원장을 수용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 부회장은 원장이 교사를 겸직하지 않는다면 보육품질향상을 위한 부분에 더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원장 인건비 보조를 기반으로 한 겸직원장 해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전문 보육인 역량강화를 위한 정부 지원금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순정 회장은 겸직원장 해제를 통해 원장들도 원장답게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보육료 걱정없이 효율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환영받지 못하는 보육교직원 지원 정책

남인순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가정보육인 관련 보육정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올해는 보육체계가 개편되고 표준보육비용이 재산정되는 매우 의미있는 해이므로 관련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진행해 가정 보육 발전에 열심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은 지난해 11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어린이집 내 보육시간이 기본보육과 연장보육으로 구분되는 등의 보육지원체계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보육은 모든 영유아에게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보육과정이며, 연장보육은 기본보육시간을 초과해 제공되는 보육과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육체계 개편에 따른 필요 보육교사 등을 지원해 종일 보육을 내실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간·가정어린이집에서는 연장보육교사 등 보육교직원 채용 증가를 순수하게 환영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교직원 채용이 증가되면 기본 인건비 및 2차성 인건비가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가연 측은 재정적 한계에 직면한 대다수의 가정어린이집들이 닥쳐온 현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등 보육체계 개편에 대비할 수 있는 별도의 정책이 절실하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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