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으로‘ 8천억 투입 자살률 30% 줄인 일본 수준 맞춘다고?
’200억으로‘ 8천억 투입 자살률 30% 줄인 일본 수준 맞춘다고?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9.2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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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03년 27.0명→2015년 18.9명 감소…중앙정부-지자체 합심
미국도 대학생 자살 늘자 1500억 전문가 2천명 투입 ‘감소 효과’
한국 내년 207억 日예산 3% 못미쳐, 유가족 지원은 아예 ‘제로(0)’
전문가 “적어도 2천억~3천억 필요”…“운영부터 제대로” 현실론도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13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OECD에 새로 가입하면서 리투아니아의 자살률이 우리나라보다 높아 최악의 불명예를 떨쳐버렸고, 매년 자살률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자살률 25.6명(2016년 인구 10만명 기준)으로 OECD 평균 12.1명보다 2배 이상을 기록하는 ‘자살고위험 국가’이다.

2016년 한해에 자살 사망자 총 1만 3092명, 하루 평균 자살자 수 36명의 인명손실을 낳고 있으며, 특히 청소년 자살자는 절대 수에서 줄었지만 자살률은 2015년 4.2명에서 2016년 4.9명으로 오히려 증가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정부 차원의 자살률 줄이기 에방 대책의 중요성이 최근 몇 년새 급격히 커지면서 이에 따른 국가 예산 지원도 비례해서 늘어나고 있다.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 예산은 2016년 85억원 수준에서 2017년 99억원, 2018년 168억원으로 증가했고, 보건복지부는 내년 2018년도 예산안 중 자살예방예산 208억원을 편성해 놓았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올들어 지난 1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확정 발표하고 범정부 차원의 자살률 감소 의지를 드러냈다.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의 핵심은 현재 자살률 25.6명 수준을 5년 뒤인 2022년까지 17.0명으로 낮춘다는 목표이다.

그러나 국내 자살예방운동 시민단체 및 학계의 전문가들은 이같은 국가행동계획의 목표달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자살예방대책에 불신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상위권의 자살률을 하락시키려는 의욕과 달리 실제 정책효과를 거두기 위한 예산 지원이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제3차 정책세미나 '자살예방! 예산은 얼마나 부족한가?'의 모습.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자살예방포럼 제3차 정책세미나 '자살예방! 예산은 얼마나 부족한가?'의 모습.

“예산 207억으로 일본 수준 자살률 감소 목표는 넌센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원 정책연구모임인 국회자살예방포럼의 제3차 정책세미나 ‘자살예방! 예산은 얼마나 부족한가?’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자살문제의 심각성에 대처하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미흡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자살예방 예산을 주제로 발표한 이원영 중앙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우리 정부의 국가행동계획은 거의 일본 수준으로, 일본이 12년에 걸쳐 자살률을 줄였는데 한국은 6년 동안 (일본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면서 “이는 일본보다 (자살예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03년 자살률 27.0명 수준에서 자살예방 전담조직 구성 및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12년만인 2015년 자살률 18.9명으로 30% 줄이는 정책효과를 거뒀다.

이 교수는 “미국도 2009년 대학생 자살률이 올라가자 예산 1500억원을 배정하고 임상심리 전문가 2000명을 투입해 치료에 나선 결과 자살률을 2/3 가량 감소시켰다”며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자살예방 효과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일본의 자살예방 정책 사례를 들어 자살예방 국고지원을 강조했다.

이 교수와 정부에 따르면, 일본은 2014년 3614억원에서 2016년 7927억원으로 2배 이상 투입해 자살률 줄이기에 적극 나섰고, 이 가운데 자살예방 캠페인 및 교육 등 사회적 지출이 절반이 훨씬 넘는 6000억원 차지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내년도 자살예방 예산 206억원을 일본 예산과 비교하면서 “이런 예산으로 일본 수준의 자살예방 목표를 세운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넌센스”라고 비판하며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강하게 비꼬았다.

우리 정부의 자살예방 적정 예산 규모로 최소 2000억원을 제시한 이 교수는 예산 부족뿐 아니라 국내 자살예방 인프라 미흡도 지적했다.

외국에선 정부의 정신건강정책과 지역사회 병·의원 의료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신건강지원센터·자살예방센터 같은 기관은 자살고위험군 환자 발굴에, 의료기관은 항우울증 약처방만 하는 유리된 역할만 수행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일본 같은 자살률 감소 효과 얻으려면 3000억 이상 예산 필요”

토론자로 나선 공공 및 민간 전문가들도 이원영 교수의 지적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조경연 전무는 “정부가 발표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의 목표를 예산 200억원 수준으로 가능할까요” 반문하며 이 교수의 회의론에 힘을 실어주었다.

조 전무는 보건복지부 자살예방백서를 인용해 “자살에 따른 미래소득 감소분이 6조 5000억원으로 이는 인구 1명의 자살 시 약 4억 5000만원의 미래소득이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소개한 뒤 “국가행동계획 목표대로 연평균 3000명씩 자살자를 줄이겠다는 것은 미래소득 1조 3000억원을 창출하겠다는 얘기와 상통하지만, 자살예방에 내년 207억원 예산(안)을 쓰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목표달성에 의지가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이 연간 8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연평균 5890명 가량 자살자를 줄였고, 이를 생애소득으로 환산하면 약 3조 300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추산됐다면서 이를 단순비교해 국내 자살예방 적정예산은 3120억원으로 나와야 한다고 조 전무는 주장했다. 하지만 내년 자살예방 예산은 이같은 적정예산 추산액의 겨우 7%에 불과한 점을 부각시켰다.

