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
[오빛나라의 LAW칼럼]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12.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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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인정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인정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합계출산율은 1분기 1.07명, 2분기 0.97명, 3분기 0.95명으로 나타났고, 올해 합계출산율은 1.0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며 현재 인구 수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이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총 인구 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일컬어 ‘인구절벽’이라고 지칭했는데, 인구절벽 현상이 발생하면 생산과 소비가 주는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해리 덴트는 우리나라가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런데 급격히 출산율이 저하됨에 따라 인구 감소 속도 또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런 부정적인 예상 역시 빠른 속도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저출산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가 존립마저 위협하는 중대한 위기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심층적으로 원인을 분석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개개인의 선택이라는 인식을 넘어서 정부가 저출산 정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출산의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 왔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소득의 불안정성, 자녀의 편익과 비용,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 양성불평등,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하고 성실히 일해서 번 돈을 차곡차곡 모아 그 돈으로 집을 마련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난 뒤에야 아이를 낳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극심한 취업난, 불안정한 직장, 높은 주택가격 등에 치여 이 단계에 이르는 것조차 어렵다.

이런 높은 난관을 극복하고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기를 낳을지, 낳는다면 언제 낳을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아기의 기저귀 비용, 분유 비용, 의료비 등 필수 양육비용이 주는 부담은 차치하고서라도 ‘누군가’가 오롯이 하루 종일 아기를 돌보아야하는 가장 큰 문제가 남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기를 온종일 돌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결국 베이비시터 내지는 온종일 아기를 돌보아 줄 수 있는 보육시설이 필요한데, 베이비시터를 고용함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은 평범한 직장인 소득으로 감당하기 힘들고, 시설 좋은 보육시설 당첨은 ‘로또 당첨’으로 비유될 만큼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이 소득활동을 멈추어야 하거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산이라는 선택은 정부의 양육수당, 아동수당, 출산축하금으로 갈음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최근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국민 인식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80.3%는 현재 자녀, 출산 양육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높은 주택가격과 안정적인 주거부족, 믿고 안심할 만한 보육시설 부족, 여성의 경력단절 등이 주된 이유였다.

또한 우선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일·생활 균형, 주거여건 개선, 사회적 돌봄 체계 확립, 출산 지원을 꼽았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반영하여 정부는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삶의 질을 제고하고 성평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패러다임의 전환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임신 전, 임신 중, 출산 후의 여성의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게 그린 레미 베잔송(Remi Bezancon) 감독의 영화 ‘해피 이벤트(A Happy Event, 2011)’에서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딸과 함께 모든 게 바뀌었다. 날 궁지에 몰아넣었고, 내 한계를 초월하게 했다. 날 맹목적으로 만들었다. 사랑, 희생, 애정, 포기, 날 혼란시키고 변화시켰다.”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는 한국 사회를 넘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끔은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가 보다. 그렇지만 출산으로 부모는 부모로서의 책임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행복과 무한한 애정을 느끼고 그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을 느끼며 한 단계 성장한다.

고착화된 사회 문제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출산 기피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모든 국민이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게 출산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기를 바란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법률사무소 인정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안양외국어고등학교 영어과 졸업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정회원
-환경운동연합 환경법률센터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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