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혜준 (사)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
[인터뷰] 김혜준 (사)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
  • 신화준 기자
  • 승인 2019.02.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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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좋은 아빠’보단 항상 ‘웃는 아빠’ 되세요”
남자들만의 수다 공간 ‘아빠 카페’ 만들고파

[베이비타임즈=신화준 기자] 아버지가 육아에 참여해야 하고, 남성의 육아휴직도 필수적으로 실천돼야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최근 들어서의 일이다.

아직 대다수의 직장에서는 남자의 육아휴직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며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라는 인식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와의 소통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아버지들이 늘어나며 변화는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 발 앞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를 널리 알리고 전파하며 해외 단체들과도 만나 글로벌적인 부성애를 만들어가는 단체가 있다.

바로 김혜준 대표가 설립한 사단법인 ‘함께하는 아버지들’은 국내 최초이며 유일하게 ‘아빠 육아’의 당위성과 실천을 전파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육아나 자녀와의 소통은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 속에서 실천되고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김혜준 대표를 만나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혜준 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
김혜준 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 (사진=김은교 기자)

Q. ‘함께하는 아버지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다정다감하지 않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아버지처럼 되지는 않을거야’와 같은 말처럼 아버지와 반대되는 아빠가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스스로 아빠가 되고 나니, 한국사회에서 아빠 노릇을 하는 것이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13년에 비영리 단체로 처음 출발했다. 사단법인은 2015년부터 시작했다.

Q. 어떠한 활동을 펼쳐왔는지 궁금하다.

A. 먼저 2017년,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부모교육매뉴얼(아버지 분야) 및 콘텐츠 개발’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등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교육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나, 콘텐츠를 계속 개발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가치를 사회적으로 파장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교육을 직접 해 본 결과, 교육 이외에도 아빠들이 실생활 속에서 가족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밌는 실천도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파더링 키트(Fathering kit)’다. 남성들의 육아 참여 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가정균형’ 캠페인도 했다. 송파구청과 함께 ‘아빠자랑대회’도 했다. 좋은 아빠 선발대회가 아니다. 우리아빠가 어떤 점에서 멋지고 좋은 아빠인지 가족들이 자랑하는 콘테스트다.

송파구에서 실시한 아빠 자랑대회 모습. (사진제공=함께하는 아버지들)
송파구에서 실시한 아빠 자랑대회 모습. (사진제공=함께하는 아버지들)

Q. 평소 ‘부성애’를 강조하고 있다. 개념에 대해 설명한다면.

A. 부성이라는 건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이성적인 각오와 결단이라는 속성이 필요하다. 루이지조야 라고 하는 이탈리아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자면 ‘모성은 야만 속에서도 나타나지만, 부성은 운명 속에서만 발견된다’고 한다. 즉, 모성애는 환경에 관계없이 발현될 수 있지만 부성애는 발현의 시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성애는 먹을 것이 있을 때 그것을 본인이 먹지 않고 가족들에게 줄 때 시작된다고 하지 않는가? 여성은 자신의 아이를 낳을 경우,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헌신하고 사랑을 준다. 그래서인지 엄마들은 아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안다. 하지만 아빠들은 그것이 쉽지 않다. 물론 아빠들도 아이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부성애를 느끼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옛날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현대에는 각오와 실천이 필요한 것이 부성애라고 생각한다.

Q. 부성애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만들어야하는 것인가.

A. 그렇다. 그러나 부성이 성숙되기 시작하면 훨씬 지속적이고 박애주의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는 사랑이란 굉장히 뜨겁고 찰나적이고 격정적인게 아니라 온유하고 지속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에리히 프롬이 말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남자들. 즉 아빠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남자가 아이를 키울 때 나오는 부성애가 사랑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노력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번 성숙되면 모성애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김혜준 대표는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좋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김은교 기자)

Q. 대부분의 대부분의 아버지들에게 소통에 있어서는 엄마에 비해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A. 자녀와의 소통 노하우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무얼 전달하려고 하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보통은 무언가를 가르치려 들고, 내가 이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한테 어떤 것을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같이 부대끼고 호흡하고 살아가면서 소통하는 것이지, 그것을 의도적으로 또는 억지로 훈육하려는 방식으로는 소통이 어렵다. 그냥 함께 하는 것. 같이 식사를 하고 여행을 떠나고 자연스럽게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방법이다. 우리의 단체명도 그래서 ‘함께하는’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어깨에 힘주고 훈계하는 것은 함께하는 것이 아니다. 권위를 찾기보단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아빠 육아’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A. 예전에는 아빠에게 육아를 하라고 부담을 주던 접근법이 대세인 시대였다. 그러나 현재 파더링재팬이라는 일본의 단체는 아빠들이 스스로 아빠육아를 즐기자고 얘기한다. 일본은 좋은 아빠를 추구하지 않는다. 웃는 아빠를 지향한다. 여기서 좋은 아빠랑 웃는 아빠의 차이점이 궁금해진다. 거꾸로 말해 좋은 아빠인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할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면 쉽다. 좋은 아빠인지 아닌지는 아이들, 아내, 이웃들이 평가한다. 그래서 아빠들은 항상 평가받는 대상이 되어 왔다. 그리고 그 때문에 아빠들은 아빠 역할의 주인공이 아니고 객체였다. 그렇다면, 웃는 아빠인지 아닌지의 결정권자는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바로 스스로 웃으면 웃는 아빠가 되는 것이다. 즉, 아빠 역할이 충분할 때 내가 주인공이 되는 것이고, 또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웃는 아빠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Q. 결국 아빠 육아라는건 강요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인가.

