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족, “혐오 댓글 수사해달라” 경찰에 고소
다자녀 가족, “혐오 댓글 수사해달라” 경찰에 고소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7.25 1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엄정 수사·혐오 표현 규제법 촉구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자녀 7명을 둔 엄마가 다자녀를 혐오하는 댓글을 견디다 못해 급기야 댓글 작성자들을 고소하고 나섰다.

7남매의 엄마인 김모씨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다자녀 가정을 향한 혐오 댓글 피해사건을 경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부정적인 시각이 너무 많다. (아이를 많이 낳았다면서) 개, 돼지, 소같이 가축에 비유하는 댓글도 있었다”며 “너무 마음이 아팠고,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경찰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단 하나, 우리를 보는 시선을 바꿔달라는 것”이라고 기사 댓글 60여개를 추려 이들 작성자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청에 접수했다.

7남매를 둔 엄마와 자녀들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다자녀 가정을 향한 혐오 댓글 피해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정치하는엄마들)
7남매를 둔 엄마와 자녀들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다자녀 가정을 향한 혐오 댓글 피해 사건을 엄정하게 수사해달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정치하는엄마들)

김씨는 “우리 일곱 아이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혜택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나라에서 다 키워주겠네’라고 비아냥거린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나라에 어떤 것도 바란 적이 없다. 그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기만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씨의 큰딸인 중학교 3학년 윤모양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산하는) ‘햄스터냐’는 등의 댓글들을 보면서 사람들한테 실망했고, 평생 안고 갈 상처를 입었다”며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다자녀 가정 혐오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청의 엄정한 수사와 함께 혐오 표현 규제법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이 단체는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권리지만,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도 절대적”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람이 다치고 죽는 것을 방치하는 대한민국 사회는 명백하게 비정상”이라며 혐오댓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혐오 표현을 방치함으로써 혐오 문화를 조장해 공범자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혐오 표현 규제를 포기한 사이 혐오 댓글의 피해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미 대다수의 유럽국가와 캐나다, 뉴질랜드에는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법규가 있다”며 “혐오 댓글 피해자들의 삶은 망가지고, 아이들의 영혼은 좀 먹고 있는데 정부는 무얼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