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에 ‘갑질’…스스로 ‘삥뜯기’ 표현도”
“인천공항, 면세점에 ‘갑질’…스스로 ‘삥뜯기’ 표현도”
  • 박찬옥 기자
  • 승인 2018.09.26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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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 의원 “자체감사서 ‘삥뜯기’ 지적 불구 ‘떠넘기기’ 계속”
이용객 사은행사에서 면세점에 떠넘긴 금액 10여년간 287억

[베이비타임즈=박찬옥 기자] 인천공항공사가 이용객 사은행사, 조형물 설치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280여억원의 비용을 면세점 사업자들에게 떠넘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런 행위가 ‘삥 뜯기’라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자체감사에서 받았음에도 여전히 떠넘기기를 계속해 ‘항공사 갑질에 이은 공항 갑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이 인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프로모션 사업 등을 통해 지난해까지 면세사업자들로부터 287억원을 걷었다.

인천공항은 2006년부터 이용객 사은행사 성격인 ‘공동프로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면세구역을 ‘에어스타 애비뉴’라는 명칭으로 브랜드화 하는 것으로 ▲계절별 인테리어·디자인 통일 ▲대형장식물 설치 ▲이벤트·광고·홍보 등이 주요 내용이다.

사업비는 연평균 32억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80%는 면세사업자가 내고 인천공항은 20%만을 부담해 왔다.

인천공항 입장에선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 행사를 치르고, 덕분에 면세점 매출이 늘면 임대수익까지 덤으로 챙기는 구조다. 면세점 임대료가 매출액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남원·임실·순창).

인천공항은 이런 행위를 스스로 ‘삥 뜯기’라고 표현하면서도 계속해와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

2012년에 실시된 내부 특정감사 보고서는 “면세사업자들이 공사(인천공항)를 갑을 관계로 보면서 불이익을 우려한다”며 “비용분담은 ‘삥 뜯기’로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면세사업자들은 이미 매출의 40%를 임대료로 내고 있어 추가부담을 재고해야 한다”며 “흑자 규모 등을 고려하면 공사가 비용 전부를 부담할 능력과 명분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에서 ‘삥뜯기’라는 지적을 받은 뒤에도 ‘비용 떠넘기기’는 계속됐다.

감사 직후인 2013년에 면세사업자는 총사업비의 80.9%를, 2014년에는 77.7%를 냈다. 2015년의 경우 면세사업자 부담 비율은 96% 이상에 달했다.

이 같은 ‘비용 떠넘기기’는 2017년 제2터미널 구축 당시에도 이어졌다. 인천공항은 면세구역 대형 랜드마크 조형물 설치사업 제작비 총 21억 중 15억을 면세사업자들에게 부담하도록 했다.

면세점 입찰 당시 아예 제안요청서에 입찰자들이 조형물 설치비용을 포함한 계획안을 제출하게 하고, 이를 평가해 점수를 주는 방식이었다.

과거 ‘비용 떠넘기기’가 문제가 되자, 이번엔 처음부터 면세사업자 스스로 사업을 제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용호 의원은 “전형적인 ‘갑질’ 문화”라며 “사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이같은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이 더욱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면세점을 대상으로 한 인천공항의 ‘갑질’은 입점업체 간 가격경쟁을 위축시켜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며 “국토부는 책임있는 감독기관으로서 감사에 나서 이번 사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재발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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