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눈에 보이는 CCTV보다 보이지 않는 ‘감염관리’ 더 중요”
산후조리원 “눈에 보이는 CCTV보다 보이지 않는 ‘감염관리’ 더 중요”
  • 김철훈 기자
  • 승인 2018.12.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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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아닌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감염관리’ 법제도 미흡
내년 본평가 실시 '산후조리원 등급제'도 “실효성 부족” 비판 높아
공공산후조리원, 보완적 차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설립해야
[베이비타임즈=김철훈 기자] 현재 전국 산후조리원은 600여 곳, 전체 산모 10명 중 6명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생아수가 매년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후조리원 시장은 아직 성장 중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는 맞벌이부부가 늘면서 기존 친정이나 시댁보다 전문산후조리기관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고 출산 후 산후조리가 평생의 몸 상태를 좌우한다는 인식이 늘면서 산후조리원이 산모들의 필수코스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 산모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산후조리원 수가 늘어나면서 감염 사고 등 사고발생 건수도 늘고 있고 산후조리원의 시설수준과 가격수준은 천차만별인데 반해 이에 대한 별다른 기준이나 규제는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 해법으로 신생아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제시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감염관리 강화, 조산사나 간호사 등 전문 인력 확충 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CCTV만으로는 전문 자격증과 경력을 갖춘 간호사인지도 확인하기 어렵고 한 간호사가 많은 아기들을 돌보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산후조리원 내 감염 발생 현황.(자료=보건복지부)
산후조리원 내 감염 발생 현황.(자료=보건복지부)

산후조리원 감염사고, 4년 새 5.6배 늘어… 산후조리원측 “통계 오류”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산후조리원 내 감염발생 현황'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산후조리원 내에서 감염된 신생아와 산모는 총 186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부분은 신생아가 감염된 경우다.  연도별로는 2014년 88명, 2015년 414명, 2016년 489명, 2017년 491명이었으며 올해 들어선 6월 기준 385명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질환에 감염된 신생아는 2014년 88명에서 2015년 411명으로 급증했고 2016년 447명, 2017년 426명이었다. 올해엔 6월 기준으로만 359명을 기록했다.
 
주요 감염질환을 살펴보면 위생 관리를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인 RS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감염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53%를 차지했다. RS바이러스 감염자는 542명으로 전체의 29.0%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로타바이러 스 감염자는 448명으로 24.0%, 감기는 375명으로 20.1%를 차지했다.
 
이밖에 장염(79명, 4.2%), 기관지염(72명, 3.9%), 폐렴(56명, 3.0%), 잠복결핵(45명, 2.4%) 등도 있었다. 특히 RS바이러스와 로타바이러스 감염 발생자는 2016년 총 192명에서 2017년 총 280 명으로 늘었다. 두 질환의 감염자 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39%에서 2017년 57%, 2018년 6월 77%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산후조리원 측은 통계상의 오류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 통계에는 실제 감염이 발생한 곳이 병원인지 산후조리원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산후조리원 측에 따르면 신생아가 RS바이러스나 로타바이러스 등에 감염되는 경로는 크게 3가지다. 분만 순간 산모로부터 감염되는 경우, 병원에서 감염되는 경우,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되는 경우다. 그 각각의 경로에 대한 조사통계는 전무한데 현행법상 산후조리원은 임산부·영유아의 감염이 의심될 경우 즉시 의료기관으로 이송한 뒤 보건소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이 보고 건수가 모두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된 건수로 통계에 잡힌다는 것이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에 따르면 신생아는 이미 세균을 보균한 상태로 산후조리원에 오는 경우도 많다. 5세 미만 소아에서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바이러스인 RS바이러스는 잠복기가 4~5일이다. 병원에서 출산 후 2박3일만에 산후조리원으로 온다면 병원에서 감염되더라도 산후조리원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외견상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감염경로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통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산후조리원은 ‘의료기관’이 아님에도 신생아실을 운영하고 있다”며 “면역에 취약한 신생아와 산모가 집단으로 머물고 있는데 단순히 ‘다중이용시설’로 신고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 현 법체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동민 의원 역시 “산후조리원은 면역력이 취약한 신생아를 집단적으로 돌보는 만큼 엄격한 감염 관리 기준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사진=기동민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사진=기동민 의원실)

내년부터 산후조리원 등급제 본평가 실시…실효성 문제 제기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산후조리원 등급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서비스 질과 감염관리 등 안전성 등을 평가해 모든 산후조리원을 크게 5개 등급으로 구분하는 ‘등급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1차 시범평가를 마쳤고 올해 2차 시범평가를 실시했다. 내년에는 본평가에 들어가 등급을 매기는 방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평가 항목은 구체적으로 △산후조리 인력의 적정성 및 전문성 △시설 적정성 △모자동실비율 △산후조리서비스 질 관리 및 의료기관연계 △감염관리 등을 포함한다.
 
이는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산후조리원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3년에 걸쳐 3분의 1씩 나눠 궁극적으로 모든 산후조리원을 평가할 계획이다.
 
임산부들도 반기는 목소리가 많다. 산후조리원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생긴다면 비용거품이 줄어들 수 있고 조리원을 선택할 때도 참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후조리원 측에서는 객관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모든 항목에 우수한 점수를 받아 최고 등급을 받더라도 한 순간 감염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오히려 산모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은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서비스업인데도 정부에서 관리를 하겠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정부에서 등급을 매기는 자체가 형식적일 수 밖에 없다. 전형적인 인기영합주의적 발상에서 시작한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공공산후조리원, 보완적 차원에서만 설립해야
 
산후조리원 측은 정부와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 당시 “산후조리의 국가책임 강화를 위해 전향적으로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사업이다.
 
또한 지난해 말 모자보건법 개정으로 올 6월부터 지자체장도 자율적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되면서 각 지자체장들 역시 표를 의식해 경쟁적으로 설립을 약속하고 있다. 현재 공공산후조리원은 최근 문을 연 전남 강진의료원을 포함해 총 6곳이 있다.
 
이에 대해 한 민간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을 비롯한 모든 육아, 보육 관련 서비스는 공공시설이 민간시설보다 설립 및 운영에 비용이 더 든다. 민간시설에 비해 비용절감 동기가 부족하고 직원 처우, 여유인력 확보 등 규정 준수에 철저하고 여유있게 운영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모두 세금인 만큼 무작정 공공산후조리원을 늘리기보다는 민간 산후조리원을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설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듯 복지부 역시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당초 장관의 의도보다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을 위한 2019년도 예산은 45억원으로 총 3곳이 내년 시범적으로 설립된다.
 
당초 정부는 총 15억원으로 책정해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45억원으로 증액됐다. 국회보다 정부가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권덕철 복지부 차관은 “민간 산후조리원이 없고 산후조리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특수한 경우에 한정적으로 공공산후조리원 사업을 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며 “일반 민간 산후조리원이 이미 활성화 돼 있는데 굳이 그 지역에 지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취임 당시 장관의 의지 및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요건을 완화한 개정 모자보건법의 취지와 다소 어긋나긴 하지만 향후 공공산후조리원 설립의 속도조절은 불가피해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공공산후조리원은 20여개 지역에 순차적으로 설립되는 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복지부에 따르면 민간 산후조리원이 없고 인근 지자체에도 산후조리원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전국적으로 농어촌 23개 시·군 지역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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