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침대도 라돈침대? 방사성물질 관리 믿을수 있나
내 침대도 라돈침대? 방사성물질 관리 믿을수 있나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6.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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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침대 사태 뒤 불안감 확산 “과도한 공포 vs 피폭 무방비”
방사성 원료사용 수입품·생산노동자 안전도 "관리 구멍” 지적
주택 라돈 90% 이상 토양서 발생, 생활시설 방사능 저감 필요
자료=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자료=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지난 5월 초 대침침대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되면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방사성 물질’ 사태에 국민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모나자이트’라는 방사성 유발 원료물질이 새삼 국민적 주의를 환기시켰지만, 모나자이트 사용 문제는 이미 11년 전인 2007년에 제기됐음에도 정부와 기업들은 안일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시의적절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

그러다 동일본 쓰나미(지진해일)에 따른 원전 붕괴 및 방사능 누출이 발생해서야 정부는 모나자이트 규제 내용을 포함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방사성 물질 사용의 추적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전문가그룹과 시민환경단체는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주택 라돈 농도 기준을 다중이용시설 148베크럴(Bq)/㎥, 공동주택 200Bq)/㎥에적용하고 있지만, 기존 공동주택의 라돈 권고기준은 없었으며 올 1월에 와서야 신축공동주택의 라돈 권고기준(200Bq/㎥)을 설정했다.

이른바 ‘라돈침대’로 촉발된 방사성 물질의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위험 실태와 우리 사회의 대응 수준을 알아보는 자리가 최근 잇달아 열려 정부의 보다 체계적이고 좀더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방사성물질 국민보호방안 토론회의 모습.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방사성물질 국민보호방안 토론회의 모습.

책임부처부터 지정 ‘라돈 위험’ 컨트롤타워 필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선 사단법인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주관으로 ‘방사성물질에 대한 위험통제의 현실과 국민보호방안’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과 국회 경제민주화정책포럼 ‘조화로운사회’가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 및 토론자 등 참석자들은 일상 속에서 국민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사성물질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관리·통제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 및 제도적 보완대책을 하루빨리 만들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라돈이 뿜어져 나오는 방사성물질을 원료로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조사결과를 번복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지금 정부가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오늘은 침대에서, 내일은 지하수에서 (제기되는) 라돈 위험에 불안을 가중시키는 미봉책을 내놓을 것을 아니라 책임부처를 지정하고 라돈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를 쉽게 설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에서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원자력·양자공학과)는 “일반인들은 방사능의 다소경중에 관계없이 ‘0이 아닌 방사능은 무조건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는 무색무취·무증상 특성의 방사능을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여기는 막연한 공포감이 작용한 탓”이라고 말했다.

생활환경 속에서 라돈 가스의 유입 경로는 85~97%가 토양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설명한 정 교수는 “특히 지하실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철한 고려대 안산병원 과장(핵의학과)은 “방사성물질(피폭) 안전기준이 되고 있는 일반인 연간선량한도인 1밀리시버트(mSv)는 안전이 보장되도록 충분히 낮게 정한 것”이라며 “다만, 연간선량한도는 방사선 피폭원의 안전관리 수단이란 점에서 한도 이상이면 ‘위험’하고 미만이면 ‘안전’하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과학 및 의학계의 입장과 달리 소비자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김 과장은 지적했다.

즉,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한 제품으로부터 ‘원하지 않는 방사선 피폭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피력했다.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대진침대는 비록 사후조치일지라도 철저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대진침대 외의 모나자이트 대량구매업체를 신속하게 수배하고 생산된 제품의 안전기준 적합여부 조사와 공개, 제품생산 노동자의 방사능 피폭 검진 등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동시에 정부에 건축자재의 추가적인 라돈 피폭 방지 관리감독, 지하철 등 다중이용 지하시설에 환기 의무화, 라돈 농도 저감 시설 및 기술에 과감한 투자 등을 주문했다.

이어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도 문제 제품의 리콜에 신속하게 응하고, 실내공기의 환기 활성화 등 생활 속 방사능물질 해소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일회성 미봉책 아닌 ‘라돈 저감화’ 국가 프로그램 있어야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이사로 활동중인 조성경 명지대 교수(교양학부)도 “라돈은 자연발생적 방사성 가스”임을 환기시킨 뒤 발암물질인 라돈 영향으로 폐암의 유병 가능성은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라돈과 같이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흡연을 하고 있거나 과거의 흡연전력도 라돈에 따른 폐암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을 소개하면서 금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미국환경보호청(뎀)DMS 주택의 라돈 수준 저감화를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을 초과하면 집을 수리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실내의 라돈 수준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달성가능한 낮은 수준’을 국가 기준으로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 EPA는 홈페이지를 통해 라돈 측정 기구(kit) 구입처 및 무료제공처를 알려주고, 라돈 수준 저감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컨설팅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의 선례를 벤치마킹해 우리 정부도 라돈 위험 관련 정보를 정확히 국민과 공유함으로써 왜곡된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정부의 적절한 대응책으로 현재 혼용되고 있는 베크렐(bq), 워킹레벨(WL), 피코큐리(pCi) 등 측정치 단위를 미국처럼 pCi로 통일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주택의 실내공기 속 라돈 수준을 언제든 측정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라돈 측정전문가와 측정 기구의 정보와 서비스를 유무상으로 제공하자고 했다.

이어 라돈 위험 관리를 책임질 수 있는 책임부처를 지정해 라돈 관리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작업이 시급하며, 국가 차원에서 라돈 위험 저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대책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국내 라돈지도 작성, 실내공기지하수 등 일상환경의 라돈 기준치 설정, 주택학교공공시설의 라돈 관리, 건물신축 시 라돈 예방을 위한 건축법규 개정, 주택매매 시 라돈 측정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진두 한국과학기자협회 회장은 문제의 모나자이트 원료를 사용한 가공제품의 관리에 허술하며, 특히 방사성물질 원료의 수입가공제품 관리 또한 ‘구멍’ 상태라고 크게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음이온 방출 용도의 카페트를 만드는 원단이 국내에 전량수입되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 조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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