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의 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복지
[정경석의 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복지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7.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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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유난히 복지정책이 많아지고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 안정된 직장을 제공하거나 최저임금 인상, 건강보험의 비급여항목 축소, 기초연금 인상, 기초생활 수급자 확대, 신혼부부의 주택지원 등 복지정책 발표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제공된 복지 체계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명확한 복지 방향과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퍼주는 복지보다 일자리를 주고 근로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하는 복지 정책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로 오히려 일자리 확대와는 역행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서민들이 일상적으로 종사하던 일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제일 빨리 사라지는 일자리는 고령자들이 주로 하던 단순하고 반복되는 업무의 직종으로 수금이나 접수, 재고관리, 정형화된 제품의 제조 등은 그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새로운 기술들을 배워 취업까지 가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들은 모두 생소한 단어들이고 무슨 뜻인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듣도 보도 못한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매스컴이나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아무래도 정년(停年)기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평생 하던 일에 정착되어 굳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앞으로의 일자리 구하기와 그로 인한 생활이 암담할 뿐이다.

때문에 국가에서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개개인에 알맞은 직업기술을 습득케 하고 훈련과 교육을 거듭해야만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국가들이 북유럽이다.

우리는 복지를 거론할 때 늘 북유럽의 복지 정책을 예로 든다. 그들은 어떻게 하는가. 내 조카가 노르웨이에서 현지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는데 지난 명절 때 한국에 왔기에, 가족들이 그 나라는 선진국이니 사는 것이 풍족하고 편하겠다고 했더니 아무리 노르웨이의 복지가 좋아도 맞벌이로 일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그들도 국민이 만족하는 복지 정책은 일자리를 통해서 유지되는 것 같다. 북유럽 국가들은 은퇴한 사람들의 적성에 맞는 재교육을 통해서 일자리 중심 복지로 경제 성장과 복지 유지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그곳의 나이든 은퇴자들은 어떤 일을 할까?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공항과 같은 각종 공공기관이나 봉사단체 등에서 안내 또는 간단한 서류접수 등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나이든 분들이다. 돋보기안경이나 보청기를 끼고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현실은 다르다. 접수, 분류나 안내 등 가장 간단하고 초보적인 일들도 기업이나 기관의 얼굴이라는 이유로 젊은이들이 차지하고 있어 노인들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이렇게 노인들이 평생 일 해오며 익힌 지식과 경험들이 모두 사장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미래는 20%의 노동력 인구가 80%의 국민을 먹여 살린다고 4차 산업 전문가들은 말한다. 놀라운 디지털 과학의 힘으로 다방면에서 노동력은 적어지고 생산량은 많아지면서 단가가 저렴해지니 ‘먹여 살릴 수’는 있겠다. 그러나 노동력이 없는 어린이를 빼고 일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들의 상실감과 자존감은 어떻게 될까?

점점 노인들의 인구가 많아지는 비대칭 규모의 현실에 무언가 그들의 자존감을 세워 주어야 하는 것이 스마트 시대의 복지일 것이다. 따라서 복지의 우선순위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와 재교육이어야 하고, 고용 제도의 개선과 아울러 소비성 지출인 연금보다는 교육과 보건 그리고 보육에 지출의 비중이 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유럽의 그리스와 남미의 베네수엘라를 통해서 배운 바가 있다. 그리스는 과도한 복지예산 정책과 무절제한 연금정책으로 은퇴하면 연금을 종래 받던 급여의 95%를 주었다. 이러한 복지 정책으로 국가의 재정 부담이 커져, 젊은이들은 거의 2명 중 한 명이 실업자가 되어 버렸고 결국 국가는 디폴트를 선언해 버렸다.

또한 베네수엘라가 국가부도상황의 지경까지 가게 만든 것은 국가의 장밋빛 미래로 인한 선심정책이었다. 중동지방의 석유 매장량과 버금가는 풍부한 셰일가스 매장량이 있는 것을 확인한 베네수엘라 정부는 개발도 덜 된 유전을 믿고 국민들에게 무상교육, 보건의료 서비스 무상제공, 빈민들을 위한 토지 무상분배 등 과감한 선심정책을 썼다.

그러나 허황된 지상 최대 복지국가의 꿈은 깨져 버렸다. 2013년 배럴당 유가가 110불 이상으로 오르니,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공급과잉으로 그만 중동산유국과의 치킨게임이 터져, 2015년 이후 40불정도로 급격히 떨어지며 한껏 기대로 부풀었던 경제 호황 풍선이 터져 버렸다.

일본은 과거에 경제성장에만 집중하여 SOC 확대를 위해 노력했으나 갈수록 국민들이 좌절감에 빠져들고 무기력해지는 것을 보고 이러한 현상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분배정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복지 부분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에 2015년 아베 정권에서 ‘1억 총활약 사회’ 정책을 내세웠다. 즉 앞으로 50년 뒤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고 젊은이도, 고령자도, 여성도, 남성도, 장애를 가진 이, 난치병을 가진 이도,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이도 모두 포용하여 활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계획은 경제 성장은 지속하되 육아를 지원하고, 노년에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보장 제도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우리나라 사회와 경제 그리고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10년 혹은 20년의 간격으로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일본의 이러한 정책을 간과할 수만은 없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단기간에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 국가의 하나로 손꼽힌다. 몇 십년동안 거쳐 간 몇 개의 정부는 저마다 복지를 외쳤지만 실제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그리고 저출산으로 노동인구는 줄고, 고령화시대에서 초고령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당초 예상보다 엄청난 복지 예산이 들었고 상대적으로 재정 위기를 걱정하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의 복지 시스템이 잘못되어 있지는 않은지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행정적이나 인력부족 혹은 적절하지 않은 업무처리로 복지기금들이 부적절하게 운용되고 있진 않은지 혹은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받고 있진 않은지, 이중 규제로 국민이 불편한 것이 있진 않은지 빅데이터나 블록체인 기능을 이용해 조사해 볼만하다.

다함께 잘사는 세상이 복지국가이겠지만 균형이 잡히지 않은 복지는 오히려 국민들이 소외감이나 불평등에 대해 더 불평하게 만들 것이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에 스스로 건강관리를 잘해서 더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고, 언제든 취업의 기회나 사회에 기여할 기회가 있을 때 즐거움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정경석 프로필>
- 4차 산업혁명 강사, 여행작가, 교보생명 시니어FP
- 저서
*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2012)
* 산티아고 까미노 파라다이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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