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의 길] 4차산업혁명 시대 - 듣보Job
[정경석의 길] 4차산업혁명 시대 - 듣보Job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4.3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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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의 입이나 방송에서 ‘듣보잡’이란 말을 들었다. 뜻을 검색해 보니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라는 표현이라 한다. 문득 요즘 4차 산업혁명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단어가 연상되었다. ‘듣보Job’, 듣도 보도 못한 Job, 새로운 일자리를 이렇게 표현해 보았다.

이제까지 생각도 못했던 신기술의 개발로 종래의 직업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면서 더불어 ‘듣보Job’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종래의 군사 목적이나 방송촬영용으로 사용하던 드론에 관한 직업, 기계 부품을 제작하기 위해 주로 쓰이던 3D 프린터의 다양한 용도에 따른 여러 직업들이 생겼다. 또 각 기업들이 실험용으로 만들어 보던 로봇은 이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용이 가능하고, 아이들 놀이로만 여겨지던 컴퓨터 만화를 상업용으로 제작하는 웹툰 기획자의 인기가 높다. 이밖에도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직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 이면에는 한창 일할 나이에 있는 중년층들이나 기존 일자리들의 전문가가 되기를 노력했던 청년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해당 직무(직업)의 전문가가 되었을 때, 새로운 기술의 개발로 그 일을 누구나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어디에도 취업할 곳이 없는 현상들도 수없이 많이 보고 있다.

필자가 80년대 초, 대학 졸업 후 복잡한 설계도면을 그리는 첫 직장에 사원으로 들어갔을 때 넓은 사무실에서 제도판에 능숙한 솜씨로 삼각대와 각종 도형자를 가지고 도면을 그리는 직원들을 보았다.

당시 이 일은 모두 전문대생들이 하고 있었고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주로 지시를 하거나 계산을 맡아 했었다. 그러다가 CAD가 나오면서 이런 모습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해야 하는데 경험 많은 고급 엔지니어들은 컴퓨터를 다루지 못했고, 변해가는 업무방식을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 했다.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해 번역으로 생활비를 벌던 똑똑한 K씨는, 이제 전 세계 백여 개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는 어플 때문에 고객이 부쩍 줄었다. Y씨는 치기공사 기술자격증을 어렵게 공부해 자격증을 받았는데, 이젠 치기공보다 3D프린터가 더 정확한 치아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이제는 번역어플을 통해 작성된 글보다 사람들의 묘한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단어를 찾아 주는 번역전문가와 3D 프린터를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설계하고 제작하는 일자리들이 많아질 것이다.

또한 종래의 관습처럼 이루어지던 직업들은 대부분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법원이나 구청 앞에 줄지어 있는 공증사무소들은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모두 사라지고, 이제까지 모든 판례를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사건의 성격을 파악하여 더 이성적이고 경험에 근거한 데이터로 사건의 결론과 형량을 확정 지을 수 있으니,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법복을 입고 근엄하게 앉아 나무망치를 두들기는 일보다 데이터를 정리하는 관리자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병원도 간단한 검진을 통해 정확한 병명과 처방 그리고 치료 방법이 보편화되다보니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는 학과는 더 많은 데이터를 정리하여 정확한 병명과 처방전 그리고 치료의 과정들을 알려주는 프로그래머가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듣보Job’을 가진 사람들을 더 필요로 하는 변해 버린 세상에 나아갈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육시스템은 이 변화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제일 먼저 교육이 빠르게 변화되어야 하는데, 우리네 시스템상 교육은 기술의 변화보다 늘 뒤쳐지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

오래 전에 주부가 어물시장에서 폰카메라로 생선을 비춰 주며 집에 계신 어머니에게 어떤 생선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물어보는 모 스마트폰의 광고가 나왔을 때 이미 대학교는 스마트폰과를 신설하여 향후 한국의 대표적인 상품이 될 스마트폰의 카메라에 대해 학생들의 교육수준이 한참 앞서가 있어야 했다.

스타워즈 3편이 처음 나오던 1977년에 이미 드론학과를, 1985년 천재 감독이 만든 영화 백투더 퓨처에서 주인공이 날아가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장면에서 신개념 자동차학과를,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특수 장갑을 끼고 허공에 있는 스크린을 손으로 이리 저리 옮길 때 국내의 대학에서는 증강현실과 게임전문과의 학생들을 배출하여 장차 다가올 변화된 세상을 위해 큰 역할을 담당했어야 했다.

듣보Job들은 이미 이같이 여러 경로를 통해 예견되었었다. 90년대 중반 아바타로 채팅할 때부터 아바타시장이 새로운 사업이 될 것을 알았었고, 개인의 홈페이지가 보편화되어질 때 어쩌면 개인의 홈페이지를 삭제해 주는 디지털 장의사 사업 같은 것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니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엔지니어가 장래 유망한 직업이 될 것이며, 점점 노령화가 심해지고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니 노후와 여가시간을 컨설팅해 주는 직업이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국가의 제일 큰 사업인 자동차 사업과 전자사업이 이제 무인자동차 개발이 보편화되어 가는 세상이니 자동차와 전자회사들의 기술융합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로 이어진다. 자동차회사는 전자부문을, 전자회사는 자동차부문을 마치 햄버거의 패티와 야채처럼 동시에 개발해야 할 것이므로 그로 인한 산업의 패러다임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그 뿐일까? 앞으로 기계를 통한 이동은 자동차에서 개인용 드론으로 변할 것이다. 이동을 위한 일인용 드론은 보편화 될 것이고 일인용은 곧 다인용으로 변할 것이다. 이미 세상은 드론에 대해 무궁한 발전이 있을 것으로 알기에 이와 관련된 산업은 아마 천정부지로 많아 질 것이다.

가장 많이 변화될 것이 아마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산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앞으로는 질병을 컴퓨터에 연결된 각종 장비로 치료할 것이기에 이와 관련되는 산업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화될 것이다. 암이나 특수유전인자를 가진 질병 등 대대로 내려오던 가족력은 DNA가위를 이용하여 유전인자를 바꾸어 사람의 수명을 늘리는 일이 가속화될 것이다.

아직 많은 규모는 아니지만 사이버보안이나 인공지능전문가, 플랫폼기술자, 클라우드 관련 업체들, 사물인터넷(IoT)기술과 생체인터넷(IoB) 관련 사업, 스마트도시설계사, 노령화를 대비한 가상현실을 통한 헬스케어와 의료사업 등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번창할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 개인과 기업의 상상력은 곧 새로운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다. 거의 모든 기술은 다른 산업들끼리 융합될 것이기에 이젠 한가지의 주된 기술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교육의 커리큘럼은 다양성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고, 대학을 나와 직장을 가지더라도 개인의 노력과 사회의 요구에 따른 기업의 끊임없는 후속교육이 필요하다. 즉, 우리는 모두 ‘듣보Job’에 대처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정경석 프로필>

- 4차 산업혁명 강사, 여행작가, 교보생명 시니어FP

- 저서

*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2012)

* 산티아고 까미노 파라다이스(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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