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하여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대하여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1.3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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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얼마 전 IT 업체 사업주의 폭언과 폭행, 간호계 ‘태움’ 문화로 인한 간호사의 자살 소식이 보도되면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이렇게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지만,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 사례도 많으리라 짐작된다.

2018년 하반기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하반기 갑질 대표사례 50개를 선정해 발표했다.

‘직장갑질’ 사례 중에는 여직원이 임신 사실을 알리자 ‘육아휴직 내면 돌아올 자리는 없다’고 폭언을 하거나, 회식에서 여직원들이 짜장면을 먹고 난 그릇에 소주와 맥주를 섞어 더러운 술을 마시게 하거나, 상사의 흰머리 뽑기를 시키는 등 여러 사례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개별법으로 대응해 왔다. 예를 들어 직장 내 폭언과 폭행에 대해서는 형법상 명예훼손(제307조), 모욕(제311조) 폭행(제260조)의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처럼 개별법으로 대응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와 같은 한계를 보완하고, 정부 차원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2018년 12월 27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은 사회적인 문제가 됐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부터 대책까지 근로기준법이 규율하게 되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사용자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 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사용자는 괴롭힘 행위자에 대하여는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편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은 ‘신경정신계 질병’에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추가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는 이미 민사소송 사건화 되고 있었다.

광주지방법원 2012. 10. 24 선고 2012나10375 판결은, ‘피고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원고를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복귀시키지 않음은 물론 원고 스스로 퇴직하지 않을 수 없도록 직원회의를 통해 왕따 분위기를 선동하고 피고의 임원이 직접 나서 원고의 책상을 치워 버리고 원고를 비하 모욕하는 등 부당하게 대우한 것은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정신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넉넉히 추인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 판결은 육아휴직제도는 양육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측면을 법률로써 구체화한 것인 점, 자녀의 출산과 양육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인적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국가공동체의 생존 및 발전, 나아가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인 점, 특히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육아휴직제도를 비롯한 관련 제도는 더욱 장려되고 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장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직원에 대해 부당한 대우를 한 것을 불법행위로 보았다.

이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마련되기 전에도 법원은 사업주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었으므로, 개정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업주에게 강화된 책임을 요구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의 생명·건강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기업에도 손실을 가져 온다.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자의 이직 및 업무능력 저하의 요인이 되어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자살하는 경우마저 발생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마련을 계기로 사용자가 근로자 보호에 대한 강화된 책임을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근로자의 직장 내 인격권이 보장 받을 수 있는 바람직한 직장문화가 확립되었으면 한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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