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옥희의 행복맘 마음육아] ‘숙제 안하는 자녀’에게 화부터 내나요?
[윤옥희의 행복맘 마음육아] ‘숙제 안하는 자녀’에게 화부터 내나요?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11.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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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희 윤교육생태연구소 소장, '강점육아' 저자.
윤옥희 윤교육생태연구소 소장, '강점육아' 저자.

“아직 어리니까 애가 뭘 알까 싶어서 할 말도 꾹 참게 돼요”,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는데 화를 내면 나쁜 엄마 될 것 같아 죄책감이 들어요”.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에게는 화가 나도 참아야 할 것 같고, 말도 예쁘게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답답할 때가 많다는 것이죠.

하지만 화 나는 이유를 알게 되면 부모도 화를 폭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화만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에게 내 감정과 욕구를 잘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엔 감정에 덜 휘둘리면서 부모의 의도를 적절히 전달하는 방법을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아는 만큼, 생각이 닿는 만큼 보게 되는 경우가 많죠? 자동적 사고 때문에 화가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것은 내 의지나 실제상황과 상관없이 떠오르는 사고를 말하는데요.

예를 들어, 엄마가 밤 9시쯤 아이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오늘 숙제 안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졸다가 숙제를 못할 수도 있지만, 잠에서 깨어 숙제를 다 마칠 수도 있고, 아이가 ‘힘들어도 숙제는 다 해야지’ 이런 긍정적 의도를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졸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오늘 또 숙제 못하겠구나’ 이런 선입견이 들어 화가 났던 것이죠.

어제 자녀가 숙제를 하지 못하고 잠들었거나, 학원 선생님에게 아이 숙제를 잘 봐 달라는 연락을 받은 후였거나, 이런저런 상황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죠.

실제상황이 아닌데 이렇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은 선입견, 편견이 되어 화를 나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마음 속에 불안과 걱정이 많을 때에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수가 많습니다.

아이를 잘 관찰하지 못하고, 부모가 옳다고 믿는 것,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아이를 비난할 때도 많은데요. 화가 날 때는 혹시, 이런 상황 때문은 아닌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봤으면 합니다.

화가 치밀면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은 쏙 빼놓고, 화 난 감정만 쏟아 부을 때가 많은데요, 이때 생각나는 말을 마구 퍼붓게 되면 나중에 꼭 후회하게 됩니다.

감정 제어가 안 된 상태에서 화를 냈다면 “내가 너무 했네”, “또 화를 냈네” 이런 죄책감이 들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 아이 입장에서도 억울할 때가 많겠죠? 왜냐하면, 화를 낼 때 아이를 멋대로 판단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령, “숙제도 다 못하고, 너는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노는 데만 관심 있니?” 이렇게 말할 수도 있고, “너 숙제도 제대로 못하다간 고학년 되면 공부는 어떻게 할래? 아무것도 못하는 애나 되지!” 오지 않을 일로 아이 마음을 아프게 비난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유도 모른 채 비난을 자주 듣는다는 생각이 들면 아이의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난 쓸모없는 애야’ 이렇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낮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화를 나게 만든 자동적 사고는 어디에서 오게 된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왜 화가 났는지 감정을 헤아려 보면 좋겠습니다.

화가 났던 이유는 피곤해 예민해진 탓일 수도 있습니다. 또 아이가 숙제를 다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숙제에 소홀해 질 수도 있다는 초조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 내 아이의 실력이 뒤쳐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일 수도 있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는 겁니다.

무조건 화만 내면 아이도 뭘 노력해야 할지 잘 모를 수도 많습니다. 또 엄마는 장황하게 잔소리를 하다가 화를 냈는데 아이의 귀에는 이런 말만 들릴 수도 있지요. “놀이터에서 못 놀게 할거야" 이렇게 협박만 들릴 수 있으며, ”넌 아무 것도 못 하는 애가 될 수도 있어“ 비난의 소리만 들릴 수도 있겠죠.

부모도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화만 쏟아내다가 정작 우리 아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부모가 길게 말하는 내용들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자녀에게 의견을 말할 때는 평소 부모가 바라는 것이 뭔지, 아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콕 집어 얘기해 주세요.

“엄마가 좀 피곤해~ 숙제를 30분 안에 힘내서 다 끝내면 좋겠는데 어때?”라거나 “네가 숙제를 다 안 마치면 엄마도 쉴 수 없고 신경이 쓰여. 힘들더라도 마무리는 하자” 이런 식으로 말이죠.

대화의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이에게 뭘 바라는 지 의도를 잘 전달해야 아이가 잘 이해하고 행동변화로 이어지기가 한결 수월하겠죠. 부모와 대화를 할 때에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면 아이도 부모 말에 더 귀를 잘 기울입니다.

“고집 센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제 말은 하나도 안 듣고 힘들어요”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 고집 센 아이들은 통제받는 것을 다른 아이들보다 싫어합니다. 또 주도성을 많이 표현하려 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부모도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그냥 두는 편이 많지요.

하지만 갑자기 부모의 태도가 돌변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불안해질 때죠. “너 수학 숙제 아직도 안 했어?” “이러다 숙제 못하는 것 아니야? 빨리 해!” 이렇듯 새로운 규칙을 만들거나 갑자기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되면 아이는 부모가 통제하는 것으로 여기고 ‘공부하기 정말 싫어’ 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다른 일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럴 땐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아이 본인이 선택해 스스로 뭔가를 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제안해 보는 것이죠. 예를 들면, “너, 수학(공부) 몇 시에 할거니?” 라고 구체적인 시간을 물으면 아이는 “이따 3시에 할 거예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시켜서 억지로 한다고 생각보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선택한 일을 책임지려는 마음이 클 때가 많습니다.

자녀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준다는 믿음을 심어주면 특히 고집 센 아이인 경우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고 부모의 말에도 귀를 조금씩 열게 될 거라 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아이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부모의 자세입니다. 엄마의 생각이 다르다고 ‘그건 아니야!’라고 중간에 말을 끊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 아이 말을 경청한 뒤 “네 생각은 그렇구나! 그럴 수 있겠다~” 이해하는 반응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엄마 생각은 이래” 라고 솔직히 표현하다 보면 아이도 점점 부모의 생각이 맞는지 새겨 들으면서 생각하게 되고 “그럴 수도 있구나” 수긍하기도 합니다.

또한 부모가 자신의 말을 들어준다는 자체로 ‘내가 존중받구나’ 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자신의 감정과 말을 존중받은 경험이 있으니 남의 말도 소중한 지를 알게 되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됩니다.

 

Who's 윤옥희 △<강점육아> 저자 △네이버 부모i 전문가 에디터, 자문위원 △네이버 오디오클립 ‘육아대학 공감학과’(http://naver.me/5SvL2ryN) 진행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자문위원 △올레TV ‘우리집 누리교실’ 출연 △한국스마트맘센터 공동대표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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