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로 수십억 차익 '가능성'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로 수십억 차익 '가능성'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4.1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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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매도 후 저가매수 방식으로 잔고 유지하며 차익거래" 제기돼
50만주 주당 1천원 남길 경우 5억원, 500만주는 50억원 매매차익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삼성증권 직원들이 배당 주식으로 잘못 입고된 이른바 ‘유령주식’ 매매를 통해 수십억원의 거래차익을 챙겼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유령주식’ 501만주를 집중적으로 매도하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12% 급락하는 과정에서 ‘고가 매도 후 저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당 1,000원씩만 차익을 남겨도 매매이익만 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직원 A씨는 지난 6일 착오 입고된 삼성증권 배당주식 78만4,000주를 시장가로 매도했다.

다른 삼성증권 직원은 100만주를 같은 방식으로 팔아치우는 등 16명의 직원이 총 501만2,000주를 시장에 내다팔았다.

이처럼 증권시장에 대량의 매물이 쏟아지자 당일 오전 삼성증권 주가는 순식간에 3만5,150원까지 11.7% 급락하며 곤두박질 쳤다.

이후 삼성증권이 260만주 가량 장내 매수하면서 주가는 3만8,000원대로 회복됐고 최종적으로 3만8,350원에 마감했다. 거래량은 2,080만여주로 폭증했다. 이날 거래량은 평소 30만주대를 보였던 삼성증권 주식 일평균 거래량의 70배나 된다.

삼성증권의 4월 6일 주식 차트
삼성증권의 4월 6일 주식 차트

 

주식전문가들인 삼성증권 직원들은 70만주, 100만주 단위로 시장가 매도주문이 나갔을 때 주가가 순식간에 급락하고, 일반투자자들의 투매와 기관투자가들의 ‘로스컷’ 매도 주문이 쏟아지면서 언제든지 자신이 ‘판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되사서 채워놓을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당일 50만주를 전일 종가인 3만9,800원보다 2,300원 낮은 3만7,500원에 매도한 뒤, 일반투자자들의 투매로 최저가로 떨어진 3만5,150원보다 1,350원 높은 3만6,500원에 매수했을 경우 주당 1,000원의 차익을 보게 된다. ‘유령주식’ 50만주를 고가 매도한 뒤 저가 매수함으로써 무려 5억원의 매매차익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당일 매도한 주식을 당일 매수한 것이어서 주식 잔고는 50만주 그대로 있는 것으로 표시되고, 매매 결제일인 10일 증권거래세와 매매수수료를 차감한 매매차익만 입금되기 때문에 거래내역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유령주식’을 매매했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이날 삼성증권 직원들이 매도한 주식이 501만주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고가 매도 후 저가 매수’ 방식으로 주당 1,000원만 차익을 남겨도 ‘유령주식’을 매매해 챙긴 금액은 50억원에 이른다.

삼성증권은 이날 직원들이 매도한 총 501만여주 가운데 260만주를 장내 매수하고 241만주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채워 넣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 직원들이 착오 입고된 주식을 팔아도 현금을 빼내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매매에 나선 것은 고가에 매도하고 저가에 다시 사놓으면 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대로 실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식을 순수하게 6일 매도한 뒤 1인당 수백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결제일인 10일 인출해 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증권시장의 속성을 이용해 시장가로 주식을 팔고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해 채워넣는 방식으로 단기 차익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매도한 직원 가운데 이익을 본 직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손실”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의 4월 6일 주식선물 4월물 차트.  이날 삼성증권 선물 4월물은 41만9,213계약이 체결돼 일평균 1만 계약의 42배에 달했다. 4월물 거래량을 주식으로 환산할 경우 419만주에 이른다.
삼성증권의 4월 6일 주식선물 4월물 차트. 이날 삼성증권 선물 4월물은 41만9,213계약이 체결돼 일평균 1만 계약의 42배에 달했다. 4월물 거래량을 주식으로 환산할 경우 419만주에 이른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삼성증권 직원들이 거둬들인 매매차익은 투매에 가담한 일반투자자들의 손실로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매의 경우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주가 하락을 노린 ‘무차입 공매도'와 다르게 실제 개인 계좌에 입고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도 없고 회수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주가 하락을 노려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와 달리, 이번 사안의 경우 실제 개인 계좌에 입고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로 볼 수 없고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이들에게 ‘점유물 이탈 횡령죄’를 적용해 범죄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삼성증권 직원들이 착오 입고된 주식을 팔았다가 당일 다시 사서 넣은 뒤 회사에 반환 조치했을 경우에도 적용 가능한지는 법률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점유물 이탈 횡령죄는 ‘착오로 점유한 물건, 타인이 놓고 간 물건 등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함으로써 성립’ 하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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