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설의 만남] 청소년 성교육과 사회분위기 전환
[박민설의 만남] 청소년 성교육과 사회분위기 전환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11.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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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설 듀로 버블버블 대표
박민설 듀로 버블버블 대표 / 브릴라르에듀 부대표

어린 시절 부모님께 ‘나는 어디서 나왔느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 이 질문에 엄마는 늘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라고 비유적으로 설명해주긴 했지만 어색해 하고 당황하고 있다는 걸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살면서 학교에서 한번도 제대로 된 성교육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요즘 미성년자들의 성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청소년들이 쉽사리 성문화 환경에 노출되기 때문일까.

음지에 있었던, 그리고 여성에게만 국한되어 있던 ‘성’이라는 주제를 양지로 꺼내고 동시에 숨겨져 있던 남성들의 성에 대한 담론을 시작한 첫 번째 시도였던 프로그램 ‘아우성’.

아마도 우리 아이들에게 ‘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힘겹게 다가가야만 했던 여러 부모들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었던 고마운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싶다.

얼마 전 청소년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첫경험’ 시기의 평균이 13살이라고 나왔다는 기사를 접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도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조차 몰랐던 필자에겐 실로 큰 충격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시대가 오늘날 청소년들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하고 유혹의 손길들을 피하는 데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올바르게 접해야 하는 ‘성’ 문화가 조금은 왜곡되어 우리 아이들에게 굉장히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데에 있어서 우리 어른들은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일까?

흔히 청소년들 사이의 이성교제는 몰래하는 ‘비밀연애’다. 당당히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밝히며 드러내고 교제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그것은 떳떳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주변에서 청소년 커플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고 걱정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서로 눈치만 보며 스스로 음지의 관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중고등학교의 교칙에 이성교제나 신체접촉에 관한 행위가 벌점 항목에 들어갈 정도로 청소년의 이성교제를 문제시하곤 한다.

필자는 이러한 제재는 학생들의 숨통을 더 조이게 만들고, 정말 문제가 생겼을 때 좀 더 일찍 도움을 청하지 못하게 만들며, 음지에서 일명 ‘나쁘게’ 연애를 조장하는 것이라 사려된다.

이성교제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그것은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소견이다. 청소년 이성교제에 대해 무조건 걱정스럽고 잘못된 것이라는 사회인식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성교육은 한두 시간의 성교육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적으로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청소년을 포함해 모두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성교제에 대한 문제가 생겼을 때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약국이든 편의점에서든 청소년들이 콘돔을 구입하지 못하는 법적 규제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에게는 판매불가라며 판매를 아예 하지 않는 업주들이 많다고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인 것이다.

이제는 편협한 시각으로 청소년 커플을 바라보며 벌점을 매기고 손가락질 할 것이 아니라 사회가 성에 대해 바람직한 인식을 가지고 청소년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도 미디어를 통해 주입되고 있는 성에 대한 잘못된 시각들을 스스로 돌아보게 되고, 올바른 성 가치관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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