A. 아빠 역할도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좋은 아빠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즐겁지도 않고 아이들하고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 단체가 핵심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아빠 효과, ‘파더 임팩트’다. 그게 발휘되기가 어렵다. 그래서 ‘웃는 아빠, 아빠 노릇하기는 즐겁고 신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와 관련된 내용이 우리 교육프로그램 중에도 있다. ‘신통키’(신나게 통하면서 키우자)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빠뿐만 아니라 엄마도 마찬가지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좋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결국 부모 노릇이란 계속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Q. 아빠의 육아 참여를 위해서는 육아휴직 등 사회적인식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한 의견을 말해달라.

A. 앞서 말했듯이 아빠 본인이 변화하면 아빠 육아가 실현될 수 있겠지만, 막상 아빠 역할을 주체적으로 하고 싶어도 객관적인 즉, 사회적인 조건(물리적인 시간의 어려움 등)이 따라주지 않으면 효과적으로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개별 아빠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 또는 조직의 책임자들이 양육을 지원해 주는데 앞장 서 달라고 말하는 것이 ‘앞장캠페인’이다. 앞장캠페인이라는 것 자체가 단순히 육아 휴직을 보내달라는 요구를 넘어선 이유다. 아빠의 육아 참여를 위해 회사나 기관의 장이 결정해야 진정한 아빠 육아가 실현될 것이다.

Q. 그동안 여러 활동을 펼치면서 얻은 성과가 있다면.

A. 각종 토론회나 세미나에 많이 참석하면서 아빠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생각들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그 결과 현재는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 많이 논의되고 받아들여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조금씩 변화를 느낀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계속해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변화시키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200여회가 넘는 교육을 통해 토론회 세미나 등을 통한 우회적 방식보다 직접 아빠들을 만나서 고충을 듣고 대화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직접 만나서 내가 겪었던 경험을 들려주며 도움을 드리는 것이 가장 보람있었다. 우리 단체의 미션 중 하나는 ‘헬프’다. 말 그대로 돕는 것을 통해서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려 한다. 우리는 돕기 위한 단체이지 강의하고 시위하는 그런 단체가 아니다.

Q. 최근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설명한다면.

A. 지금까지는 교육, 교육을 위한 교보재인 파더링 키트, 캠페인 등 세 가지에 총력을 다했다. 일부 정부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단체 본연의 축적, 성숙도는 아쉬웠다. 그래서 요즘에는 새로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 중이다. 우선 새로운 아버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일본 파더링 재팬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최근에는 교육과 캠페인 이 두 가지 항목을 핵심적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 대사관에서 김혜준 대표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가졌다. (사진제공=함께하는 아버지들)
핀란드 대사관에서 김혜준 대표와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가졌다. (사진제공=함께하는 아버지들)

Q. 향후 계획에 대해서 말해달라.

A. 최근 핀란드 대사관에서 우리 단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에는 스웨덴에서 연락이 와 한국 아빠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관련 업무미팅을 갖기도 했다. 나라·문화마다 상대적이겠지만 ‘아빠’란 인류 보편적인 역할이므로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포함해 다양한 고민과 새로운 모색을 하고 싶다. 이와 함께 현재는 아빠 육아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으로 뿌리가 많이 내렸다고 생각한다. 우리 단체가 이 개념을 가지고 활동하던 초창기 때에는 많은 주목도 받았고 이색적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요즘은 누구나 인정하는 이야기가 돼 버렸다. 이에 이 운동 역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새롭게 계획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아빠 카페’다. 소규모의 아빠 공동체 활동을 조성하고 도와주는, ‘아빠 토크’ 공간을 만들고 싶다. 많은 아빠들이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엄마들만큼의 커뮤니티와 고민을 나눌 공간이나 장소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아빠도, 남자들도 같이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 아빠들끼리의 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스몰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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