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 근무 보육교사 ‘8시간 표준보육시간’ 공감대 확산
12시간 근무 보육교사 ‘8시간 표준보육시간’ 공감대 확산
  • 이진우 기자
  • 승인 2018.04.11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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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자 의원·한어총 “주 6일-하루 12시간 이상 27년 전 규정 안될 말”
종일반 영아 보완대책, 적정수준 표준보육료·부모부담 산정 등 선결과제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표준보육시간 도입 추진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김용희 회장이 보육교사 과다근무를 개선하기 위한 표준보육시간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표준보육시간 도입 추진 정책토론회'에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김용희 회장이 보육교사 과다근무를 개선하기 위한 표준보육시간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어린이집 교사의 과다한 노동시간을 해소하기 위해 ‘8시간 표준보육시간’ 도입의 필요성이 보육업계와 학계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으로 예상되는 보육서비스의 공급자인 어린이집은 물론 수요자인 부모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준보육시간의 개념 확립, 종일반 영유아에 대한 보육대책, 시간제보육 병행 실시의 폐단 제거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보육정책 권위자인 서영숙 숙명여대 명예교수(아동복지학부)는 지난 5일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 주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주관의 ‘표준보육시간 도입 추진 정책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의 방관자적 정책 의지가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여건을 초래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서 교수는 “지난 27년 동안 (정부가) 기본보육시간 규정을 두지 않아 영유아의 장시간 보육을 일반적인 것으로 여기게하고 부모의 과다한 이용시간 요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면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과로 여건과 그에 따른 보육의 질 저하 가능성을 방치하다시피해 참담할 지경이다”고 말했다.

즉, 지난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시행 이후 올해까지 관련 시행규칙이 47회나 개정됐음에도 어린이집 운영은 ‘주 6일 이상, 1일 12시간 이상’ 규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용마저 ‘부모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강화돼 왔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정부 ‘수요자 편의 우선’에 부모들도 초과근무 ‘당연시’

이같은 노동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보육업계의 줄기찬 개선 움직임이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제3차 중장기보육 기본계획(2018~2022년)’에서 표준보육시간 도입을 이끌어 내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표준보육시간 도입을 표명했음에도 여전히 정부는 표준보육시간제 개념 정의나 규정을 내리지 않아 보육서비스 공급자인 어린이집과 수요자인 부모 양측으로부터 걱정과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의 중장기보육 기본계획에서는 표준보육시간 도입을 전제로 노동시간을 6시간, 8시간, 10시간, 12시간 등으로 나눠 부모들의 보육위탁 이용시간 다양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서교수는 “10시간이나 12시간을 표준보육시간으로 하는 것은 영유아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비록 유아의 경우 12시간 무상보육이 허용되고 있으나 유아의 부모양육을 받을 권리, 가정양육의 중요성, 보육교사의 과다 노동시간, 국가의 재정부담 등을 고려하면 표준보육시간을 줄이도록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1일 8시간’으로 할 경우, 현행 종일반 무상지원 정책의 후퇴로 여겨져 유아 부모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면서 종일반 수요층의 지원 및 8시간 초과노동 보상 같은 후속대책이 면밀하게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표준보육시간 도입으로 부모들이 기준보다 적은 시간을 이용할 경우 가정양육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필요한 추가지원 계획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동권리를 위한 가정양육 장려라는 정책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어린이집이 아닌 다른 기관 이용 증대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표준보육시간제 도입의 보완책으로 민관 운영 문화센터와 복지센터 같은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시간제보육의 확대 계획에 서 교수는 “어떤 서비스의 기준과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따라 보육정책의 방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가정양육 지원 서비스의 다양화라는 점에서 전향적이지만 문화센터나 복지센터가 ‘보호자의 위탁을 받아 영유아를 보호하는 기관’이 되려면 영유아법의 법적 요건을 갖춰야 함에도 의무 조항이 없으면 결국 현행 어린이집 중심의 보육서비스 질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또한 현재 어린이집 시설의 포화상태, 출산율 급감 등을 감안하면 시간제보육을 위한 문화센터·복지센터 활용 확대는 보육인프라의 중복투자에 따른 보육재정 낭비, 또다른 영유아 사교육 경쟁 초래 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서교수는 밝혔다.

