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설의 만남] 자녀와 대화하기
[박민설의 만남] 자녀와 대화하기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12.1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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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설 듀로 버블버블 대표 / 브릴라에듀 부대표
박민설 듀로 버블버블 대표 / 브릴라에듀 부대표

올해 초 막 고등학교 1학년에 올라간 아들을 둔 엄마가 고민이라며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아이가 '코딩'에 빠져서 무료 수업을 들으러 꽤나 멀리까지 다니겠노라 했단다. 아들이 예민할 때라서 사이가 틀어질까봐 그러라고 해 놓고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내게 하소연을 했다.

사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겨울방학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다. 해야 할 것도 많고 더불어 해 놓아야 할 공부도 많은 시기다.

무엇보다 아이나 엄마가 겨울방학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엄마에게는 설명을 디테일 하게 한 후, 아이를 따로 만났다.

상담을 끝내고 아이는 내게 "저 공부할래요"하며 돌아갔다. 그 아이에게 무엇을 말해주었는지 정리하자면,

1. 코딩은 원한다면 지금 내 나이에도 시작할 수 있다.

2. 나중에 코딩이 좋아서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가면, 외국인 교수가 들어와서 영어로 수업을 하게 되고 너는 코딩이 좋아서 학교에 들어갔는데 영어가 싫어서 포기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3.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는 걸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네가 그럼에도 코딩을 선택한다면 나는 지지한다. 다만 왔다갔다 하면서 길에서 버리는 시간, 그것에 소비하는 너의 노력 때문에 지금 이 중요한 시기에 시간적으로든 인력적으로든 피해는 없어야 한다. 즉, 너의 선택은 네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다. 고로, 배우러 다니느라 피곤해서 오늘 하루는 학원을 빠진다거나 공부를 쉰다거나, 혹은 엄마나 아빠에게 피곤하다고 징징대면 안된다는 말이다.

사실 이 말들을 굉장히 장황하게 감정에 호소해 이야기 하긴 했지만 신기하게도 아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고, 상담 후 엄마는 내게 전화해 공부 진짜 열심히 할거라며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잃는 것도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말했을 뿐이었는데 나와 가진 대화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코딩을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간파했다는 것이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내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간과하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은 아직 덜 커서, 혹은 아이들은 어려서 말을 해도 잘 모를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육아를 하는 부모들을 상대로 보았을 때, 떼쓰는 아이에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도 조곤조곤 이유를 설명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부모들은 훨씬 육아하기 쉬워했다.

부모는 자식과 대화에서 자식의 생각을 들으려 하지 않고 본인들의 생각을 강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에서 반항적이 되는 것이다.

이 아이는 어쩌면 본인이 코딩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것을 검증받고 인정받고 싶은 단순한 이유에서 수업을 듣겠노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네가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부터 시작해서 온갖 부정적인 말을 내뱉으니 아이도 방항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어릴 때를 생각해 보면 부모와는 대화가 안된다 생각하고 무조건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보다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우리가 옳다 생각해 인정하려들지도 이해하려 들지 않고, 우리의 생각만을 그들에게 고집 부리고 있는 건 아닐까.

어린아이들에게도 배울 게 있다 생각하고 나의 친구와 대화하듯이, 거래처 직원과 대화하듯이 존중하며 대화해 본다면 아이들이 부모를 바라보는 눈은 분명히 달라질 거라 확신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들의 세계는 완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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