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게 해주세요”…어린이와 임산부 ‘미세먼지’ 보호 시급
“숨쉬게 해주세요”…어린이와 임산부 ‘미세먼지’ 보호 시급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3.1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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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정화장치 설치비율 초등 74.9%·중 25.7%·고등 26.3% 불과
미세먼지 노출 어린이 폐기능·성장 저하…임산부 조산위험 2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실에 설치된 공기정화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일선학교의 대응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유 장관은 공기정화장치 정상적 작동여부, 미세먼지 대응준비상황, 야외 활동 자제 등의 대책을 점검하고 건의사항을 청취했다.(사진제공=교육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실에 설치된 공기정화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일선학교의 대응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방문한 유 장관은 공기정화장치 정상적 작동여부, 미세먼지 대응준비상황, 야외 활동 자제 등의 대책을 점검하고 건의사항을 청취했다.(사진제공=교육부)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숨쉴 수 있도록 해주세요.”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어린이와 임산부는 괴롭기만 하다.

면역력이 약한데다 활동량과 호흡량이 많은 어린이들에게 미세먼지는 치명적이다. 미세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키가 작고 왜소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세먼지가 심할 때면 임산부들은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뱃속 아기의 건강까지 염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가 조산 위험을 최대 2배 높이고 미숙아를 출산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걱정이다.

미국 럿거스대에서는 최근 쥐 실험을 통해 미세먼지가 임신 초기에는 태아의 순환계에, 임신 말기에는 태아의 크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올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등 전국 모든 학교 교실에 기계환기설비나 공기청정기·창문형 필터 등 공기정화장치 설치를 끝낼 방침이지만 부모들의 걱정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에 실내 강당이나 체육관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당이나 체육관에서 체육 활동을 하다 보면 폐활량이 많아 미세먼지를 많이 흡수하는데도 공기정화장치 설치 계획에서 빠진 것은 큰 문제라는 것이다.

또 초·중·고등학교 등 전국 모든 학교 교실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키로 하면서도 어린이집에 대한 대책이 빠진 것도 ‘수박겉핥기식’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공기정화장치 설치 비율은 초등학교의 경우 74.9%이며 중학교는 25.7%, 고등학교 26.3%에 불과하다.

전국 2만877개 학교 27만2728개 교실 중 41.9%인 11만4265개 교실에 공기청정기나 기계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장치가 없었다.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돼 있더라도 전기요금을 아낀다는 이유로 가동하지 않거나 심지어 현관문이나 창문을 열어 놓고 수업을 하는 등 학교 교육현장에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은 2016년 기준 하루 평균 24㎍/㎥에 달하는 초미세 먼지에 노출돼 있다. 이웃 일본 청소년(11.4㎍/㎥)의 2배가 넘는다. WHO는 “어린 시절 미세 먼지에 자주 노출되면 폐 기능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폐 기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화여대 의대 연구진이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자란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키가 작고 왜소했다. 연구팀은 출생 6~36개월 아동 733명 관찰한 결과 미세 먼지 노출 농도가 10㎍/㎥ 올라갈 때마다 키 약 0.28㎝, 체중 약 0.11㎏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등의 공동연구 결과 미세먼지가 조산 위험을 최대 2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 들이킨 미세 먼지는 직접 또는 혈관을 타고 뇌까지 올라가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어지고 있다. 폐로 들어가면 폐 손상을 일으켜 심하면 폐암을 유발한다.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부정맥이나 심근경색을 일으키기도 한다.

공기정화장치를 사용했을 때 교실 안의 공기질이 어느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없고 공기정화장치의 성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는 점도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기존의 공기정화장치는 실제 교실 환경에 맞게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며 “관련 부처와 학교 맞춤형 정화장치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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