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의미와 한계
[워킹맘산책]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의미와 한계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1.14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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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용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정회용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직장갑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을 시작으로 한진그룹 일가의 폭행혐의가 연이어 알려졌고, 최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송명빈 마커그룹 회장의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직장갑질로,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서도 갑질을 번역치 않고 ‘GAPJIL’로 표기하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8년 대한민국 직장 갑질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갑질 68개 항목 중 평균점수를 넘어서는 심각한 직장갑질 항목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37개로 조사됐다. 또한 상사의 흰머리 뽑기, 이삿날 집청소 시키기, 생리휴가 신청 시 생리대 확인하기 등 기상천외한 사례가 직장갑질119에 접수됐다.

한편,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 1500명 중 73.7%가 직장갑질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직장갑질 행태가 사회에 만연하게 되자, 직장갑질 근절을 위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발의되었고, 2018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19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사상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을 법에 도입했고, 피해자 보호와 사용자의 2차 가해 처벌 규정을 마련했으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재 인정범위를 넓혀 직장갑질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하고, 사용자와 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의무를 부여했다(법 제76조의 2).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누구든지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고, 사용자는 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할 경우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고, 사용자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법 제76조의 2 제2항 내지 제5항).

또한 사용자는 신고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고, 동 조항을 위반하여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사용자에게 벌칙이 부과될 수 있다(법 제109조). 또한 취업규칙 필수적 기재사항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이 추가됐다(법 제93조 제11호).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경우, 동 법상 업무상 질병에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이 추가됐다(법 제37조 제1항 제2호 다목).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 마련, 지도 및 지원’이 추가됐다(법 제4조 정부의 책무 제1항 3호).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고 심각한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법과 제도는 폭행·모욕 등 현행법상 처벌 가능한 행위 외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들을 금지하거나 피해자들에게 구제절차를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법률 개정을 통해 직접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고, 산업재해의 인정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를 규정하다보니 근로자성 문제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자들에게는 본법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그 예이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5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해당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하위 법령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괴롭힘’에 대해 입증할 방법이 애매하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은 행위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관할 노동지청마다 ‘직장 내 괴롭힘 전담 부서’를 두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근로감독을 집중적으로 수행해나가는 모습을 선행적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또 회사는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를 설립해 근로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와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회용 노무사 프로필>
- 현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전 노무법인 한국노사관계진흥원 공인노무사​
- 현 재단법인 피플 자문노무사
- 현 한국기독교여자연합회(YWCA) 자문노무사
- 현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자문노무사​
- 전 강사취업포털 훈장마을 자문노무사
- 한국갈등해결센터 갈등조정전문가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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