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UFC만큼 흥미로운 ‘체급별 스시야’
[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UFC만큼 흥미로운 ‘체급별 스시야’
  • 이경열 기자
  • 승인 2018.11.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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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합리적인 가격으로 독창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미들급 스시야(스시집)’의 탄생 배경을 알아보고 대표 스시야를 소개하고자 한다.

라이트급/엔트리급, 미들급, 헤비급/하이엔드급.

얼핏 들으면 남자들이 열광하는 미국의 이종격투기 UFC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겠지만 최근 한국에서 가격대별 다양한 체급의 스시야를 구분할 때 쓰는 용어이다.

여담이지만 UFC의 인기스타 코너 맥그리거도 단골 스시야가 따로 있을 정도라 하니 전 세계적으로 스시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FC 인기스타 코너 맥그리거. (사진=코너 맥그리거 인스타그램)
UFC 인기스타 코너 맥그리거. (사진=코너 맥그리거 인스타그램)

2000년도 초반 일본 오사카 여행 중 우연히 맛본 스시의 감동이 채 가시지 전,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그 맛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녔지만 결국 좌절해 씁쓸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일식 스시 시장은 2000년대 초반 최고급 호텔 일식당에서 출발했는데, 호텔이라는 공간적 특성과 높은 가격 탓에 당시 학생 신분이던 필자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았고, 대중들이 쉽게 접해온 회전초밥 전문점과 대형마트의 포장 스시 코너는 ‘국내 스시의 맛은 딱 여기까지’라는 씁쓸한 이정표만 남기게 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국내 스시 시장에도 체급별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가격대의 미들급 스시야가 대거 등장했다.

미들급 스시야의 출발점은 한국을 대표하는 신라호텔의 ‘아리아케’와 웨스턴 조선의 ‘스시조’ 일식당에서 시작했는데, 두 호텔에서 손님에게 최고급 일식 스시를 선사하기 위해 일본 현지의 유명 셰프를 영입하면서부터이다.

그 뒤로 두 호텔에서 정통 일식을 배우게 된 셰프들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독립하기 시작했는데, 대표격으로 신라호텔 아리아케 출신 안효주 세프의 ‘스시효’가 서울 강남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강남 일대에 하이엔드급 스시야가 생겨나게 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

웨스턴 조선호텔 '스시조'와 신라호텔 '아리아케'.
웨스턴 조선호텔 '스시조'와 신라호텔 '아리아케'.

이때부터 ‘스시마츠모토’, ‘스시초희’, ‘스시선수’, ‘스시타츠’ 등 호텔출신 셰프들의 하이엔드급 스시집이 저녁 기준 18만원대의 가격으로 강남 일대에 잇따라 문을 열면서 강남에 ‘고급 스시 벨트’가 형성됐다.

이후 하이엔드급 스시야들은 금액대를 낮춰 대중과 눈높이를 맞췄다. 한 단계 아래인 미들급 스시야가 선보였고, 자신이 몸담았던 스시야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일식 셰프들이 다시 독립하게 되면서 많은 미들급 스시야가 탄생했다.

미들급 스시야는 점심기준 3만~7만원, 저녁기준 5만~15만원으로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는 스시의 주재료인 네타(스시 위에 올라가는 다양한 재료)와 샤리(초와 간이 되어있는 밥)의 재료비에 기인하고 있다.

이 단순한 음식의 조합을 얼마나 미학적 완성도로 승화시키냐는 재료를 선별하고 스시를 만들어 내는 셰프의 눈과 손에 달려있다.

하이엔드급에서 시작해 미들급 ‘스시시오’, 준미들급 ‘스시소라’ 등 다양한 스시야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스시코우지’는 하이엔드급 스시야의 후발주자로 2014년 개업한 이래 현재는 강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시야 중 한 곳으로 손꼽힌다.

스시코우지의 나카무라 코우지 셰프는 8년연속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일본 도쿄 ‘칸다’ 출신으로 그 곳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고객들과 소통하고 이전에 없던 일본의 섬세하고 독창적인 스시 코스를 선보이며 일본의 스시를 가장 한국에 맞게 현지화 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스시코우지. (사진=마리아 주 제공)
스시코우지. (사진=마리아 주 제공)

스시코우지에서 선보인 서울 광화문의 미들급 스시야 ‘스시소라’는 정상윤 셰프가 총괄하고 있는 업장으로 스시코우지와 비교해 1/3 정도의 저렴한 금액으로 스시코스를 즐길 수 있는데, 내부 인테리어, 플레이트(스시 그릇)와 식기, 소스, 요리 등 많은 부분에서 스시코우지의 향기가 배어있는 곳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강남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스시의 본고장, 일본과 견줄만큼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미들급 스시야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스시 마니아, 스시 입문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게 됐다.

스시소라의 내부와 스시 요리. (사진=마리아 주 제공)
스시소라의 내부와 스시 요리. (사진=마리아 주 제공)

다양한 스시를 경험해 온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스시의 수준은 가격과 정비례한다’고 말하는데 그만큼 놀랄만한 가격의 스시는 또 놀랄 만큼 감동을 선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남 일대에 처음 알게 된 하이엔드 스시 바람은 어느덧 안정기에 접어들어 미들급으로 분류되는 많은 스시야를 양산했고, 그들은 그 나름의 예산 안에서 최선의 재료를 선택하고 그에 합당한 최대치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 모든 정성을 쏟고 있다.

때문에 미들급 스시야가 많이 생겨나는 지금의 현상은 우리들에게 즐거운 선택권이며, 부담을 덜어낸 가격대의 스시를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스시가 일시적 트렌드를 넘어 지속적인 문화로 자리잡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Who's 마리아 주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팅&푸드스타일링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푸드코디네이터, 일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테이블세팅‘ 개인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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