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의 길] 인공지능, 9번 교향곡의 저주 풀다
[정경석의 길] 인공지능, 9번 교향곡의 저주 풀다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9.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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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베토벤의 교향곡은 9번까지 밖에 없는 것으로 아는데, 그의 10번 교향곡은 있을까, 없을까? 사실은 ‘있다’.

베토벤은 9번 교향곡 ‘합창’을 완성하고 10번 교향곡의 1악장을 작곡하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버렸다. 이 곡을 작곡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친구가 알았으나, 원본이 분실되어 안타까워했다.

비단 베토벤뿐일까? 말러, 드보르작, 슈베르트, 본윌리엄스 그리고 부르크너 등의 대가들이 9번 교향곡 작곡 후 다음 곡을 작곡하는 도중 혹은 작곡도 못하고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어 일명 ‘9번 교향곡의 저주’를 피해 가지 못했다.

다행하게도 베토벤 10번 교향곡의 경우 약 140년 후 스코틀랜드 음악가가 악보의 일부를 발견하고, 베토벤의 곡을 연구한 끝(Deep Learning)에 완벽한 베토벤 풍으로 10번 교향곡을 완성해 1988년 초연됐다. 당시는 전문적인 음악 재능을 가진 사람이 단지 경험과 전문 지식만으로 가능했다.

모차르트는 그의 평생의 역작 ‘레퀴엠’을 작곡하는 중 세상을 떠났다. 레퀴엠 중 일부는 모차르트가 관현악과 성악부문까지 완성했고, 또 일부는 성악부문만 완성하고 관현악은 일부만 되어 있는 등 작곡 도중 세상을 떠나 미완성으로 남았다.

이후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곡을 완성했는데, 레퀴엠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곡의 일부가 다른 사람에 의해 작곡됐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모차르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가 스승의 작곡 패턴에 대해 익숙(Deep Learning)했고, 그 흐름을 따라 완성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많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바흐 풍이다, 모차르트 풍이다, 차이코프스키 풍이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작곡은 나름대로 패턴이 있다. 인공지능은 학습효과 즉, Deep Learning 기능으로 이러한 패턴을 사람보다 더 완벽하게 분석한다.

바야흐로 4차 산업 혁명시대에는 거장이 남기고 간 차기작의 일부분이나 그들이 키워낸 수제자들이 없더라도 인공지능이 곡의 패턴을 분석해 쉽게 다음 곡을 작곡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음악뿐만이 아니다. 최근에 마이크로소프트와 네덜란드 과학자들은 합작으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더 넥스트 렘브란트’를 만들었다.

‘더 넥스트 렘브란트’는 화가 렘브란트가 자주 사용한 구도와 색채, 유화의 질감까지 그대로 프로그램 되어 3D프린터로 렘브란트 화풍을 완벽하게 실물로 재현해 전문가가 보아도 렘브란트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그림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 경우, 해당 그림을 렘브란트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모방이 진품에 가깝다면 사람들이 그 그림의 가치를 어느 정도라고 평가할지, 그리고 저작권문제는 어떻게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이러한 추세가 렘브란트뿐일까? 피카소, 마네와 모네, 고흐 등 유명한 화가의 화풍을 인공지능이 수없이 반복한 후에 패턴을 파악한 후 그 화가의 새로운 창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로봇이 새로 창작했다는 것을 못 느낄 정도로 완벽한 ‘재현’이 아닌 새로운 그림을 ‘창조’ 내지는 ‘모방’하고 있다.

몇 년 전 작고한 미국 추리소설 작가인 시드니 셀던의 애정추리소설을 전부 읽어 보며 느낀 것이, 그는 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해 등장인물들의 동선과 상황을 만들었다. 아마 그는 각 나라에 직접 가지 않으면 얻지 못할 교통정보와 호텔 정보, 지역 정보들을 직접 다니며 수집했거나 혹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도우미들을 통해서 얻었을 것이다.

요즘 눈을 끄는 기사가 있다. AI가 소설을 창작한다는 것이다. 몇 개의 테마와 상황만을 입력하면 전체의 스토리를 AI가 알아서 구성하여 사람들의 감성을 적당하게 자극하는 결말을 만든다. 이런 추세로 일본에서는 최근 인공지능이 창작한 소설이 SF 문학상 응모에 1차 통과했다고 한다. 과연 작가들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런 기술로 가장 위협받는 것이 아마 논문일 것이다. 지금도 논문의 표절여부를 검증하는 기술이 있지만, AI가 접목된다면 표절의 범위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 법망을 완벽하게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Deep Learning 기술을 더 깊이 응용하면, 개인이 좋아하는 음악과 미술, 소설 등의 취향을 분석하여 그에 맞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이 소유자가 어떤 예술 작품을 접할 때 심장이 뛰고 기분이 좋은 상태를 보이는지 분석하여 기존의 작품을 재창조할 수 있다. 어떤 음악을 들어야 아침 기상이 상쾌해지고, 벽에는 어떤 그림을 걸어 놓아야 할지, 어떤 책을 읽을지, 내 취향과 감성조건에 맞게 선별해 줄 것이다.

Deep Learning 기술은 이제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창작하는 기술로 발전될 것이다. 써도 되고 안 써도 되는 하드웨어가 아닌, 우리의 생각을 담는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통해 인간의 감성적인 수준까지 담아내는 것이다.

이전에는 ‘가요 톱텐’이 당시의 모든 유행하던 음악을 통틀어 순위를 정했다면 앞으로는 마치 아카데미상같이 각 장르별로 사람이 창작한 작품과 로봇이 창작한 작품을 나누어 시상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인간작곡과 인공지능 작곡부분, 인간미술부분과 3D프린터부분 등등. 그러나 그 것도 어느 시점에서는 구분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은 경계가 애매모호한 그 차이를 점차 잊을 것이며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것이다.

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한 아들은 내게 음악은 수학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수학을 컴퓨터보다 잘 할 수 있을까? 수학이 근본인 작곡을 사람이 컴퓨터보다 더 잘 할 수 있을까? 아마 이것도 알파고와 바둑천재의 대결처럼 누가 더 잘하는지 경쟁할 날이 멀지 않았다. 무서운 현실은 우린 먼 훗날 사람보다 더 친밀한 인공지능의 프로그램에 의해 울고, 웃고, 감동받고, 용기를 얻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경석 프로필>
- 4차 산업혁명 강사, 여행작가, 교보생명 시니어FP
- 저서
*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2012)
* 산티아고 까미노 파라다이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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