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의 길] 4차 산업혁명의 도움으로 여행 떠나기
[정경석의 길] 4차 산업혁명의 도움으로 여행 떠나기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4.18 14: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정경석 4차산업혁명 강사·여행작가

찬송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찰싹거리는 작은 파도 보고 맘이 헤아려 못 간다.’ 즉 믿음이 없어 작은 것에 너무 걱정한 나머지 큰일을 못한다는 이야기다.

스페인의 800km 순례길을 한 달 동안 걷는 ‘산티아고 까미노’를 다녀오니 많은 사람들이 내게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혼자 여행으로 산티아고 까미노를 가려니 출발하는 곳까지만 데려다주면 노란 화살표를 따라 순례길 끝까지 걷는 건 자신이 있는데, 그 출발지까지 가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도 모르니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도, 파리에서 테제베 기차를 타고 가서 또 한 번 기차를 타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되어서 못 간다는 말이다. 길을 잃으면 말도 통하지 않을 텐데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숙박하는 곳에 빈 방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사고를 당하면, 물건을 잃으면, 아프면 병원은 어떻게 하나 등등.

나의 많은 해외여행 경험으로 볼 때 세계 어디를 가나 굳이 그 나라 언어를 잘 못해도 바디 랭귀지로 다 통할 수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체면 때문에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젠 이런 걱정을 모두 내려놓고 떠날 수 있는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이제까지 내가 전혀 가본 적이 없는 나라도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불편함 없이 거의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것을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가지 기술 중 하나라 했다.

가까운 시일 내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제일 먼저 비행기를 예약해 보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스토어인 ‘플레이스토어’를 열고 검색창에 ‘저가항공권’을 입력하니 몇 개의 앱들이 주르륵 뜬다. 그 중 점수가 제일 높고 무료앱인 ‘익스피디아’을 설치하고 화면에 뜨는 절차대로 가입하고 출발지와 도착지, 여행기간, 인원수, 그리고 좌석등급을 입력하면 주르륵 항공사들의 이름과 가격이 열거된다. 항공사 하나를 선택해 신용카드 결제로 비행기 표를 예약한다.

이번엔 호텔을 예약하자. 같은 앱으로 예약해도 되고, 요즘 TV 드라마에서 자주 PPL되는 ‘호텔스컴바인’ 앱으로 예약해도 된다. 이러면 일단 왕복 항공편과 호텔은 예약했다. 그럼 유럽의 철도를 예약해 보자.

다시 어플 검색창에 ‘유럽철도 예약’을 입력하니 유럽의 모든 철도를 예약할 수 있는 앱들이 보이고 그중 한국어 지원이 되는 앱을 선택해 설치한 후 일정에 맞는 철도편을 선택해 좌석 등급 또는 할인율 등을 고려하여 예약할 수 있다.

자, 이제 일차적으로 큰 준비는 다 끝난 것 같다. 이젠 여행 짐을 꾸려야 한다. 이것도 앱의 도움을 받아보자. 어플 검색창에 ‘여행준비물’을 입력해 여러 앱 중 하나를 선택, 메뉴대로 따라가면 내가 필요한 물품 목록이 주르륵 보이고 필요한 것을 골라서 쿠팡, 위메프 등 각종 소셜커머스 앱으로 구매하면 된다.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떠나자. 한국을 떠나는 것 정도야 혼자서 할 수 있다. 여권만 사전에 등록해 놓으면 굳이 공항 카운터나 법무부 심사대를 거치지 않아도 쉽게 출국할 수 있다.

유럽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 만나는 어려움이 번역이고 통역이다. 생전 외국어를 해본 적이 없으니 사람 만나는 것이 겁이 날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 놓아야 할 앱이 바로 ‘구글번역’이다. 이 앱을 설치한 후 화면에 도착한 나라의 언어를 선택하니 칸이 위아래로 나눠지고, 쌍방마이크가 그려진 아이콘을 선택하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만약 입국심사에서 무엇인가 물어볼 경우 그 말이 즉시 통역되어 한국어로 뜬다. 그럼 다시 한국어로 대답하면 그 나라 말로 통역되어 스마트폰 스피커로 나온다. 신기 방기. 누구나 와라. 스마트폰이 다 해결해 줄 것이니 이젠 자신감이 생겼다.

전철 티켓 자동판매기에 쓰여 있는 불어나 영어를 구글번역 카메라를 이용해 한글로 보면서 티켓을 구입하고 시내로 나왔다. 그런데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복잡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네이버지도 앱을 열어보니 낯선 나라인데도 내 위치가 정확하게 보인다.

이젠 오지가 아니라면 세계 어디를 가도 구글지도나 네이버 지도로 내가 갈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내가 있는 위치와 내가 가야 할 곳을 검색하니 정확한 루트와 시간, 거리가 표시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파리에 왔으니 백화점에 가보고 싶으나 어디에 있는지 몰라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한 ‘네이버 클로바’ 앱을 켰다. 그리고 스피커 아이콘을 터치하고 이렇게 말했다. “이 근처에 백화점이 어디 있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에 쏙 들어오는 한국말로 근처의 백화점들을 알려주고 백화점 사이트까지 표시해 준다.

신나는 여행의 시작이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

길을 걷다가 배낭을 멘 젊은 한국청년들을 만났다. 그들은 호텔에서 숙박하지 않고 스마트폰 앱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비어 있는 개인 가정집을 빌려 싼 값으로 지내고 있다 한다. 그리고는 콜택시가 왔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외국에서 스마트폰 어플로 한국의 카카오택시 같은 우버택시를 불렀기에 바가지요금이나 위험 같은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한다.

실컷 돌아다닌 후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까? 근처에 맛집이 있을까? 오픈테이블이라는 앱을 이용하니 내가 있는 근처의 맛집들이 지도상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럴듯한 레스토랑의 사이트를 들어가니 입이 저절로 침이 돈다. 올려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예전 같으면 수없이 많은 작품을 설명해주는 이어폰을 끼고 작품 앞에 가면 몇 가지 언어로 설명이 나왔는데 이젠 스마트폰으로 그 작품을 비추기만 해도 한국어로 된 설명이 보인다.

저녁 늦게까지 놀다가 호텔에 들어와 호텔 키를 어디에 두었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호텔은 스마트폰 앱으로 문을 여닫을 수 있다. 따라서 처음 체크인 할 때부터 호텔의 프론트 데스크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여행을 다니면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다. DSLR 카메라만큼 선명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구글포토스 앱을 이용해 모두 전송하고 나면 메모리에 여유가 있어 늘 실컷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으로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아마 다른 분야의 사업도 사람이 쉽게 다룰 수 있게 만든 기능을 이용하면 전문가가 아니라도 급하게 변해가는 세상을 따라갈 수는 있을 것 같다. 드론도 굳이 버튼을 조작하지 않아도 말로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제는 자신감 있게 말해보자.

“얘들아, 이제 엄마는 혼자 훨훨 세상을 날아다닐 거니까 그리 알아라.”

 

<정경석 프로필>

- 4차 산업혁명 강사, 여행작가, 교보생명 시니어FP
- 저서
*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2012)
* 산티아고 까미노 파라다이스(201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