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법적근거’ 이중잣대 논란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법적근거’ 이중잣대 논란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7.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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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의 4천300억원 일괄지급 권고는 법적근거 없어 ‘불가’
최저보증이율 예시금액 부족 금액 370억원 법적근거 없이 ‘지급’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 5만5,000명에 대한 ‘미지급금’을 놓고 금액의 크기에 따라 ‘법적 근거’를 이중적으로 적용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생명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즉시연금 가입자 모두에게 ‘미지급금’ 4,300억원을 일괄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정면으로 거부했다.

반면에 ‘법적 의무’는 없지만 해당 상품 가입 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상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연금액이 지급된 경우 37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차액은 지급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동 사안은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금감원의 권고안을 부결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부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사회는 다만 “법원 판단과는 별개로 고객 보호 차원에서, 해당 상품 가입 고객에게 제시된 ‘가입설계서 상 최저보증이율 시 예시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신속하게 검토·집행할 것을 경영진에게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5만5,000명의 가입자 모두에게 일괄지급하라고 권고한 4,300억원은 너무 커서 지급할 수 없고, 권고금액의 10%에도 못 미치는 370억원은 ‘고객보호’ 차원에서 지급키로 하는 등 이중잣대를 댄 것이다.

돈을 달라고 신청하지 않은 가입자까지 찾아서 4,300억원이라는 큰 돈을 주는 것은 ‘법적·절차적으로 무리이고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금감원의 권고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다만 ‘최저보증이율(연 2.5%)시 예시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연금액이 지급된 경우 차액은 ‘법적 지급의무’는 없으나 ‘고객보호’ 차원에서 주기로 함으로써 성의는 표시했다는 명분을 축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사회 결의는 납입 원금에서 사업비 등을 뗀 순보험료에 공시이율 예상치와 최저보증이율을 각각 곱하고 준비금까지 고려해 매월 연금액을 예시(156만원)했는데, 실제 지급액이 최저보증이율을 곱한 예시액보다 적은 경우만 차액을 메워주겠다는 의미다.

즉, 원금이 아닌 운용자산 기준으로, 준비금을 떼고 봤을 때 최저보증이율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만 ‘고객 보호’ 차원에서 차액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사회가 ‘법원의 판단’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차원의 민원처리 방식 대신에 정식으로 법원에서 싸우자며 금감원과 5만5,000명의 즉시연금 가입자들을 법정으로 불러낸 것이다.

4,300억원을 금감원의 권고대로 그냥 주느니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삼성생명은 그동안 약관에 ‘연금액은 산출방법서로 계산한다’는 문구가 있고 이를 어기지 않았다고 맞서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9일 ‘금융감독 혁신방안’에서 즉시연금 과소 지급으로 발생한 분쟁에 대해 ‘일괄구제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윤석헌 금감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괄구제가 안 될 경우 일일이 소송으로 가야 하므로 행정 낭비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 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일괄구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금감원 권고 거부가 즉시연금 일괄지급을 검토하고 있던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다른 생보사의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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