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차명계좌 1229개…삼성증권이 ‘사금고’ 역할
이건희 차명계좌 1229개…삼성증권이 ‘사금고’ 역할
  • 이성교
  • 승인 2018.02.1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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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의원, 금감원 전수조사 공개 “98%가 금융실명제 이후 개설”삼성증권 918개 관리…지배구조법 이전 개설로 ‘대주주 자격’ 유지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최근 삼성그룹 임원들 명의의 4000억원대 차명계좌가 경찰 수사로 밝혀지면서 또다시 삼성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파악한 삼성 차명계좌 1229개 대부분이 금융실명제 이후에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229개 삼성 차명계좌의 92%가 증권 계좌였고, 이 가운데 금융 계열사인 삼성증권 계좌가 81%를 차지해 삼성증권이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비자금) 관리를 위한 사금고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인천 연수갑)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삼성그룹 차명계좌 전수조사 결과 자료를 토대로 이같은 삼성 및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규모를 13일 공개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삼성의 차명계좌 만들기 작업은 지난 1987년부터 시작해 2007년까지 지속돼 왔다. 
또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1229개 가운데 개설 창구는 증권 1133개, 은행 96개로 증권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증권 차명계좌도 이회장이 대주주로 지배하는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가 81%에 이르는 918개로 드러났다. 나머지 215개는 신한금융투자(85개), 한국투자증권(65개)를 포함해 6개 증권사에 분산 개설됐다. 
은행 차명계좌로는 우리은행(53개), 하나은행(32개)이 많았다.
특히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1229개 중 1133개 증권계좌의 연도별, 증권사별 계좌 개설내역을 박의원측이 확인한 결과, 삼성 차명계좌 전체의 대부분인 97.8%가 모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개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의원은 “금융실명제 이후 차명계좌 대부분이 개설됐다는 점에서 (삼성이) 국가의 법질서에 최소한의 준법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삼성 차명계좌를 개설했던 금융기관에서 삼성증권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삼성증권은 특검 제재를 받은 증권계좌 925개 가운데 725개(78.4%), 특검 미제재 증권계좌 176개 가운데 162개(92.0%), 금감원 발견 제재 계좌 32개 가운데 31개(96.9%)를 차지할 정도로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 운용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박의원은 밝혔다.
박 의원은 이처럼 증권쪽 차명계좌가 많았던 이유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보관하는 한편, 이 회장이 대주주인 삼성증권을 동원해 전반적인 그룹 지배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증권계좌를 통제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의 존재가 필수적이었고, 금융실명제 이후 다른 금융사 차명주식 운용이 어려워진 만큼 삼성증권이 이 회장 차명재산 관리를 위한 충실한 ‘사(私)금고’ 기능을 담당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박 의원은 “특검이 확인인 삼성 차명계좌는 금감원이 통상적인 금융기관 검사로 사전에 적발할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실명제에 대한 금융감독기구의 사전규제가 형식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삼성 금융계열사 지배력 변화에는 영향이 없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 차명계좌 개설 시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 시행된 2016년 8월 이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이 추가 발견한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역시 지배구조법 시행 전이어서 대주주 자격 변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당국도 최근 금융위원회 보고를 통해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대주주 지위가 ‘적격’이라고 판단, 공식적으로 확정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와병 중인 이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이의제기와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올해 추진 중인 지배구조법의 대주주 적격성 요소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소급 적용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대규모 차명계좌가 드러났음에도 법적 한계로 제재할 수 없는 사실을 들어 지배구조법을 개정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삼성 차명계좌 추가 확인과 이에 따른 이건희 회장의 82억원 조세포탈 혐의 피의자 입건이라는 경찰 발표가 있자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삼성증권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서라도 이건희 회장과 삼성증권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금감원 자료를 공개한 박찬대 의원도 “이 회장의 차명계좌 98%가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개설되는 대담함을 보였다”고 지적하며 “계열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이용해 차명재산을 운용한 재벌 총수에 규제와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 의원은 지배구조법 내용 중 대주주 결격 요건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위반을 새로 신설하고, 대주주의 의사결정능력도 심사 대상에 넣는 내용으로 한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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