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마리아주’
[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마리아주’
  • 신화준 기자
  • 승인 2019.03.19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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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은 와인을 소재로 다룬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되며, 한국에서만 2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한국의 와인 열풍에 불을 지핀 작품이다.

신의 물방울 시즌1이 ‘와알못’ 주인공 시즈쿠가 1년 만에 최고의 소믈리에로 성장하는 내용이라면, 시즌2 최종편은 와인 수행을 거듭하여 성장한 시즈쿠가 요리와 와인의 ‘마리아주’를 완성하는 이야기다.

최고의 마리아주는 결국 소믈리에와 셰프 어느 한쪽의 독단적 선택이 아니라, 둘의 완벽한 하모니에서 비롯되는 하나의 결정체라는 커다란 교훈을 준다.

신의 물방울최종편 표지.
신의 물방울최종편 표지. (사진제공=마리아 주)

음식과 와인의 완벽한 궁합을 빗대어 부르는 이 단어는 불어로 ‘마리아주(mariage)’, 영어로는 ‘매리지(marriage)’, 즉 사전적 의미로 ‘결혼’을 뜻한다.

음식과 술이 만나 최고의 궁합으로 마침내 하나가 되는 접점을 가장 아름답게 살려낸 너무나 로맨틱한 표현이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음식과 음료 뿐 아니라 패션과 스타일, 영화와 음악, 과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일상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매일 마리아주를 경험한다.

마리아주를 food(음식)와 beverage(음료), 다시 말해 F&B의 영역으로 좁혀서 접근한다 하더라도 파전에 막걸리, 삼겹살과 소주, 치킨과 생맥주 등의 주류와 음식의 궁합은 물론 햄버거와 콜라, 빵과 우유, 쿠키와 커피를 마시는 것들도 모두 그 범주에 속한다.

때문에 마리아주는 꼭 다 큰 어른들만의 특권만이 아니며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와인을 먹는 행위로만 국한 시킬 필요도 없다.

파전에 막걸리. (사진제공=마리아 주)
파전에 막걸리. (사진제공=마리아 주)

필자의 예명 ‘마리아 주’도 음식과 음료의 궁합을 찾는 것을 인생 최고의 낙이자 업으로 삼는 필자에게 가까운 지인이 붙여준 별명에서 시작되었다.

평소에 어떤 음식을 먹던 그와 어울리는 음료를 찾고 한식, 일식, 양식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을 접할 때도 그와 찰떡궁합인 드링크(또는 주류)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린 아이가 평소 가지고 싶던 장난감을 선물 받아 즐겁게 노는 그 행복감에 비할 수 있겠다.

지난해 여름에는 삼계탕과 와인의 마리아주 기사를 보고 다양한 종류의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을 가져가 삼계탕과 어울리는 맛을 찾아 보았다.

마리아주의 관건은 삼계탕 특유의 한방향 국물과 담백한 닭고기 맛을 모두 살려줄수 와인을 찾는 것이었는데, 화이트와인의 대표 품종인 샤르도네와 쇼비뇽블랑, 레드와인의 대표 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과 피노누아, 멜롯을 비교하며 먹어보았다.

와인의 종류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음식과 와인의 궁합은 너무나 다채로운 나머지 때로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언어의 한계를 실감하곤 한다.

마리아주는 소믈리에나 음식 평론가들만의 심오한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오감으로 즐기는 일상의 즐거움이자 나만의 ‘피앙세’를 찾아가는 설레임이다.

평소에 자주 먹는 음식, 좋아하는 음식과 어울리는 음료를 찾는 모험의 과정은, 힘든 일상 속에서 매일 경험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여행이자 활력이다.

고기의 풍미와 육향을 끌어올려 주는 레드와인, 해산물의 신선함과 향긋한 맛을 살려줄 수 있는 화이트와인, 매운 양념의 맛을 중화 시키며 감칠맛을 살려주는 막걸리, 식전에 시원하게 마시는 한국식 스파클링 소맥까지 말이다.

한식과 와인의 만남도 국경을 초월하는 뜨거운 사랑이 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스테이크 등의 육류와 주로 즐기는 레드와인에도 다양한 포도 품종의 고유한 특징에 따라 한식과도 좋은 마리아주를 이뤄낸다.

‘까베르네 쇼비농’의 진한 농밀함은 다소 간이 강한 한국의 불고기, 갈비찜, 민물장어구이와 만나면 ‘남미의 탱고’ 처럼 더욱 매혹적이고 강렬하게 리듬을 탄다.

‘피노누아’의 깨끗하고 가벼운 산미는 간이 그리 강하지 않은 삼계탕, 두부전, 김치전등의 요리와 만나면 ‘봄의 왈츠’ 처럼 경쾌하고 가볍게 리듬을 탄다.

장어와 레드와인. (사진제공=마리아 주)
장어&레드와인과 영화 여인의 향기 속 알 파치노의 탱고 장면. (사진제공=마리아 주)

일반적으로 화이트 와인은 생선회 등 해산물과 잘 어울리지만 오크 숙성을 거친 고급 화이트와인은 오크 특유의 향이 해산물과 만나 자칫 비린 맛으로 변질될 수 있으므로 무겁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저렴한 화이트 와인이 오히려 잘 어울릴 수 있다.

‘소비뇽 블랑’의 가볍고 풋풋하지만 생기넘치는 신선함은 흰살 생선회, 해산물과 만나면, 사춘기시절 풋사랑처럼 가볍고 짧은 여운을 준다.

‘샤블리’의 차가운 석회질향과 가벼운 꽃향이 겨울철 굴과 만나면, 넘실대는 파도위에서 서핑을 즐기며 시원한 바닷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듯한 샹쾌함을 준다.

석화와 화이트와인. (사진제공=마리아 주)
석화&화이트와인과 영화 폭풍속으로의 한 장면. (사진제공=마리아 주)

마리아주는 첫사랑 처럼 뜨겁게 다가갈듯 하다가도 금새 어느 한쪽의 짝사랑으로 식어버릴 만큼 치명적이다.

그만큼 둘의 완벽한 만남 그리고 ‘상생’은 마리아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이야기처럼 어떤 음식과 음료이던 서로의 부족한 점은 채워주고 장점은 더욱 돋보이게 해주며 마침내 완벽한 한쌍으로 재탄생될 때, 바로 그 지점이 당신이 찾은 ‘마리아주’다.

 

Who's 마리아 주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팅&푸드스타일링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푸드코디네이터, 일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테이블세팅‘ 개인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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