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의 길] 4차 산업혁명 - 콘텐츠가 국력이다
[정경석의 길] 4차 산업혁명 - 콘텐츠가 국력이다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10.0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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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필자는 몇 년 전 동남아 출장 중, 업무 후 저녁시간에 호텔 인근의 바닷가나 강가를 산책할 때마다 놀라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현지의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포터블 오디오의 볼륨을 맥시멈으로 틀어놓은 채 K팝 노래들을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무슨 가사인지 확실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명 한국말로 흥얼거리며 춤을 즐기고 있었다.

70년대 포크 세대인 나는 그런 노래에 관심이 없지만 그들이 듣고 부르는 것은 분명 K팝이었고, 그들의 춤도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아이돌을 보며 따라 하던 그 안무였다.

뿐만 아니라 현지 레코드샵을 갔더니, 그곳에는 클래식음악 CD보다는 한국의 팝 가수들과 한국 드라마 DVD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고, 한국 가수들과 배우들의 엽서는 물론 대형 브로마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6·25전쟁 후 만신창이가 된 국가의 현실 속에 우리가 가진 기술은 전혀 없었기에 나라의 경제를 일으키는 수출이란 것은 생각도 못했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팔아야만 살 수 있는 세상에 우리가 가진 것은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머리카락과 움직일 수 있는 몸뿐이었다. 서독에서 차관을 받는 대가로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에서 일하며 외화를 벌어 송금하고, 월남으로 젊은이들을 파병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원조를 받았다.

그렇게 초라했던 우리나라가 70년대 경공업, 80년대는 중공업 육성으로 점점 경제가 좋아졌고 급기야 90년대에는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먼저 성장했던 동남아의 아시아 국가들을 추월하며 생활환경이 더욱 좋아졌다. 또한 일본보다 더 품질이 좋은 전자제품과 가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며 국가의 소득곡선이 빠르게 상승했다.

이제 한국은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나아가서 디스플레이 산업까지 포함해 충분한 하드웨어적 먹거리들을 수출하며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였고, IT제품 또한 대한민국의 커다란 효자 상품이 되었다.

2년 전 스페인의 성곽도시인 톨레도를 여행할 때 마침 도시의 큰 축제가 있어 무리 중에 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가장행렬이 지나가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을 치켜들었는데,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이 삼성이나 LG 제품이었다. 삼성이나 LG 브랜드는 한국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일본이 전자제품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고 우리가 그 뒤를 따라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면, 이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일본이 하지 못했던 콘텐츠로서 한류를 내세워 음악, 드라마 등의 상품을 팔아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수출거리로 외화를 벌어들이며 전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잘 만든 드라마나 작품 하나만 있으면 그 여파로 더 많은 작품들이 뒤를 따라 히트를 칠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배우 배용준의 열연으로 일본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동남아에서도 히트한 ‘겨울연가’와 수많은 중국인들과 중동사람들이 열광한 드라마 ‘대장금’,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며 유튜브 조회수 30억이 넘는 ‘강남스타일’이다.

70년 동안 세계 팝음악 차트에 순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국내 노래였지만, 최근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이 우리말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잘 알 수 있다.

지금은 세계 어느 곳을 가든 K-Beauty라는 화장품샵이 있어 한국의 화장품과 화장 기술을 판매한다. 이런 추세는 아마 드라마 수출의 영향일 것이다.

이제는 K-Pop을 필두로 K-Beauty, K-Food 그리고 K-Culture까지 몰아서 수출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

폐차 직전의 종로12번 마을버스를 타고 세계여행을 일주한 임택 여행작가는 말도 통하지 않고 까다로운 이란의 국경 검문소를 지날 때마다 매번 드라마 ‘주몽’의 나라에서 왔다는 표시로, 손을 들고 ‘주몽’이라는 외침 하나로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무사통과를 하고, 이란인의 집에서 환대를 받으며 며칠을 묵기도 했다 한다. 콘텐츠 수출의 놀라운 영향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2012년 기준으로 콘텐츠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를 보여주는 통계치에는 디스플레이 1300억불, 반도체 3000억불, 조선 3700억불, 휴대폰 1조 5000억불 그리고 문화 콘텐츠가 무려 2조 2000억불에 달한다. 이중 미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젠 한국도 꾸준히 따라가고 있다.

종래의 콘텐츠가 방송국에서 많은 제작비를 들여서 만든 드라마였다면,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따라 저예산으로 스마트폰이나 PC로 시청하기 편하게 만든 웹드라마나 웹소설 그리고 웹으로만 발표하는 음악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영화의 소재도 다양해지고 시장도 무궁무진하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유튜브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는 동영상을 올려놓기만 해도 상품이 된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파는 아주 적절한 매개체인 유튜브는 조회수가 많은 영상들을 인공지능이 파악해 광고주를 불러오고 일정 수준의 히트를 넘으면 동영상을 올린 사람에게 예상치 않았던 수입이 생기기도 한다.

이전같이 음악이나 댄스 등의 수준을 넘어서 음악, 드라마, 교육, 상식, 요리, 여행, 광고, 매스컴 등등 한계를 규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소재를 다루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는 유튜브로 돈을 버는 방법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으며 동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기술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 개발은 풀어야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저작권료,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하고, 윤리문제도 간과하지 못할 문제이다. 자칫 허접하고 저급의 동영상들이 난무하여 인터넷이 쓰레기로 가득 찰지도 모른다.

일본은 Cool Japan이라는 산업 전략으로 지역토산품, 생활, 관광, 아트, 패션, 음식 부분을 육성하고, 영국은 미술품 및 고미술, 비디오/컴퓨터게임, 공예, 패션, 건축을, 호주는 마케팅, 대화형 콘텐츠, 건축을, 중국은 저널리즘(신문), 컴퓨터, 영상에 중점을 두고 콘텐츠 산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생활을 조금씩 혹은 급격하게 변하게 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콘텐츠는 인간의 생각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끝없이 진화할 것이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마치 당연한 미래의 변화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편하게 누워 두 팔을 베개 삼아 하늘을 보면 미래가 두둥실 날아와 내 옆에 같이 누워 있을 날이 오고 있다.

 

<정경석 프로필>
- 4차 산업혁명 강사, 여행작가, 교보생명 시니어FP
- 저서
*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2012)
* 산티아고 까미노 파라다이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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