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감정적으로 협상하기
[워킹맘산책] 감정적으로 협상하기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2.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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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석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윤형석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협상이란 단어는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협상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행위라고 느끼기보다 회사의 중역들 간에 기업의 생사를 걸고 이루어지는 비즈니스 협상이나, 국가 간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벌어지는 외교 협상과 같은 무겁고, 치열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상용어에 가깝다. 출근시간에 헤어지기 싫어 떼쓰는 아이를 설득하는 과정, ‘나는 청소를 할 테니, 당신은 빨래를 하라’는 부부간의 가사분담 대화 등 협상은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협상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다. 첫 번째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벌이게 되는 집주인과의 가격협상 또는 회사에서 나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연봉협상 등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협상은 우리의 삶과 많은 관계를 갖게 된다.

결국 우리는 협상을 하며 살아가고 협상을 통해 성장한다. 협상을 잘하지 못하면 편안한 일상생활이 이루어지기 힘들고, 더 나아가 나의 직장과 나의 삶은 발전할 수 없다. 협상의 중요성은 우리가 쉽게 인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간과하고 있거나, 못내 잊어버리고 살아가게 된다. 서두에 말했듯이 협상이란 딱딱하고 어려운 단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협상과 관련된 여러 서적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워킹맘들의 삶과 직결되는 협상의 비법에 대해 공유하고자 한다. 협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협상의 실체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고 있기 때문이며, 협상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방법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협상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알고 그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습득한다면, 협상의 어려움은 협상의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다.

이번 칼럼은 그 첫 번째 장으로서 협상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오해에 대해 집고 넘어가고자 한다. 그 오해란 바로 ‘협상은 이성이 지배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협상에 대해 흔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진행되는 마치 법정의 재판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협상은 대부분 감정적으로 시작되고, 감정적으로 마무리 된다.

최근 미국 와튼 스쿨 협상연구소에서 협상과 그 합의에 있어 결정적 요소를 조사한 결과, 이성적 부분인 전문 지식과 관련 있는 사례는 8%에 불과했고, 호감이나 신뢰라는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요소와 관련된 사례가 55%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는 이성적인 기준인 논리나 데이터에 기준을 둔 협상보다 사람간의 신뢰와 호감도에 기준을 둔 협상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감정은 어떻게 협상 전반을 지배하는가. 먼저 협상초기에 우리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상대방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아주 없기 때문에 나타는 감정이다. 만약 우리가 상대방에 대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상대방의 여러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협상 초기의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상대방이 모두 나와 친구이거나 가족과 같은 관계를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 초기의 두려움을 제어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정보와 판단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상대의 장단점, 상대방의 협상목표, 과거의 협상관행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협상 초기의 두려움은 상대방에 대한 무지(無知)만이 아니라 나에 대한 무지에서도 발현된다. 내가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협상과정상의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이고, 무엇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것인지 등 나에 대한 무지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를 알고 상대방을 알아 협상의 두려움이 해소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협상에 돌입해야 할 때이다. 협상의 과정상에서도 감정은 협상 전반에 걸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협상은 나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상대방이 있고 그 상대방은 내가 원하는 목적과는 다른 목적으로 협상에 임한다. 이는 결국 협상과정상의 필연적인 갈등을 내포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상황에서 상대방은 나에 대해 적대적일 수 있으며, 나에 대한 인간적인 모욕까지 퍼부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이러한 적대적 협상과정이라면 ‘분노’라는 감정에 휩싸이지 않을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분노가 지배하는 협상과정을 해소하는 길은 분노를 인정하고 객관화하는 것이다. 분노에 대한 객관화는 내가 상대방에게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이유에 대해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전체과정을 의미한다. 만약 상대방에게 내 감정을 해소하듯이 대응한다면, 상대방 또한 분노에 휩싸이게 될 뿐이다. 상대방에게 내가 분노하는 이유를 차분히 설명한다면 상대방은 미안해하거나 민망해할 가능성이 크다.

가령, 나에 대해 ‘당신은 이 부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신출내기에 불과하다’라며 인신공격을 하는 상대방에게 ‘당신이 무엇을 아느냐’고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당신의 그러한 언동이 나에 대한 인간적인 모욕으로 느껴지고, 나는 그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대응한다면 상대방의 공격의지는 한풀 꺾이게 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감정을 흔들어라’를 쓴 로저 피셔 하버드대 교수는 억지로 감정을 숨기려고 하기보다 적절한 범위 내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얘기한다. 이는 감정을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협상의 주도권이 다시 나에게도 넘어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협상도 결국 도덕적인 우위에 있을 때 지배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협상의 초기와 중기에서 두려움과 분노를 잘 관리했다면, 협상의 말미에서는 상대방과의 ‘신뢰’에 대한 감정에 신경 써야 한다. 협상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도, 혹은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지만 상대방은 언제나 협상테이블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방과의 장기적인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만약 내가 협상결과를 유리하게 가져갔다면, 다음번의 협상에서는 상대방의 이익에 대해서도 보장하겠다는 식의 배려가 필요하고, 만약 내 협상결과가 불리했다면 다음번 협상에서 상대방의 양보를 약속받는 식으로 장기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1900년대 중반 미국의 프린스턴대학교는 아인슈타인을 유럽에서 초빙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이 요구한 수준의 2배에 달하는 연봉을 지불했다. 프린스턴대학교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였지만, 아인슈타인과 같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최고수준의 대우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아인슈타인과의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하버드나 예일 대학교 같은 유수의 대학교에서 아인슈타인에게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더라도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처음 미국으로 초빙할 당시 자신을 속이지 않고, 극진한 대우를 해준 프린스턴 대학교를 평생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한순간의 이득보다는 장기적 신뢰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사례이다.

협상은 감정으로 시작하여 감정으로 끝난다. ‘두려움’으로 시작하여 ‘분노’하는 과정을 거치는 협상은 결국 ‘신뢰’라는 결과로 끝맺음해야 한다. 협상은 이성적인 계산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인간관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협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다양한 협상의 전략·전술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워킹맘들이 다양한 협상과정상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승리하는 성취감을 맛보길 기대한다.

 

<윤형석 노무사 약력>

- 현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 전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전 재단법인 피플 자문노무사
- 전 한국기독교여자연합회(YWCA) 자문노무사
- 전 강사취업포털 훈장마을 자문노무사
- 케네디리더쉽포럼 수료
- 동국대학교 철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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