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칼럼] 가즈아 철마야! 가즈아 통일로!
[김호중칼럼] 가즈아 철마야! 가즈아 통일로!
  • 김복만
  • 승인 2018.03.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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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중 한국노인복지중앙회 본부장

 

봄바람이 달다. 봄 햇살 아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울밑에서 졸고 있다. 녀석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 발소리를 죽인 채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정해진 시간 거대한 쇳덩이는 시계태엽 풀리듯 미끄러진다. 지축을 흔들며 달리는 열차는 차창가로 풍경을 끌어오듯 지역사회 거점으로 변화의 중심이 된다.

열차가 운행하는 한 타려는 사람, 내리는 사람, 배웅하고 기다리는 사람이 모여드는 인간 화수분이 된다.

삼국시대부터 전국 주요 거점마다 말을 대기시켜 나라 소식을 지방관아와 백성에게 전하고, 반대로 지방 소식을 조정에 전하는 역참이 있었다. 하지만 이 시대 역의 흔적은 그리 많지 않고 고려시대부터 본격 확대됐다. 전국에 525개의 역이 존재했다.

근대에 들어와 땅에 쇠로 된 철길을 깔아 그 위에 기관차가 객차나 화물차를 끌고가는 골리앗 같은 운송체계가 도입됐다. 기차는 개인의 뽀시래기 같은 사연도 실어나르지만, 나라의 온갖 것도 실어나른다.

우리나라 철도 역사는 일제 침탈과 자원 약탈 그리고 남북 분단의 상처를 유지한 채 속도혁명의 대열에 올랐다.

처음에는 석탄을 태워 증기의 힘으로 바퀴를 돌리는 증기기관차가 달리더니 디젤엔진을 이용한 디젤기관차, 전기모터를 이용한 전기기관차를 넘어 지금은 증기기관차보다 열 배 이상 빨리 달리는 열차의 공중부양 시대가 됐다.


열차의 속도혁명은 인간의 이동거리와 능력을 높였다. 물류 단위도 상상을 초월하게 키웠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부산발 화물이 모스크바, 파리, 베를린 등 유럽 곳곳에 도달하는 시대가 열리면 그야말로 철의 실크로드는 일상이 될 것이다.

한국을 유럽으로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는 부산과 광양을 출발하는 모두 3개 연계노선이 검토 중이고, 러시아는 이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한다. 총칼의 힘으로 얻어서는 안될 통일문제는 이웃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남북의 복잡하고 한스러운 매듭 앞에 다시 서 있다.

외교수렁에 빠진 한국철도는 6·25 한국전 당시 끊어진 남북철도를 다시 잇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헤어진 가족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교류하지 못하는 역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흔치 않다. 가혹한 역사다. 민족의 비극 앞에 철마는 녹슬었고, 시간 속에 박제되어 있다.

▲ 임진각에 전시돼 있는 철마.

 


신의주 444km, 평양 208km, 함흥 394km, 나진 996km, 부산 497km, 목포 480km.

철도종단 1953년 7월 27일.

방방곡곡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힘입어 열차는 다시 북으로 달린다. 오늘 오른 열차는 문산까지만 간다. 종착역이기 때문이다. 배꼽이 몸의 끝이라고 하는 기분이 든다.

마음은 개성 평양을 지나 의주에 내려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 백두산 찍고 두만강 유람선 댄스 파티에 어울리고 싶다.

임진각에도 봄바람이 가득했다. 자유의 다리에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빼곡했고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노인들의 걸음이 바빠 보였다.

철새들은 북에서 내려와 자유의 다리 인근 논에서 미리와 있는 동료들과 군무로 한바탕 소란을 떨었다.

온 몸에 총상과 포탄 세례를 받은 녹슨 철마는 더이상 미동없이 그날의 흔적을 증언하고 있었다. 커다란 열차 바퀴도 구르지 못할만큼 반파되어 있었다.

서쪽 하늘과 들판 역시 철조망으로 갈라져 있었다. 155마일 철조망을 모두 녹인다면 무엇을 만들수 있을까. 이곳에 배치된 젊은 군인을 지식과 산업의 역군으로 활용한다면 그 수는 100만이 넘으리라.

국내외 봄바람이 남과 북, 그리고 태평양 너머 미국에도 불어온다. 뒤로 가는 열차가 없듯 지금의 훈풍이 삭풍으로 돌변하지 않길 바란다. ‘대륙열차’라는 이름이 알려질 즈음 녹슬어 박제된 기관차는 트랜스포머로 포효할 것 같다.


가즈아 통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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