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어린이병원 김재복 원장 “어린이들의 건강 안전망 제공에 최선”
서울시립어린이병원 김재복 원장 “어린이들의 건강 안전망 제공에 최선”
  • 김철훈 기자
  • 승인 2018.12.2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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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성원으로 70년 성장…남북 어린이 다함께 건강한 삶 꿈꾸는 날 기대”
“국내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전문 공공의료기관 역할 다할 것”
일본은 어린이 재활치료 전문병원 200곳...저출산 시대 대처 위해 적극 확충 필요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김재복 원장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김재복 원장

[베이비타임즈=김철훈 기자] 국내 유일의 아동재활치료 전문 공공병원인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이 12월 개원 70주년을 맞았다. 지난 5일 어린이병원은 이를 기념해 ‘개원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북한 어린이의 건강실태와 우리의 과제’였다. 서울시 조례에 의거해 설립된 우리나라 유일의 어린이 재활치료 전문 공공병원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남과 북의 어린이가 다함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이러한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서울대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신희영 소장(서울대 연구부총장)을 비롯해 대북지원사업 민간단체인 어린이어깨동무 최혜경 사무총장, 사단법인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엄주현 사무처장 등이 북한 어린이 의료지원사업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혔다.
 
신희영 소장은 과거 1950년대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수년간 연수를 받고 돌아와 우리나라 의학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던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의료진을 한국에서 연수시켜 한국의 선진 의료 기술을 북한에 전하고 싶다는 염원을 밝혔다.
 
최혜경 사무총장은 평양의학대학병원 어깨동무소아병동을 비롯해 남포소아병원, 평양어깨동무어린이병원, 장교리인민병원 등 어린이어깨동무가 북한에 지어준 어린이병원들의 현황과 성과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민간차원의 지원이 북한 최고지도부의 정책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엄주현 사무처장 역시 대동강구역병원 지원사업, 만경대어린이종합병원 지원사업 등 북한에 지원하고 있는 어린이병원 건립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김재복 원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70년간 시민의 성원으로 대표적인 어린이 전문 공공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남북 어린이가 다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꿈을 꾸는 계기가 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타임즈는 김재복 원장을 만나 개원 70주년을 맞은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현황과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개원 70주년을 맞은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에 대해 소개해 달라.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은 1948년 12월 종로구 사직동에서 시립보건병원으로 출발했다. 당시에는 본래 의미의 병원이라기보다 해방 이후 그리고 6.25전쟁 이후 고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이 더 컸다. 1966년 시립영아원을 통합해 보육병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1969년에는 시립아동병원으로 개칭했다. 1978년 현 위치인 서초구 내곡동으로 이전한 후 2007년 시립어린이병원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은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공공의료기관이다. 우리 병원은 서울시 어린이들의 건강 안전망 제공과 수준높은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전 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치과 및 영상의학과 등이 개설되어 일반 어린이들의 진료는 물론 장애어린이들의 입원치료 및 신체적, 정신적 재활치료 분야에서 선도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우리 병원은 의사 20여 명, 간호사 140여 명 등 약 270여 명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여 개의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쾌적한 환경을 갖춘 입원실은 전 병실이 보호자 없는 병실로 운영하고 있어 보호자가 없거나 간병하기 힘든 무연고 및 저소득계층의 장애 환아도 안심하고 입원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행동치료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어린이 치료실은 국내 최고 규모로서 정신재활, 신체적 재활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발달센터에서는 발달장애 어린이를 위해 특화된 진료와 통합적인 치료를 제공하며 부모 및 가족에게도 정서적,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CANDO’라고 명명한 어린이 발달센터의 치료프로그램은 0세부터 18세 이후까지 각 연령별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발달장애 치료의 특성에 맞게 환자 아동과 그 가족 모두에게 치료는 물론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소아재활센터는 보건, 의료, 복지, 교육 등 소아 재활치료를 위한 통합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치과 등 통합진료체계와 물리치료실, 수치료실, 언어치료실 등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 어린이 집중치료센터는 민간병원에서 기피하는 중증 장애 소아청소년을 위한 집중 및 전문치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폐렴 등 급성기질환 치료, 통증완화 치료, 만성기질환 치료, 유기 어린이 긴급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구강진료센터는 대표적인 관심 사각지대인 장애 어린이 구강에 대한 진료를 강화하고자 소아청소년과와 협진을 통해 장애 어린이 환자에 대한 구강진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17년 10월에 완공된 어린이병원 발달센터는 국내 최고의 시설로서 발달장애로 고생하는 환자들과 부모님들께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이 센터는 시비 118억원, 삼성 기부금 200억원 총 318억원을 들여 만든 것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발달장애 치료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어린이병원은 장애어린이시설 등 의료소외계층에 대한 찾아가는 나눔진료, 민간 기부금을 활용한 저소득층 진료비 및 수술비 지원사업을 하고 있으며, 중소병원 규모로는 국내 최대의 자원봉사자가 찾는 시민들의 따뜻한 병원이 되고 있다.
 
2018년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병원의 안전과 질적인 면에서 2차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으로서, 앞으로도 최선의 의료서비스로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병원, 서울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병원,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병원으로 계속 나아갈 계획이다.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전경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전경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은 어떤 아동들이 이용하는가.

 
저소득층 장애아동은 물론 병원 인근지역의 일반 어린이환자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우리 병원의 기능을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 서울시민 중심의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가 그것이다. 이것은 병원 본래의 목적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체 환자의 70%를 차지한다. 둘째, 병원이 위치한 서초구 인근 지역 사회의 일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일반진료도 하고 있다.
 
