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아동] 그룹홈 아동 늘어나는데 시설·종사자 지원 ‘미흡’
[사각지대 아동] 그룹홈 아동 늘어나는데 시설·종사자 지원 ‘미흡’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6.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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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실태조사서 3년 전보다 보호아동 수 시설보다 증가율 앞서
급여·노동시간 타복지시설보다 열악, 종사자 불만족지수 더 높아져
안정선 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그룹홈 차별철폐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안정선 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회장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그룹홈 차별철폐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지난 6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공동생활가정 실태조사 발표 및 발전방향’ 정책세미나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에서 소외 당한 미성년 아동·청소년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살피고 있는지 현주소를 알려주는 자리였다.

그룹홈으로 불리는 아동공동생활가정 사업의 실태조사는 사회복지사업법을 근거로 3년마다 실시되는 복건복지부 법정사업으로 그룹홈 시설평가가 주심이다. 지난 2010년 1차 평가 이후 2016년 3차 평가까지 이뤄졌으며, 이날 실태조사 발표는 4차 평가의 결과 내용이었다.

이화여대 정익중 교수(사회복지학과)가 발표한 이날 ‘2017 아동공동생활가정 실태조사 연구’는 전국 344개소 그룹홈을 대상으로 시설장 344명, 종사자 618명, 아동 630명이 참여했고, 앞서 2014년 정익중 교수의 실태조사와 비교한 데이터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룹홈 시설보다 보호아동 증가율 높아 시설 지원 필요

2017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그룹홈 시설은 신고 510개 중 정부 지원을 받는 시설은 484개였다.

전국의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29개소로 가장 많았고, ▲서울 60개 ▲전북 46개 ▲전남 36개 ▲부산 35개 ▲광주 28개 ▲충북 27개 ▲경남 26개 순이었다.

종사자 수도 시설 수에 비례해 전체 1514명 가운데 경기도가 386명(25.5%)로 월등히 많아 2위인 서울(171명)보다 2배 이상을 차지했다. 그 외 100명 초과 지역으로 전북(131명), 부산(106명), 전남(102명) 등 3곳이 있었다.

공동생활 아동 수는 총 2758명이었고, 성별로 남자 1444명, 여자 1314명으로 남자가 130명 더 많았다. 지역별로는 ▲경기 741명(26.7%) ▲서울 312명(11.3%) ▲전북 234명(8.5%) ▲전남 187명(6.8%) ▲부산 176명(6.4%) ▲광주 169명(6.1%) 순으로 아동 수를 기록했다.

2010년의 시설·보호인원 수와 비교하면 시설 수는 416개소에서 510개소로 96개소(22.3%)가, 보호인원은 2127명에서 2758명으로 631명(29.6%)이 각각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 수치는 2010년 시설 한 곳당 평균 보호아동 수 5.1명에서 2016년 5.40명으로 변화된 것으로 단순산술 비교이지만 시설 증가가 보호아동 증가 추세에 뒤처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시설 운영비 국고 증가 불구 인건비 불만족 더 높아져

2004년 그룹홈의 법제화로 정부 국비지원은 시설 32개소에 2억 1500만원 처음 지원된 이래 2016년 448개소에 123억 800만원으로 늘어났다. 12년 동안 시설은 93%, 예산은 98% 비례증가한 셈이다.

그룹홈 국고지원이 2014년부터 본예산이 아닌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운영예산으로 변경편성됐음에도 그룹홈 예산 중 시설 종사자 1인 인건비는2014년 연 1960만 7000원에서 2015년 2019만 5000원으로 58만 8000원(2.9%) 소폭 인상됐다.

인건비 인상률은 2%대에서 줄곧 머물며 2017년 2255만 4000원(전년대비 2.8%)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8년에 2494만 2000원으로 전년대비 10.5% 인상이 반영됐지만 그룹홈 관계자들은 애초에 종사자 인건비가 최저임금 수준으로 열악해 다른 복지시설 종사자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선 정부의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과 처우개선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실태조사에서 그룹홈 종사자들의 월 평균급여는 150만~200만원 미만이 79.0%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150만원 미만은 10.2%, 200만원 이상은 10.9%를 나타냈다.

