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어린이집·유치원 안전교육 많을수록 더 안전하죠”
[신년인터뷰] “어린이집·유치원 안전교육 많을수록 더 안전하죠”
  • 정준범
  • 승인 2018.01.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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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선 세한대학교 경찰소방대 학장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 강조
▲ 정용선 세한대학교 경찰소방대학 학장.

 


[베이비타임즈=정준범 기자] 지난 2013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차원의 안전대책과 국민 안전의식이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 지난해 포항 지진과 제천 화재사고 등 대형 재난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비타임즈는 2018년 새해를 맞아 국가 및 국민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미래세대에게 알리고, 재난재해에 가장 취약한 어린이들의 안전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생활안전 전문가인 정용선 세한대학교 경찰소방대학 학장(54)과 신년 인터뷰를 마련, 어린이 안전 등 재난재해 대책과 안전한 대한민국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Q. 먼저 정용선 학장님 본인과 세한대학교 경찰소방대학을 소개해 주신다면.
지난 1987년에 경찰대학을 졸업한 뒤 충남 당진경찰서장,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등 일선경찰직에서 충남·대전 경찰청장을 거쳐 경찰교육원장·경찰청 수사국장, 경기·경기남부 경찰청장으로 근무했다. 
2016년 12월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을 끝으로 30년간의 경찰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현재는 고향인 충남 당진의 세한대학교에서 경찰소방대학장을 맡아 안전 관련 경찰 및 소방 행정 전문 후학들을 양성하는데 힘쏟고 있다.
세한대학교 경찰소방대학은 경찰행정학과와 소방행정학과 등 2개 학과를 두고 있으며, 경찰행정학과는 1998년부터 현재까지 600여명의 민생치안 지킴이 경찰관들을 배출했다. 소방행정학과도 2002년 전국 최초의 소방전문인력 4년제 학과로 출발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소방공무원의 사관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Q. 경찰에 오래 봉직하면서 어린이와 사회적약자에 많은 관심을 보여줬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동안에 우리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배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회적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권력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서럽고 불편하고 억울하고 답답하게 살아가는 국민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어린이와 여성, 어르신, 장애인, 범죄피해자, 북한이탈주민, 결혼이주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층을 위한 맞춤형 치안대책을 마련해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특히, 초등학교와 그 주변만큼은 범죄와 사고가 없는 청정지대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방경찰청장으로 근무했던 대전과 경기도에서는 학교 주변의 납치, 학교폭력, 성폭력,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청장인 저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일선 경찰관들이 날마다 어린이 등하굣길을 지켜주기도 했다.
경기도 내 900여개 초등학교 주변 횡단보도에는 어린이들이 안전선 안에서 신호를 기다릴 수 있도록 ‘노란 발자국’을 그려놓았는데,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현재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대전과 경기 지역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와 사고가 크게 감소해 나름대로 큰 보람을 느꼈다.
인증제품·유자격 전문교사 등 ‘맞춤형 매뉴얼’ 현장배치 급선무
▲ 세한대학교 당진(충남) 캠퍼스 전경.

 


Q. 어린이집·유치원은 화재와 지진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자칫 대형사고 우려가 크다. 어린이 재난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화재나 지진이 발생하면 어린이들은 동요하거나 당황할 수밖에 없고, 예기치 않은 행동을 함으로써 최악의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재해나 재난은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정확한 대응요령 교육과 함께 반복적인 대피훈련이 필요하다. 
비록 어린 아이들이지만 반복 훈련을 통해 안전요령이 몸에 배이면 급박한 상황에서라도 차분하게 생각하고 배운 대로 행동하게 된다. 이처럼 안전교육은 다양한 일상생활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 스스로를 지키는 안전판 작용을 하기에 반드시 필요하다.  Q. 유치원·어린이집의 안전을 위해 꼭 도입해야 할 시스템으로 어떤 것이 있나.
우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위한 맞춤형 안전매뉴얼부터 마련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어른이 주로 거주하는 일반 상가건물과 차별화가 필요하다. 건축 설계단계부터 화재나 지진에 대비해 한층 강화된 안전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시설마다 책상·걸상, 교육 기자재, 놀이기구는 물론이고 전기콘센트와 화장실 바닥타일의 마찰계수까지 안전기준에 적합한 제품들로 구성될 수 있도록 어린이용품 안전인증제도를 더욱 엄격하게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교직원을 포함한 어린이시설 관계자들에게 주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평상시 점검도 늘 이뤄져야 한다. 
어린이 인원에 비례해 심폐소생술과 하임리히법(질식사 예방 응급처치법) 등을 숙지하고 있는 안전교육 전문자격증 취득 교사를 배치함으로써 유사 시 필요한 구호와 응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급식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놓쳐서는 안된다.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 가릴 것 없이 어린이 안전체험교육관 설치도 의무화해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체험교육이 꾸준히 실시될 수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보다 대학교 앞 교통질서 더 혼란어른이 솔선수범해야