또한 조 전무는 자살예방 예산에서 자살 유가족을 지원하는 부분이 빠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통사고 유가족 지원에 613억원 예산이 지원되는데 반해 자살 유가족 수가 연간 7만 6000명으로 교통사고 유가족보다 3배 많음에도 지원 비용이 제로(0)라는 사실은 정부와 우리 사회가 자살예방에 관심 부족 또는 관심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보잉747기가 이륙할 때 5분 이내 지상 1만미터까지 상승하지 않으면 추락한다고 한다. 올해 원년으로 출발한 자살예방정책이 마치 보잉747이 날다가 떨어지는 꼴이 안되도록 해 주길 바란다”며 자살예방 예산 확대의 간절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일본과 한국 예산 동일선상 비교는 무리…효율적인 운용 중요”

반면에 또다른 토론자인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은 “자살예방 예산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면서도 “일본의 7900억원 자살예방 예산은 전 부처의 통합예산으로 보건복지부 207억원 예산과 동등한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백 사무총장은 국방부 예산에도 자살예방 관련 예산이 올해 290억원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우리 예산이 적은 것은 사실이며 증가 필요성이 있지만 동시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고민도 필요하다”며 현실론적인 접근법을 제시했다.

가령, 자살예방협회가 8년째 진행하고 있는 자살시도자 관련 지원사업의 도입 초기 어떤 민간기관도 자살시도자 지원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지역사회에 자살시도자 및 자살고위험자에 대한 지원정보를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정부의 정책이나 예산에 맞춘 인력과 서비스체계 구축이 지역사회에 원활하게 제공되고 쓰일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살유가족 지원을 위한 교육비 20억원 편성됐지만 여전히 유가족들에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사업 개선 및 평가 등을 제대로 점검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자살예방특별회계 필요…자살 유가족 예산 삭감은 잘못”

시민단체 및 기업 부문에서 생명존중문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공동대표도 이날 패널 토론에서 우리사회의 다각적인 자살예방 연구의 병행과 함께 이를 , 지원할 예산 기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임 공동대표는 교통안전 부문의 예산인 교통시설특별회계를 언급하면서 자살예방특별회계 또는 생명존중특별회계도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국가행동계획 내용이 막연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임 공동대표는 “맹독성 농약 규제, 뒷좌석 안전띠 매기 같이 초기에 적은 비용으로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는 사업처럼 자살예방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음에도 이를 감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에산 편성은 자살시도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죄악에 해당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필요하다면 고비용 정책수단도 다각적으로 동원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임 공동대표 역시 자살 유가족 지원 예산의 삭감으로 유가족을 방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5년간 204명 연평균 20.8명 자살, 현장순직자보다 많아 ‘충격’

이밖에 자살예방 현장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청의 토론자로 참석한 김종민 생활질서과 과장은 교량(다리), 숙박업소, 철도 등 자살위험장소 6200여곳 대상 상시순찰, 조명 및 취약시설 지역 680여곳 39% 개선, 자살예방 신고망 구축활동, 인터넷 자살암시 게시글 적발 및 삭제 등 경찰청 차원의 성과를 소개했다.

특히 경찰청 토론 내용 중 일선 경찰인력 자살자 수가 5년동안 총 104명으로 연평균 20.8명으로 집계돼 현장순직 경찰관보다 더 많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김종민 과장은 “현장에서 순직하는 경찰관보다 자살 경찰관이 더 많다”면서 “살인, 폭력, 자살 등 충격적인 사고현장을 수시로 목격하면서 받는 심리적 악영향과 흉기에 노출되는 위험에 따른 직업특성상 스트레스 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경찰관 자살을 줄이기 위해 마음동행센터를 운영해 심리상담, 힐링캠프, 공감힐링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김 과장은 “지난 8월부터 겅찰청 치안상황실에서 자살신고 현황을 집계하고 있는데 최근 하루 동안 253건이 신고 접수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통계상 일평균 36명이 사망하는데 이는 보통 하루 360건 신고 중 10%가 실제 자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현장에서 자살시도자를 구조하더라도 약 75% 가량은 자살예방 인프라 환경 속에서도 자살예방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좀더 국가와 사회가 인력과 예산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예산 증가추세, 유가족 지원책 다각적 모색중”

한편, 이날 정책세미나에 정부측 토론자로 나온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장영진 과장은 정부 예산이 많이 부족한 부분을 시인하면서도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 계획 발표와 예산 증액은 고무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민간 전문가들이 지적한 1차 의료서비스인 비정신과를 통한 자살고위험자 모니터링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의료업계와 연계시스템 구축, 건강보험시스템 적용 등 개선사항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자살 유가족 지원 예산 삭감 비판에도 보건복지부는 교통사고 유가족 지원과 형평성에 맞춘 심리상담, 법률 지원, 생활안정 지원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도 청소년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우리 사회가 좀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생건강정책과 조명연 과장은 이날 토론에서 “사회공헌재단과 같이 모바일 기반의 상담 지원 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7~8월 세종·대전시교육청 관할 학생들 대상으로 시범실시했고, 9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업에 투입되는 전문 상담사 인력을 한꺼번에 충당하는데 비용적 한계로 현재 80%를 자원봉사자로 운영하고 있는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내년 예산에 편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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