병원은 지역성을 가지는 만큼 이 역시 필요한 기능인데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소아정신과, 소아재활과는 이를 진료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보니 서울 강북지역 등 많은 지역에서 찾고 있으며 진료 대기기간도 긴 편이다.
 
특히 유기된 영유아의 긴급 의료서비스 기능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는 ‘베이비박스’라는 것이 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갓 출산한 아이를 유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아기의 안전을 위해 일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상자를 설치, 아기를 이곳에 두고 갈 수 있도 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 관악구에 있는 한 교회에서 약 7~8년 전에 처음 운영을 시작했다. 우리 병원은 이곳에 버려지는 아기에게 긴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무연고 행려 환자들에 대한 건강안전망 확보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외래환자는 거의 모두 보호자가 있다. 하지만 입원한자들 중에는 보호자가 없는 경우가 절반이나 차지한다. 보호자가 없는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장애가 심해 부모가 유기한 경우나 장애인시설 소속인 경우다. 또한 아동학대로 인한 경우도 우리 병원에서 진료 하기도 한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은 우리 병원에서 우선 진료한 후 건강한 아동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아동복지센터에 보내지고 장애가 심한 아동은 우리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다. 이외에도 우리 병원은 저소득층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를 위한 의료제공 및 가족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현재 미국, 독일, 일본, 폴란드, 체코 등 약 20여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교회에서 처음 운영을 시작했다. 가로 70cm, 높이 60cm, 깊이 45cm 공간의 베이비박스 앞에는 ‘미혼모 아기와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 주세요.’라고 적혀 있다.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영아들은 경찰 조사 등을 거쳐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 편집자 주)
 
 
원장 취임 3년을 맞았다. 성과와 앞으로 병원 운영 계획은.
 
굳이 성과를 말하자면 취임 이후 우리 병원이 보건복지부의 공공보건의료계획 추진실적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기관에 선정된 것을 들 수 있다. 지난달 우리 병원은 제1회 공공의료 페스티벌에서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의료계획 추진실적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어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표창을 수상했다. 이로써 우리 병원은 3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감염발생 감시 그물망체계 활성화, 환자안전관리, 보호자 없는 안심병동, 발달장애 어린이를 위한 삼성발달센터 개원, 중증장애 환아를 위한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해 왔다.
 
재임 중에 건립돼 최근 완공된 발달센터는 성과라기보다는 저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 국내 최고수준의 아동 발달센터가 건립된 만큼 앞으로 보다 많은 장애아동 및 저소득층 환아들이 이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발달센터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 발달센터

장애어린이 재활치료 전문의료기관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장애 어린이 재활치료 전문병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는 우리 병원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민간 병원으로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다.
 
사실 베이비박스 등 유기 영유아 수는 매년 수백 명에 이르지만 그 수가 급격히 늘지는 않는다. 이보다는 일반 장애아동의 재활치료 수요가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장애아동의 재활치료는 그 특성상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어린이 재활치료는 재활치료사 등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중증 환자의 경우 치료사와 환자가 1대1로 유지되어야 하기도 한다. 이러한 고인건비 구조로 인해 민간병원에서는 장애어린이 재활치료에 소극적이다.
 
수요는 느는 반면 민간 병원의 공급은 부족하다 보니 우리 병원과 같은 공공 전문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대기인원은 현재 420여명에 달하며 수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재활의학과는 외래 진료대기는 없지만 치료대기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600명에 달하며 2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정신과치료나 재활치료는 1회성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특성이 있다. 더욱이 우리 병원은 공공의료기관이다 보니 수요가 늘어난다고 바로 의사나 재활치료사를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다.
 
의사들의 처우도 민간 병원에 비해 미흡하며 그나마도 임기제 공무원 신분이다. 전체 20여 명의 의사들은 소신진료 등 자신의 철학과 공공의료서비스 기여라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지만 병원의 역할과 중요성에 비해 전체 의사 수도 매우 적은 편이다. 그래서 규정에 따라 근무함에도 의사 1인당 진료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만큼 아동 보호는 국가적 과제라 할 것이다. 특히 장애 아동은 확률적으로 일정 비율씩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장애아동이 있는 가정은 무수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이것이 부모 잘못 만은 아니다. 장애아동에 대한 책임은 사회가 공동 부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장애 아동의 재활치료를 위한 전문 의료기관이 보다 확충되어야 한다. 민간 병원에서 확대하기 어렵다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각 지역에 균형 있게 어린이 재활치료 공공 의료기관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병원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병원은 명칭상 어린이에 관한 진료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병원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애아동 재활치료에 특화되어 있고 의사 등 인력 규모도 크지 않다.
 
저출산 시대 육아 및 보육의 공공성 강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인적 물적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 우리 병원을 종합적인 어린이 전문 병원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의사 등 인적, 물적 인프라 투입은 물론 현재의 법적 지위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장애어린이 수는 약 30만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5곳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9개의 어린이재활전문병원 설립을 계획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제대로 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위한 전국시민TF연대’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곳들은 예산과 규모 등 모든 면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형태로 추진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장애 어린이 재활 치료 전문병원은 서울특별시어린이병원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전부인데 반해 일본에는 어린이 재활치료 전문병원이 2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편집자 주)
 
제1회 공공의료 페스티벌에서 김재복 원장(오른쪽에서 첫번째)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부터 표창을 수상했다.
제1회 공공의료 페스티벌에서 김재복 원장(오른쪽에서 첫번째)이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부터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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