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희망이다] 임산부를 배려해 주세요
[아이가 희망이다] 임산부를 배려해 주세요
  • 김철훈 기자
  • 승인 2018.09.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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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섭 (인구보건복지협회 출산건강실장)

얼마 전 회사에 다니는 딸이 ‘요즘 전철을 타면 사람이 많아도 비어 있는 자리가 있어서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무슨 소린가 물어보니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예전에도 임산부 배려석이 있었지만 비어있지 않고 누군가가 앉아 있었는데 핑크색으로 색깔이 바뀌면서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고 전한 것이다.

솔직히 딸 본인도 이전에는 임산부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어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바뀐 임산부 배려석은 핑크색 의자에 벽면과 발판에 ‘임산부 배려석’ 이라고 쓰여 있어 눈에 확 띠어 자연스럽게 임산부를 의식하고 배려하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딸의 말을 듣고 나는 새삼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임산부를 배려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경우보다 ‘잘 몰라서’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산부를 배려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사회공동체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약자를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임산부 배려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절벽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출산율 저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산부 배려는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임산부를 배려하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택시기사가 임산부에게 건넨 흰 봉투의 정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화제가 됐다.

한 임신부가 택시를 탔는데 나이 지긋한 기사님이 택시비도 받지 않고 그 임신부에게 “순산을 기원합니다”라고 쓰여 있는 흰 봉투를 건네더라는 스토리였다.

이 기사님은 부산에서 택시를 운전하고 있는데, 자신의 택시를 타는 임신부들이 부담 없이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택시비를 받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미담이다.

훌륭한 이야기이지만 이처럼 뭔가 특별하게 임산부를 챙겨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20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사에 인구보건복지협회 임직원과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20일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사에 인구보건복지협회 임직원과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공공장소에서 자리 양보하기, 무거운 짐 들어주기 등과 같은 ‘작은 배려’도 임산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임산부의 입장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치인, 기업인, 임산부의 아내들을 둔 남편들의 임신 체험을 통해 임산부의 고충을 느껴보고, 행복한 가정을 키워가기 위해 어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지 고민해 보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남편 출연자들은 무거운 ‘가짜 배’ 때문에 쩔쩔매다가 ‘임신부의 몸이 이렇게 무겁고 힘들지 몰랐다’며 깜짝 놀랐다. 보통사람들에게는 별 일 아닌 것이 임산부에게는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는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임산부 배려석 자리양보’ 등 임산부들을 위한 홍보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는 수도권 및 부산·대구·인천·대전 광역시의 지하철공사와 손잡고 매월 공공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캠페인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임산부를 배려하는 작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나 한 사람이 먼저 임산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작은 배려를 실천하도록 노력해 사회 전반에 ‘모성친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임산부가 좀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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