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 늘린다면서 유치원교사 임용은 줄이나”
“국공립유치원 늘린다면서 유치원교사 임용은 줄이나”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7.1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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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사전TO 499명, 전년도의 36% 수준 크게 축소에
전국 유치원교사 수험생들 발끈, 서울·세종시서 항의 시위
지난 7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울지역 유치원교사 임용고시 준비 수험생들이 2019년도 선발 정원을 늘려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서울지역 유치원교사 임용고시 준비 수험생들이 2019년도 선발 정원을 늘려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지난 7월 2일 정오가 가까운 낮 시간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건너편 KB국민은행 부근.

장맛비가 약하게 내리는 가운데 비닐비옷을 입은 남녀 젊은이 170여명이 ‘유아교육 공교육화’ ‘공립확충 교사증원’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교사인원 증원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날 시위를 벌인 주체들은 전국 대학의 유아교육학과 재학생 및 졸업자들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올해 2019년도 유치원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자 예비 유치원선생님들이다.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가 향후 5년간 국공립유치원 학급을 매년 500개 이상 확충해 오는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비율을 40%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왜 유치원교사 지망생들은 국회로 몰려와 비를 맞고 목소리를 높이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이날 ‘공립유치원 확충 시위’에 참가했던 유치원교사 임용고시 수험생 4명을 만나 시위 배경과 정부에 요구하는 주장들을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한 시위 참가자의 요구로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이름도 편의상 알파벳으로 구분했다.

취재에 응한 4명은 모두 여성으로, 재학생 1명, 유치원 보조교사(강사) 1명, 졸업한 예비수험생 2명이었다.

왜 시위를 했느냐에 질문에 재학생인 A씨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의 답변을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국공립유치원 비율을 4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는 올해 시도교육청이 공지한 2019년도 유치원교사 임용 사전TO(선발정원)를 전국 499명으로 정해 지난해의 2018년도 실제임용 TO 1365명의 3분의 1 가까운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주장이었다.

게다가 499명 숫자도 신설학급수를 반영한 유치원교사 수가 아닌 신설학급 수와 퇴직자 수를 포함해 산정한 숫자이기에 국공립유치원 비율 40% 달성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고 강조했다.

현재 병설유치원 보조교사로 활동 중인 B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에 2017년도 최종임용TO 596명은 공교육화 공약 전이라 할말이 없지만 2018년에 많이 선발한데다 공약도 나온 상황에서 2019년도 사전TO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2019년 초등교사 임용 사전TO는 임용 대기자가 엄청 밀려있음에도 유치원교사보다 더 많이뽑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치가 맞지 않고 이해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시위에 나선 또다른 이유로 유치원의 교사와 아동 비율을 낮춰 유아교육의 양질화를 도모하기 위해선 국공립유치원 교사 확충을 들었다.

실제로 유치원 교사와 아동 비율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유치원 교사와 아동 비율은 약 1:13인 반면에 한국은 1:28으로 매우 높고, 현재 국내 초등학교의 교사와 아동 비율(1:16)보다도 훨씬 높다고 유치원교사 임용 수험생들은 입을 모았다.

따라서 이날 시위에서 국공립유치원 확대, 유치원교사 증원 요구는 단순히 임용고시 수험생만을 위한 요구 차원이 아닌 교사 대 아동 비율 조정으로 아동의 위생 강화 및 안전사고 예방, 놀이중심·아동중심의 유아교육 본질을 회복하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피력했다.

취재에 응한 시위 참가자들은 모두 시위가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의도에서 모인 인원들은 서울지역 유치원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이었고, 서울 외 지역으로는 세종시에서 30여명이 따로 시위를 벌였다.

유치원교사 임용고시를 준비중인 졸업생 C씨는 “시도교육청의 2019년도 임용 사전TO가 발표되자 전국의 수험생들이 이대로 있어선 안되겠다, 우리의 목소리를 모아 주장해야겠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다음카페, 카카오밴드 등 대중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항의시위가 자발적으로 제안됐고, 서울과 세종시에서 직접 실력행사로 이어진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공립확충 교사증원’을 요구하는 시위에 교육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임용고시 준비생인 D씨는 “사전TO 발표 뒤 많은 수험생들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교육부 등 정부부서로 끊임없이 항의하고 민원을 접수했다”면서 “하지만 교육부의 답변은 납득하기 어렵고 기대이하였다”고 밝혔다.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 명의로 전달받은 정부의 답변은 2018년도 유치원교사 선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추가경정예산 배정에 따른 정원 추가로 현재 2019년도 정원규모 산정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수험생들이 요구한 2019년도 사전TO 축소의 근거를 해명하지 않았고, 예산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증원은 힘들다는 우회적인 대답이었다고 수험생들은 받아들였다.

더욱이 민원제기에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으로, 교육청은 교육부에 서로 알아보라고 책임회피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전국적인 항의시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이번 시위가 자발적 성격이고, 단체행동을 준비하는 중앙조직이 없는 현실 때문에 아직 추진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반면에 4명은 정부에 요구하는 바람사항으로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중요한만큼 교사 증원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재학생 A양은 “유치원과 교사를 확충하는 게 교사나 학부모 위한 일일수도 있으나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하는 것이기에 임용선발 TO 최종공고에서 정원이 많이 늘어났으면 하좋겠다”고 말했다.

졸업생 C씨도 “만약에 TO 증원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이번 시위를 통해 국공립유치원 확충과 교사 증원의 중요성을 정부가 명확하게 알았으면 좋겠다”고 교육당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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