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에 차별없는 지원을…‘히트앤드런 방지법’ 도입 시급
미혼모에 차별없는 지원을…‘히트앤드런 방지법’ 도입 시급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8.30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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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혼모·부 3만3천명 편견·차별 속 ‘비혼 출생아’ 양육 어려움 가중
미혼부의 양육비 지원 의무화 촉구…내년 예산에 지원 대폭 증액 ‘숨통’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보건복지협회 주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발표 토론회'의 모습.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구보건복지협회 주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발표 토론회'의 모습.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혼모 자녀양육을 지원하는 이른바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을 만들어달라는 청원글과 함께 입법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은 자녀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의 안정적 양육 환경 조성을 위해 국가가 먼저 미혼모에게 양육비를 선지급한 뒤 그 비용을 미양육부모인 미혼부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간접적으로 양육비를 받아내는 제도이다. 미혼부에게 자녀양육 ‘책임’을, 자녀에게는 양육받을 ‘권리’를, 미혼모에겐 자녀양육 ‘기본환경’을 제공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히트 앤드 런 방지법 국민청원은 지난 2월 23일 시작해 한 달 만인 3월 25일 총 청원인원 21만 7054명의 지지를 받으며 현재 청와대 답변 대기순위 22번으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 국내 한부모가족은 전국에 154만 가구이며, 미혼모·미혼부 규모는 3만 3000여명에 이른다.

국내 비혼 출생아의 비율이 1.9%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39.9%보다 훨씬 낮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은 그만큼 1.9%의 미혼모들이 미양육 배우자의 외면과 ‘미혼모’라는 이유로 받는 사회적 차별과 냉대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미혼모의 자녀양육 실태를 보여주는 인식조사가 최근 발표돼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입법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지난 4~5월 모바일 온라인조사를 통해 미취학 아동을 키우는 10~40대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를 지난 22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 미혼모의 68.8%가 미양육부모인 미혼부 또는 미혼부 가족에게 ‘자녀양육비를 청구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는 얼핏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청원 취지와 상반된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왜 미혼모들이 미혼부의 지원을 원하지 않는 사정을 알 수 있다.

즉, 미혼모들은 자녀 출생 이후 양육 책임을 저버린 아이 아버지에 더 이상 ‘상종하고 싶지 않다’는 인간적 배신감이 강하게 깔려 있었다.

양육비를 청구할 계획이 없다는 이유로 미혼모의 34.4%가 ‘아이 아버지와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다’고 가장 많이 꼽았다.

다른 이유로는 ▲아이 아버지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 20.2% ▲아이 아버지 사는 곳이나 연락처를 몰라서 14.2% ▲연락하면 양육권을 뺏길까봐 9.2%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양육미혼모의 입장과 달리 실제 자녀양육에서 미혼모들은 ‘양육비·교육비 등 재정적 부족’을 최대 어려움(34.3%)으로 지적했다. 미혼부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과 달리 경제적 생계난을 걱정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혼모들이 자녀양육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족인 부모(30.6%)와 형제자매(12.3%), 친구 및 지인(13.9%)로 도움받고 있지만, 재정적 지원을 받을 곳이 없다는 응답이 38.4%로 가장 많다는 점에서 입증된다.

또한 응답 양육미혼모들이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필요한 과제 중 최우선순위로 다름아닌 ‘미혼부의 법적책임 강화’(32.9%)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히트 앤드 런 방지법 제정의 당위성을 명확히 해 주는 대목이다.

(자료=인구보건복지협회)
(자료=인구보건복지협회)

이번 인식조사에서 양육미혼모의 주거환경은 ‘재가(在家)’ 77.2%, ‘시설’ 22.8%로 개인주택 비율이 높았지만, 재가 미혼모의 과반인 54%가 ‘본인과 자녀’여서 가족과 배우자, 심지어 사회적 돌봄으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한 양육지원이 가장 절실한 10대 미혼모의 경우 73.7%가 시설거주자여서 가족과 배우자로부터 철저히 냉대와 외면을 받고 있었다.

양육미혼모의 경제적 능력을 알 수 있는 취업 상황도 절반을 넘는 51%가 ‘무직’이었고, ‘취업’은 37%에 머물렀다. 나머지 12%도 ‘학생’으로 사실상 무직상태였다.

취업 미혼모이더라도 근로형태가 계약직 32%, 일용직 31.6%로 10명 중 6~7명이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양육미혼모의 소득수준에서 평균 월소득 92만 3000원 중 근로소득 비중은 절반수준인 평균 45만 6000원에 그쳐 최저생계수준에도 훨씬 미달했다. 월 근로소득이 전혀 없다는 응답자도 60%에 이르렀다.

이같은 양육미혼모의 열악한 실태와 관련, 김희주 협성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는 ‘양육미혼모들은 가족과 지인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합법적인 보호자‘ 남편이 없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면서 ”미혼모의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현재 정부 정책이 시설보호 중심에서 재가 지원 강화로, 신혼부부 위주에서 ‘아이 있는 가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미혼모에 우선적 근로기회 부여, 미혼모 고용기업에 인건비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 미혼모가 익명으로 이용 가능한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 운영, 병원에서 출산과 가족등록을 쉽도록 하는 자동출생등록제 도입 등도 절실하다고 김 대표는 제안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2019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저소득 한부모가족의 아동양육비 지원금을 월 13만원에서 월 20만원으로 늘리고, 지원연령도 만 14세 미만에서 중·고등학생인 만 18세 미만까지 확대했다.

또한 청소년을 둔 한부모가족을 위해 자녀양육비 지원단가 역시 월 18만원에서 월 35만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차별 및 인식 개선 등 한부모가족 자녀의 자립 지원에도 올해 25억원에서 내년 47억원으로 2배 가량, 한부모가족 복지시설 개선과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에 올해의 5.5배에 해당하는 82억원으로 크게 증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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