이밖에 맞춤형 보육의 경우, 표준보육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이용하는 영유아가 많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어린이집의 운영난을 막기 위한 표준보육비용 계측, 종일반 영아수 감소에 따른 영아교사의 급여축소나 근무 안정성 훼손이 없도록 교사인건비 지원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표준보육료·부모 초과보육 자부담 등 현실화 필요

한편,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표준보육시간의 1일 8시간 법제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김 소장은 “표준보육시간 법제화 목표는 안정적인 어린이집 운영을 통한 육아부담 해소,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 교직원의 처우 개선에 있다”고 강조한 뒤 “법제화로 유치원 수준의 보육교사 인건비를 포함한 보육료 산정, 보육료에 대한 정부 및 부모의 적정한 부담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토론자인 전국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이남주 회장도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평균 11시간 55분(2015년 보육실태조사결과)에 이르는 현실을 언급하며 8시간 표준보육시간 법제화에 적극 찬성했다.

특히, 현행 유치원 교육과정 편성시간기준(1일 4~5시간)이 교직원 노동시간 및 유치원 운영시간(1일 9시간 내외) 간 상호충돌이 없는 점을 거론하며 최도자 의원이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중심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의원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8시간을 기준으로 표준시간보육과 연장시간보육으로 구분하고, 연장시간보육을 이용할 경우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부모에게 경제 부담을 없도록 비용을 전액 국가부담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어린이집 보육교사 대표로 참석한 경기도 고양시 시립마두어린이집의 송민영 교사는 어린이집 12시간 운영에 따른 초과근무 실태와 교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표준보육시간의 법제화, 보육인력 추가배치, 보육교사에 정당한 처우를 호소했다.

또한 학부모 패널인 최정애 씨도 어린이집도 유치원과 동일한 표준보육시간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특히 영유아·교사·부모 모두 제대로 된 권리를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보육 현실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여 행사장을 숙연하게 만들고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자료=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
자료=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

 

복지부 “보육체계개편TF 논의 진행, 공론화 거쳐 확정”

앞서 토론자들이 보육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면 육아정책연구소와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토론자 2명은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정책 실행과 형평성을 맞추는 입장을 개진했다.

정부의 보육정책 입안 싱크탱크인 육아정책연구소 실무 전문가인 이미화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표방하는 교사 및 교육프로그램·교육시설의 질 균등화를 위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격차 완화 추진 맥락에서 “표준보육시간 도입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어린이집 교사들이 여전히 보육 외 준비 및 기타 업무시간의 확보가 어렵고, 휴게 및 점심시간의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에 공감을 표시하며 어린이집 운영시간의 조정 방안으로 ‘기본운영 8시간+추가운영 4시간’을 제시했다.

즉,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통 기본운영시간을 8시간(오전 9시~오후 5시)로 정하고, 전후 추가운영시간 4시간을 오전·오후 합쳐 총 4시간으로 구성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를 토대로 기본운영시간에는 전 교직원이 근무하고, 추가운영시간엔 1~2명의 교사가 교대근무하거나 시설별 예산형편에 따라 별도의 교사를 배치한다.

이에 따른 부모의 보육료 부담은 기본운영시간에는 추가부담이 없으나, 추가운영시간엔 사용 보육료를 소득계층에 따라 ‘자부담 원칙’로 설계해 기관(시설) 운영의 비용 효율성과 이용 방지를 도모하면 된다는 취지다.

보육정책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이윤신 보육사업기획과장은 “현재 보육체계 개편추진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표준보육시간 도입, 적정시간 규정 등을 논의 중이며, 표준보육시간 모형 개발 및 운영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고 정부 차원의 활동을 소개했다.

아울러 표준보육시간 실시에 따른 교직원 노동시간 개편과 처우 개선을 위한 재정의 지속적인 확보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TF에서 정책대안을 정리하는 단계라고 밝힌 이 과장은 “결과가 나오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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