 

Q. 국가 차원의 안전대응 시스템 개선도 중요하지만, 일반국민이 지녀야 할 일상생활 안전의식도 절실하다. 어떤 개선책이 필요할까요.
최근 발생한 공사장 크레인 붕괴사고, 충북 제천의 헬스사우나 화재사고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은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고 본다. 
연령이 많아지거나 학력이 높아질수록 안전의식도 함께 높아지고, 각종 법령과 질서도 잘 지켜지는 것이 바람직한데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앞보다 중학교 앞이, 중학교 앞보다는 고등학교 앞이, 고등학교 앞보다는 대학교 앞의 교통질서가 더 무질서하다.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초등학교 앞에 나가 보면, 초등학생은 신호를 지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학부모님들은 급하다는 이유로 아이 손을 억지로 잡아끌며 신호를 무시하고 무단횡단 하는 사례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기성세대인 어른들의 공공질서 준수 솔선수범 자세가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 일상생활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은 최소화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민생활의 안전 분야는 예외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분야별, 대상별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전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이를 위반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촘촘하고 상시적인 홍보와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Q. 국내에 크고 작은 재난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선진국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국, 일본, 유럽 등 외국의 모범 안전대책 중 국내에 당장 벤치마킹할 게 있다면 소개해 달라.
우리 사회는 경찰, 소방 등 안전담당 공무원들의 안전확보를 위한 필요한 조치 요구와 경고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위반자에 대한 법령상의 제재 방안이 미약하여 실효성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이에 반해 선진국 국민들은 안전 관련 법령을 준수하거나 관계공무원의 명령과 조치에 따르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고 있다. 일부 불응하는 사람들에는 상당한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실효성을 확보하는 제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선진국은 안전만큼은 매우 엄격하게 규제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규제개혁을 한다면서 내용보다 실적에만 급급하다보니 기업활동 촉진이나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관련된 규제완화보다 손쉬운 안전 관련 규제부터 해제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끊이질 않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규제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재해재난가 발생하는 경우, 현장책임자에게 구호나 구조에 필요한 모든 권한을 부여하여 자신감과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력과 첨단장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생명 구조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물론 현장 구조구호기관들의 전문성 향상도 동시에 꾀해야 할 일이다.
불편하더라도 엄격한 규제원칙 따라야 대형 재난재해 최소화

 

Q. 경찰을 퇴직한 뒤 ‘낯선 섬김’이라는 책을 쓰셨는데.
일반적으로 공직에서 물러나면 해외여행도 가고 하는데, 우리나라 여행수지가 적자라는 말을 듣고 ‘굳이 나까지 적자 폭을 키울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기억이 생생할 때 그동안 경찰 재직시절의 삶을 되돌아보고 경찰관으로서 추진했던 업무들을 정리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썼다. 
‘낯선 섬김’(왼쪽 사진)에는 경찰관이 된 사연부터 경찰관으로 재직하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그리고 국민과 동료경찰관들에게 실천했던 사랑과 섬김을 되짚어 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발간 초기에는 한동안 네이버의 베스트셀러에도 올랐고, 현재 4쇄까지 판매되고 있다. 책이 팔릴 때마다 받는 인세를 (사)한국피해자지원협회에 전액 기부하기로 약정해 현재 범죄나 사고 피해를 입은 소년소녀가장을 돕는데 쓰이고 있다.
Q. 경찰소방대학 학장으로서 국민안전을 강조하는 당부말이 있다면.
모든 국민들께서 재해나 재난 안전사고가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지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특히, 행정자치부의 ‘재난대비 국민행동요령’과 같은 정부지침을 숙지하고 준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방위훈련과 같은 정부차원의 훈련에도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면 고맙겠다. 
동시에 재해재난뿐 아니라 다양한 사건사고와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국가의 중요한 책무인 만큼 이제는 안전 위협요인들을 빠짐없이 찾아내어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불가피하게 재해재난이 발생하더라도 직간접의 피해자들을 신속하게 구조하고 심리를 치유하는 것까지 완벽하게 보호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튼튼하게 구축해야 국민들은 비로소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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