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로 표현되는 아이의 심리는?
‘색깔’로 표현되는 아이의 심리는?
  • 문용필
  • 승인 2013.07.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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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물리적 환경의 자유를 허용했을 때 아이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화를 풀 수 있는지를 스스로 찾아가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영유아의 심리상태는 신체상태에 비해 비교적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다. 어른들에 비해 비교적 표현이 서툰 영유아들이 ‘마음의 병’을 호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유아에게도 스트레스나 정신적인 고충은 분명 존재한다.

아직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생소하지만 ‘색채심리’는 아이들이 갖가지 미술도구를 활용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이를 통해 현재 아이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본지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스에가나 메소드 색채심리연구소(이하 색채심리연구소)를 찾아 백낙선 소장을 만났다.

‘치료’가 아닌 ‘케어’(care)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백낙선 소장은 색채심리에 대해 “색채와 우리 마음과의 관계를 연구한다”며 “내가 좋아하는 색과 싫어하는 색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내 안의 기억이나 무의식 속의 상황을 보면서 찾아가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색채심리는 ‘색깔’을 매개로 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언뜻 보면 일반적인 심리치료와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백 소장은 “저희는 ‘치료’라는 단어를 되도록 쓰지 않는다. ‘케어’(care)라는 단어를 주로 쓴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문제가 없어보이는) 일반아동도 학교와 부모,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태내에 있을 때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내재된 스트레스나 분노가 있어요. 이런 부분을 스스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케어’라는 단어를 씁니다. 어떻게 보면 일반 심리 치료와는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죠.”

이어 백 소장은 “저희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방침은 자유”라며 “심리적, 물리적 환경의 자유를 허용했을 때 아이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화를 풀 수 있는지를 스스로 찾아간다”고 설명했다.

백 소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색채심리연구소가 운영하는 ‘어린이 색채교실’은 아이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준다. 아이들은 아뜰리에에 준비된 갖가지 미술재료를 이용해 자신을 맘껏 표현한다.

표현 방식에 제한은 없다. “아이들이 실수를 해도 야단을 치거나 ‘안돼’라는 말을 되도록 쓰지 않는다”는 것이 백 소장의 설명이다. ‘캔버스’를 그림을 그리는 도구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재료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학습적 가이드는 해준다.

“(연구소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그날 기분에 맞는 색깔 재료를 선택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이끌고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은 예술가이고 선생님은 조수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지시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방관하는 것은 아니고 아이들이 예술가로서 자신을 맘껏 표현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옆에서 서포트하는 것이죠.”

백 소장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아이들의 본능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의 마음은 성장한다. 마음이 성장해야 사고도 성장한다”며 “지속적으로 ‘이것을 그리라’고 하면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닫는다. 시키는 것은 할 지 모르지만 능동적으로 해야 할 때 못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백 소장은 “아이들의 표현을 매개로 엄마들에게 어드바이스를 해 준다”며 “‘이럴 때는 한번 더 안아주세요’라고 하든지 ‘잘했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라고 카운슬링을 했을 때 엄마가 이를 깨닫고 (양육태도를) 고치면 아이들은 100% 좋아진다”고 전했다.

색채심리로 좋은 효과를 본 예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백 소장은 어느날 연구소를 찾은 4세 남자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2살 위의 형과 늘 비교대상이 됐다는 이 아이는 야뇨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주로 물감을 쓰는데 빨간색 물감을 온 몸에 묻히거나 큰 종이에 쏟아내더라고요. 검정색도 많이 썼어요. 그런 식으로 연구소에 올 때마다 물감놀이를 했는데 3개월 후에 야뇨증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태양을 까맣게 그린 아이...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백 소장이 ‘색채심리 전도사’로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대를 나온 백 소장은 대학시절부터 아동미술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그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동화 일러스트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그림에는 어떤 마음이 들어가 있을까 궁금했고 상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모 연구소에서 상담공부를 하다보니 아이들의 그림이 더 눈에 잘 들어왔고 표현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색채심리 연구가인 스에가나 타미오 박사의 책을 접했다. 백 소장은 “박사님의 책을 보면서 색채에 이런 마음이 담겨져 있구나 하는 것을 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에가나 박사님이 겪은 예인데 4살짜리 아이가 어느날 태양을 까맣게 그러더랍니다. 태양이 왜 이런 색이냐고 야단을 칠 수 있지만 이 아이는 태양을 까맣게 그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죠. 부모님께 물어보니 그림을 그리기 전날 부모님이 굉장히 큰 싸움을 했다고 합니다. 이 아이에게는 태양이 빛을 잃은 거에요. 아이들의 마음은 그렇게 솔직합니다.”

백 소장은 이후 일본에서 스에가나 박사의 색채심리를 전수받았다. 그리고 지난 2004년부터 성인들을 대상으로 색채심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현재 색채심리연구소에서는 ‘어린이 색채학교’ 뿐만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정도 개설돼 있다.

 

 

연구소에는 임산부를 위한 워크샵 과정도 있다고 한다. 백 소장은 “생명을 잉태했다는 것 때문에 임산부들은 굉장히 예민하다”며 “색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것을 매개로 대화한다. 그러면서 마음의 균형을 맞추고 안정과 편안함을 찾게 되면 (태내의) 아이도 똑같이 편안해 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심리발달과 관련해 부모들에게 보내는 조언을 부탁하자 백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들이 아이를 나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이 화가 나거나 싸움을 할 때 아이에게 화살이 가게 돼 있습니다. 그게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된다는 것을 모릅니다.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절대 비교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소유물로 보지 않을 때 (보다) 잘 성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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