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조영임칼럼]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12.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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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공지능 기술이 날로 발전하면서 최근 정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분류해야 연구와 산업을 잘 분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에 내로라하는 여러 학자들이 모여서 인공지능 기술 분류를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나 현재 기술들을 바탕으로 잘 분류해야 앞으로의 연구의 방향과 정부 연구비 투자, 인력창출 등의 관련 정책수립 방향을 정할 수 있으므로 정부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나누어야 하나? 본 고에서는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인공지능시스템의 3대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며 이로써 인공지능들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도록 하는 터전을 마련한다. 이러한 기술들은 모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분류할 수 있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인공지능 하드웨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현되어야 본래의 기능을 활성화 할 수 있고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최근 지능형 에이전트 플랫폼 기반에 의해 확장되어 구현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원리로부터 출발하였으므로 대체로 수학 등 기초과학에 충실하게 구현되어야 하며,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되어 인공지능 인프라를 활용하여 다양한 분야로 연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분류가 이러한 이유로 복잡하고 정교해져야 한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 앞서 이야기한대로 인공지능시스템의 핵심기술은 학습, 추론, 인지의 3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학습’ 기술요소 분류는 머신러닝과 범용인공지능(AGI)이 포함될 것이다. 전통적인 머신러닝은 상식학습(common sense reasoning)이나 GPS(General Problem Solving)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를 범용 인공지능이라 한다.

최근의 머신러닝은 딥러닝 등 고도화된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주류가 되면서 인공지능에서 주요한 학습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 분류가 학습영역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추론’ 기술요소 분류는 학습을 바탕으로 주어진 입력에 대해 결과를 예측해내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추론 방식에 온톨로지(지식들 간의 연관도)와 지식표현 방법을 세분화하여 추론과정에서의 지식표현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 포함되어야 한다.

‘인지’ 기술요소 분류는 학습을 바탕으로 추론한 결과를 다양한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기술로서 다양한 상황과 감정에 따라 추론된 결과를 재해석하고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행동하는 기술들이 포함되어야 하며 이는 인공지능시스템의 주요한 기술이다.

즉 추론결과를 사용자에게 알려주려고 하다 보니 사용자가 도서관에 있는 상황을 인지했을 경우, 문자로 전송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주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물을 제공하는 행동기술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시스템의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지능으로 각기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4대 지능이라고 하여 언어, 청각, 시각, 행동소셜지능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이중 가장 활발한 분야는 언어지능 분야로서 아마존의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스, SKT 누구 등 다양한 인공지능 스피커 상품들이 출시되면서 ‘인공지능=언어지능’ 이라는 공식을 일반인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는 분야이다.

시각지능은 영상처리와 관련된 기술들로 딥러닝의 진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분야로, 각종 영상들의 분류와 분석기술과 접목되면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청각지능은 언어지능과 연결되면서 청각적으로 이해하는 음성인식 지능을 말한다.

행동소셜지능은 공간을 인지하기위한 협업지능으로 ambient intelligence 기술(보이지 않는 지능, 알아서 사용자를 인식하여 사용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개미떼나 조류들로부터 영감을 받은 그룹들 간의 지능을 의미하는 swarm intelligence(떼지능, 떼의 행동패턴을 인식하여 지능을 파악하는 기술) 등도 지능의 분야로 연구되고 있어서 앞으로 인공지능의 구체적인 지능분야는 4대 지능뿐 아니라 점점 더 세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은 구체적인 구현기술에 의해 구현되는데 이것이 지능형 에이전트 기술이다. 지능형 에이전트란 사용자를 대신하여 지능적으로 수행하는 기술로 인공지능의 플랫폼(일종의 운영체제 역할)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을 세부적으로 구현하는 모듈들을 하나의 에이전트로 보고 이들 에이전트 간의 생성, 관리, 연계, 스케줄링 등 컴퓨터 운영체제가 수행하는 여러 역할들을 인공지능 에이전트에 의해 수행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수학 등의 기초과학이 선행되지 않으면 뇌의 여러 동작들을 수치화하여 표현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뇌과학을 기반으로 하므로 기초과학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교육기관의 커리큘럼을 보면 점차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학만 해도 수학과목들을 학생들이 기피하고 있어서 폐강되거나 아예 개설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인공지능은 그동안 암흑기에 있다가 2010년대 초 딥러닝에 의해 알파고가 성공하면서 빛을 보게 되었다. 인공지능의 성공요인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데이터가 잘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더불어 하드웨어와 표준화된 데이터에 관한 것을 하나의 기술군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효과적이려면 데이터기반으로 하드웨어와 같이 협업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지능에서 말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의 ‘오케스트라’ 관계이다.

인간은 뇌 속의 뉴런과 뇌가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의 지능을 완벽히 표현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모델링하고 있으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는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뉴로모픽칩, 반도체기술, 슈퍼컴퓨팅 기술, 또한 향후에는 양자컴퓨팅 기술도 이 분야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양자컴퓨팅 기술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비트(0,1)가 아닌 큐비트(00, 01, 10, 11) 개념이 등장하였고, 이것을 처리하는 구글의 D-Wave 2X 등도 개발되고 있어서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하드웨어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져갈 것이다.

최근 4차산업혁명의 기술들이 발달하고 가시화되면서 인공지능과의 연계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흔히 ICBM(IoT, cloud, bigdata, mobile)이라는 기술들과 인공지능이 결합하여 인공지능의 인프라 활용기술로 활성화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계분야를 발굴해 하나의 기술군으로 분류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 분류를 나름대로 고려해 보았다. 인공지능 기술은 그동안은 느리게 발전하였으나 앞으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였으므로 발전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향후에는 우리가 인공지능 기술을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인공지능 기술 분류를 스스로 하여 인간에게 제시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즉, 인간의 한계를 넘는 똑똑한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이 자신들의 영역에 대해 제시하고 어필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을 가르치고 기술발전을 리드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은 지치기 쉽고 잠도 자야하는 생명체이지만 인공지능은 지치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는다. 앞으로 인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무기력해질 수도 있으나, 자신들의 지능을 강력히 유지하길 원한다. 이러한 인간의 니즈와 빈자리를 아마도 인공지능이 채워주면서 상호 협력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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