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취약층 아동청소년에도 ‘미투 효과’를
성폭력 취약층 아동청소년에도 ‘미투 효과’를
  • 이진우
  • 승인 2018.03.16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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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못지않게 미성년자 피해 많아…‘아는 사람’ 가해가 86%‘무관용 처벌’ 불구 채팅앱 통한 신종수법 ‘그루밍’ 피해 증가 
▲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미투(#Me Too)지원본부'를 발족하고, 성폭력 피해자 지지와 2차피해 보호를 다짐했다. 사진=한국여성단체협의회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대한민국이 거대한 ‘미투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수십년간, 아니 그 이상의 오랜 세월 동안 억눌려 왔던 성차별의, 성폭력의 적폐가 용감한 피해 폭로의 물살인 ‘미투(#Me Too)운동’에 거침없이 까발려지고 무너지고 있다.
누구도 감히 거부할 수 없고, 토를 달 수 없는 도도한 시대적 흐름으로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한국의 ‘미투운동’에는 아직 햇볕이 들지 않는 그늘이 존재하고 있다.
미투운동이 대부분 성인여성의 성폭력 피해 폭로로, 유명 가해자를 타깃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성폭력 피해의 최대 취약계층인 아동청소년의 성폭력 피해는 육체적, 정신적 완성을 이루지 못한 미성년자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보호막인 부모나 학교는 피해를 공개하기보다 감추고, 사회적 제도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축소나 은폐하려는 경향성이 여전히 많아 아동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이 사회적 이슈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7년 상담통계 및 상담 동항분석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상담의 94.5%가 여성 피해자이며, 남성은 5.2%로 집계됐다.
반면에 성폭력 가해 상담의 경우엔 남성 가해자가 94%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성인이 80%에 이르렀다.
또한 성폭력 피해 및 연령별 유형에서 모든 연령대에서 ‘강제추행’ 피해가 많았고, 그 다음으로 강간 피해가 이어졌다.
더욱이 충격적인 부분은 성폭력이 피해자와 아는 사람에 행해지는 가해가 86.3%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특히, 미성년에 해당하는 청소년(14~19세), 어린이(8~13세), 유아(7세 이하)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피해 상담 비율이 전체 1260건 중 21.4%에 해당하는 270건(청소년 146건, 어린이 83건, 유아 41건)이었다.
성폭력 피해 상담 10건 중 2건 가량이 미성년자인 아동청소년인 셈이다.
미성년자 성별에서는 여자 피해가 232건(93.3%)을 차지, 압도적으로 많았다.
민간의 아동청소년성폭력 피해 및 가해 상담을 수행하는 사단법인 탁틴내일 산하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에서도 매년 1500건 가량의 성폭력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중 80%가 미성년자 내용이다.
▲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장 및 문화예술계에서의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의 민간부문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가 증가하면서 해당 성범죄를 처벌하는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1심 징역형 선고 건수가 2009년 370건에서 2017년 1304건으로 3.5배 급증했다.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도 무관용의 원칙을 표방하며 엄벌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지난 3월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범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경우 현행법상 이미 종신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무기징역 또는 10년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 규정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근 아동청소년 성폭력에서 우려를 낳는 부분은 이른바 ‘그루밍(Grooming)'이라 불리는 유형의 피해 사례이다.
그루밍이란 ‘길들이기’라는 말로 풀이되는데, 미성년자에 성착취를 수월하게 하고 성범죄의 폭로를 막기 위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접근해 신뢰를 쌓으며 성적 가해행동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도록 하는 성폭력의 통제 및 조종 기술을 뜻한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는 지난해 11월 개최한 ‘아동청소년 성범죄 속 그루밍, 어떻게 볼것인가’ 토론회에서 “관악 성착취피해 청소년 사망, 대전 성폭력피해 여중생 자살, 에이즈에 감연된 용인 여중생, 어금니아빠의 청소년 성착취 정황 등 일련의 사건에서 아동청소년 성범죄가 모두 그루밍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회적, 제도적 대응마련을 촉구했다.
이처럼 양과 질에서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한 성범죄가 늘어나고 교묘해지고 있어 정부와 민간에서 예방대책과 사후 상담회복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나 국민의 눈높이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의 서은주 팀장은 “아이들이 성(性)에 대해 물어보면 부모들은 ‘남사스럽다’, ”커면 저절로 알게 돼“면서 회피한다”고 지적하며 “우리 사회가 성을 음지적, 폐쇄적인 것으로 볼게 아니라 이제는 양지로 꺼내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동청소년의 성 고민을 들어주고 풀어주어야 자녀가 성희롱, 성폭력 피해를 당하더라도 문제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마련되며, 또한 그런 용기를 지지해 줌으로써 아이가 고통을 극복하고 정상적인 사회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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