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요양보호사 주52시간·휴게시간 ‘남의 일’
보육교사·요양보호사 주52시간·휴게시간 ‘남의 일’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7.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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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노동 개선” 긍정평가 속 사회복지 종사자 소외 확대 반발
특례업종 제외로 휴가시간 보장에 실현불가 ‘가짜 휴게시간’ 비판
지난 6월 2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임원과 어린이집 원장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어린이집 특성에 맞는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제공)
지난 6월 2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임원과 어린이집 원장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어린이집 특성에 맞는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제공)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한국은 세계적인 장시간노동 국가이다. 노동자 1명이 일년 동안 일하는 시간이 평균 2052시간(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많다.

1960~1980년대까지 고도성장의 경제개발 시대엔 한국인은 한강의 기적과 근면함의 대명사로 불리며 장시간 일하는 것을 국가와 국민의 긍지로 삼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자발적 장시간 노동이 아닌 국가 이데올로기적 수단과 함께 제도적 미비, 성장 제일주의의 기업문화 등으로 조장돼 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훼손해 노동자 또는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반성과 함께 개선의 움직임을 낳기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도 이같은 한국의 장시간 노동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5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최대 법정노동시간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이기로 결정하고 국회 합의를 거쳐 7월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먼저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장시간노동 단축과 함께 그동안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노동자 휴게시간의 사각지대였던 사회복지서비스 업종의 장시간노동 특례적용을 페지하고 1시간 휴게시간을 의무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사회복지서비스업이 소외계층이나 복지수혜층을 위한 공익적 특수성을 감안해 장시간노동을 허용해 오던 관행을 깨트리고 어린이집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의 휴게시간 보장을 통해 복리증진을 도모한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정책 목적과 달리 현장에선 사전준비 부족, 보완책 미비, 현장과 동떨어진 비현실성 등을 지적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종사자들은 법정 휴게시간을 ‘가짜 휴게시간’이라 평가절하하며 정부의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보육업계의 경우, 어린이집에 낮잠시간이나 점심시간, 특별활동시간을 활용해 보육교사에게 1시간 휴게시간을 제공하라는 정부의 지침에 보육현장 실정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휴게시간 활용에 따른 보육공백 혼란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6000명의 보조교사를 배치한다는 대책에도 ▲아이 돌봄의 특수성 간과 ▲보조교사 인건비 외에 추가되는 어린이집 비용부담 ▲실제로 일하는 ‘가짜 휴게시간’에 대한 수당 지원 미비 등을 열거하며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이같은 보육업게의 목소리를 반영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정부의 지원대책이 기대에 못미치자 지난 6월 2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린이집 특성에 맞는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보육업계는 보육교직원 휴게시간을 종전처럼 특례업종으로 복귀시켜 주고, 보조교사가 아닌 종일제교사를 배치해 줄 것을 호소했다.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베이비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보육교사의 휴게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현재 연령별로 최소 3명에서 최대 20명까지 규정해 놓은 교사 1명당 담당 보육아동 비율을 낮추고, 현재 하루 10시간에 이르는 보육교사 노동시간을 근로기준법상 8시간으로 표준보육시간으로 정하는 기본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의 생활과 이동을 돌보는 장애인활동지원사, 혼자 사는 독거노인을 돌보는 시설 및 재가 요양보호사들도 특례업종 제외로 휴게시간 1시간을 7월부터 의무적용 받지만 반응은 보육교사와 똑같다.

업무 특성상 요양시설이 아닌 경우엔 별도의 휴게실이 마련돼 있지 않고, 휴게실이 있더라도 수혜자의 특성상 한시라도 곁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업무를 제한하고 있어 사실상 휴게시간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요양시설 사업자들이 휴게시간 법정의무를 악용해 장애인활동지원사나 요양보호사들이 휴게시간을 쓸 수 없고 일을 했음에도 휴게시간의 수당을 월급여에서 공제해 경제적 불이익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인이 약속했던 아동보육 공약인 ‘국공립유치원 2022년 40%까지 확충’과 달리 정부가 2019년도 유치원교사 임용고시 사전TO(정원) 발표에서 전년도의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여 임용고시 수험생들이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공약 후퇴 해명 및 보육교사 증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장시간 노동 개선, 노동자 복리증진이라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반발은 정책 입안자들이 실리보다 명분에 집착해 몰아부친 역효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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