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수미네 반찬’과 노포식당의 추억
[마리아 주의 맛있는 미담(味談)] ‘수미네 반찬’과 노포식당의 추억
  • 이경열 기자
  • 승인 2018.10.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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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는 유행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항상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노포(老鋪)식당의 소개와 함께 전통의 비결을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 바쁜 일상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집밥의 따뜻함과 푸근함을 담은 tvN ‘수미네 반찬’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수미네 반찬’의 가장 큰 흥행 요소는 과거 욕쟁이 할머니의 이미지가 강했던 연기자 김수미가 아닌, 오랜 연륜에서 피어나는 인간 김수미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이 돋보였기 때문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그녀가 만든 음식들은 여타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전문 셰프들의 창의적인 요리보다는 투박함과 그리움의 맛이 담긴 음식들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진=수미네 반찬
사진=수미네 반찬

‘사람은 추억을 머금고 산다’는 말이 있듯 우리 모두는 행복했던 기억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이는 결국 누군가와 어느 곳에서 먹었던 음식을 떠올릴 때의 경험이 많다.

품위 있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다이닝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 느끼는 설렘과 즐거움에 비한다면, 세월의 깊이와 추억을 머금은 노포식당은 할머니댁에 온 듯한 푸근한 안락감이라 할 수 있다.

노포(老鋪)란 대대로 물려 내려온 점포란 뜻으로,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버텨온 식당을 뜻한다. 단순하게 한자리를 지키고 특정 메뉴를 유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좁게는 개인의 추억에서 넓게는 살아 있는 역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때문에 전국 노포식당만 찾아 다니는 식객이 늘고 있으며, 투박하지만 켜켜이 쌓인 추억들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SNS와 같은 미디어의 영향으로 20-30대 젊은 손님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손님층을 이루고 있다.

지금은 국민 보쌈으로 자리매김한 ‘원할머니 보쌈’은 청계천에서 1975년에 작고 소박한 보쌈집으로 시작되었는데, 그 맛이 가히 천하제일이라 전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의 긴 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한다. 식당과 손님의 강한 연대감이 있었기에 그렇게 멀리서 찾아와 긴 기다림을 불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원할머니 보쌈 초기 본점(왼쪽)과 현재 점포의 모습. (사진=원앤원)
원할머니 보쌈 초기 본점(왼쪽)과 현재 점포의 모습. (사진=원앤원)

이후로 ‘원할머니 보쌈’은 꾸준히 단골고객이 늘어나면서 2000년대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하여 현재의 깔끔하고 세련된 식당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원할머니 보쌈’의 오랜 단골이었던 필자가 당시 리모델링된 ‘원할머니 보쌈’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 전보다 세련되고 넓어진 공간임이 분명한데도 마치 시골 할머니댁이 도시의 주택으로 바뀐 것 같은 서운함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노포식당이 직영, 프랜차이즈 형태로 번창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지만, 단골 고객의 입장에서는 많은 추억을 함께 해온 그들의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푸근함과 추억의 부재가 못내 서운할 수 있다.

한 곳을 뚝심 있게 지켜오던 노포식당이라 해도 도시개발 등의 외부 요소로 이전을 해야 되는 상황은 어쩔 수 없다.

도가니탕과 도가니 수육으로 유명한 ‘대성집’은 교북동 골목에서 60년간 한곳을 지켜온 노포집이었는데 2014년도에 지역 재개발 공사로 지금의 독립문 사거리 쪽으로 이전을 해야 했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 온 노포가게의 이전 소식에 단골들도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대성집’은 그런 단골의 서운함을 헤아리기라도 한 듯, 가게 한 켠에 박물관에 온 듯 예전 흔적의 사진들을 전시해 놓았다.

대표적인 노포식당인 ‘대성집’의 최근 모습과 매장 내부 벽에 걸린 옛날 대성집의 사진들. 오른쪽은 도가니수육. (사진=대성집).
대표적인 노포식당인 ‘대성집’의 최근 모습과 매장 내부 벽에 걸린 옛날 대성집의 사진들. 오른쪽은 도가니수육. (사진=대성집).

1966년 문을 연 이래 명동 번화가 골목을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 노포집 ‘미성옥’은 국수 말이 설렁탕과 양지, 사태, 차돌, 우설 등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 수육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노포식당이다.

이곳에서 설렁탕을 반주 삼아 소주를 기울이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치 ‘미성옥’과 오랜 세월을 함께 지내온 친구 관계에서 볼 수 있는 편안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60여년을 한 곳에서 지켜온 ‘미성옥’의 모습. (사진=미성옥)
60여년을 한 곳에서 지켜온 ‘미성옥’의 모습. (사진=미성옥)

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노포식당은 직영, 체인점으로 확장되어 국민 브랜드가 되기도 하고, 한곳을 꿋꿋이 지키며 동네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하는 식당도 있다. 사업과 장사를 떠나 이들의 공통점은 그 집만의 한결같은 꾸준한 맛과, 정성, 온정이 한 대 어우러진 주인 고유의 ‘맛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Who's 마리아 주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팅&푸드스타일링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푸드코디네이터, 일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테이블세팅‘ 개인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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