150만원 미만은 5.3%였고, 200만원 이상은 36.6%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과 비교해 급여 수준이 괄목하게 향상됐음에도 초기에 책정된 급여기준이 워낙 낮아 여전히 급여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종사자들의 급여 만족도 조사에서 ‘불만족’이 52.2%로 가장 높았고, ‘매우 불만족’도20.5%를 기록해 결국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2.7%였다. 2014년 조사에서 ‘만족하지 못한다’ 65.7%(매우 불만족 16.7%, 불만족 49.0%)보다 오히려 악화된 결과였다. ‘만족한다’ 응답도 27.2%로 2014년(34.3%)보다 나빠졌다.

낮은 급여 수준에도 종사자들의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이 무색할 정도였다. 비록 3년전보다 개선된 측면은 있지만 여전히 노동강도가 높았다.

일 평균근로시간이 ▲18시간 이상 16.6% ▲9~17시간 47.3%로 나타났고, 8시간 이하는 36.0%에 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룹홈 종사자들은 현재 가장 시급한 상황 1순위로 ‘보수체계의 개선’(70.7%)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2014년 조사에서 39.3%를 보인 것과 현저한 차이를 보이며 급여 불만족이 최대 애로점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2순위는 ‘근무시간 개선’이었지만 비율이 8.3%(2014년 30.4%)로 상대적으로 종사자들의 절박성 강도가 낮음을 보여줬다.

정부의 낮은 그룹홈 지원 실태를 알 수 있는 또다른 지표로 그룹홈 주거 및 소유 형태를 꼽을 수 있다.

그룹홈의 최대 장점인 가정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설운영자의 32.5%가 시설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며, 월세(14.9%), 전세(10.2%), 무상대여(9.15)를 제외한 순수 정부지원은 10.5%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번 실태조사에서 정부 미지원 시설 비중이 2008년 23.4%에서 2014년 10.2%, 2017년 5.5%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지원이 일정 정도 그룹홈 시설운영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다른 아동보호복지시설과 비교해 열악한 여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구책으로 그룹홈 개별 운영자들은 후원자 도움을 받고 있으나 금액의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홈 후원자 현황에서 이번 실태조사 응답자 325명은 후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86명과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시설별 후원자 현황에서는 2014년과 2017년이 비슷해 후원자 10명 이하가 과반인 5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21~50명 이하 19.7%, 11~20명 이하가 18.5%로 뒤이었다.

정교수는 “개인이 운영하는 그룹홈이 많은 탓에 후원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10명 이하 후원자 확보 형태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후원금 액수는 연평균 200만원 이상이 66.4%(2017년 기준)로 가장 높았지만, 차순위가 50만원 미만이어서 편차가 심함을 알 수 있었다.

 

미성년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성년이후 ‘자립 지원’도 시급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그룹홈 이용 아동들은 2017년 말 기준 초등학교 878명(31.9%), 중학교 701명(25.4%), 고등학교 613명(22.2%), 미취학 428명(15.5%)로 집계돼 한창 부모의 보호와 사랑을 받아야할 연령대인 저학년층인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아 우리나라의 요보호아동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제도권 교육에 편입돼 있는 초중고 학생과 달리 미취학 보호아동도 적지 않아 ‘사각지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아동을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보호해 줄 것인가 하는 중대한 과제를 남기고 있다.

정익중 교수는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은 만 18세 미만이 대부분이지만 20세를 넘겨 자립준비를 하거나 대학에 재학 중인 연령층도 2012년 169명(6.8%)에서 2017년 138명(5.0%)로 줄었지만,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 원가정 복귀를 못하는 아동들을 위한 자립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룹홈 종사자들이 꼽는 보호아동의 생활상 문제 1순위는 진로와 자립(29.5%)이었다.

2005, 2008, 2014년 세차례 과거 실태조사에서는 ‘학습부진’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 것과 달라진 양상이다.

이는 아동청소년들이 그룹홈에서 성장해 독립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면 학습부진(21.7%) 문제도 여전히 높았고, 아울러 정상가정에서 소외된데 따른 ‘대인관계(어려움)’(15.8%)나 ‘정서불안’(11.1%)도 보호아동 관리지원의 중요한 부분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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