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신한은행 ‘민족은행 원조’ 논쟁 다시 불붙나
우리은행-신한은행 ‘민족은행 원조’ 논쟁 다시 불붙나
  • 정준범
  • 승인 2018.01.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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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한천일은행이 첫번째” vs 신한 “한성은행이 최초” 자존심 대결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유기관 자랑 신한은행 한국금융사박물관은 ‘부실’ 
[베이비타임즈=정준범 전문기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우리나라 첫 은행’ 자리를 놓고 역사적 근거를 동원하며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 은행 간 '첫 은행' 경쟁 양상은 신한은행이 인수합병한 옛 조흥은행의 뿌리인 한성은행을 내세워 ‘첫 은행’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우리은행은 고종 황제가 세운 대한천일은행(옛 상업은행의 전신)이 실질적인 ‘우리나라 첫 은행’이라고 내세우면서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이 근거로 삼는 한성은행이 1897년 설립된 것은 맞지만 개점 1년도 안돼 문을 닫은 점을 들어 2년 뒤인 1899년 1월 창립한 대한천일은행이 명실상부한 민족은행 1호’라고 강조하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올해 배포한 수첩 등 주요 홍보물에 ‘우리나라 첫 은행, since 1899’라는 문구를 사용하며 ‘첫 민족은행’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지난해 연말 취임한 손태승 우리은행 행장은 임원들과 함께 새해 첫날 1일 고종황제의 묘소가 있는 홍유릉을 참배, 우리은행이 조선황실이 창립한 첫 민족은행을 계승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행사를 가졌다.
우리은행 행장과 임원들이 홍유릉을 참배하는 전통은 지난 2009년 이종휘 전 행장부터 시작됐다.
▲ 2018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손태승 우리은행 행장(앞줄)과 임원들이 홍유릉을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우리은행

 


홍유릉은 홍릉과 유릉을 합쳐서 부른 말로, 홍릉은 조선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1대 황제인 고종과 명성황후를 합장한 능이며, 유릉은 순종과 순명효황후, 순정효황후를 모신 능이다.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에 따르면, 우리은행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은 1899년 1월 30일 설립됐으며 이후 조선황실에서 자금을 지원했다. 고종의 7번째 아들인 영친왕이 2대 은행장을 맡기도 했다.
왕릉 참배에 이어 우리은행은 4일 서울 본점 강당에서 15명의 역대 우리은행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119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반면에 신한은행은 앞서 인수한 옛 조흥은행이 1995년 11월 한국기네스협회가 수여하는 국내최고(最古)은행 기네스북 기록 인정서를 받은 점을 강조하며 민족은행 원조’로 자처하고 있다.
한국기네스협회는 당시 옛 조흥은행의 전신인 한성은행이 1897년 2월 탁지부(현 기획재정부)의 인가를 받은 국내 최초의 은행으로 기록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우리나라 첫 은행’ 기싸움과 관련, 우리나라에 설립된 최초의 근대적 금융기관으로 일본 제일은행이 1878년 6월 부산에 세운 제일은행 부산지점을 국내 금융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제일은행 부산지점은 식민지 조선의 우리 민족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외국은행이었다.
당시 국내 금융 선각자들은 민족은행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1897년 갑오경장 이후 조선은행, 한성은행, 대한은행을 민족자본으로 잇따라 설립했다. 안타깝게도 이들 3개 민족은행은 개점 1년도 안돼 문을 닫았다.
한편,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과 일본계 자금이 투자된 신한은행이 서로 ‘우리나라 첫 민족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은행의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딴 판이어서 대조를 이룬다.
우리은행이 은행사박물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일반인들도 쉽게 역사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면 신한은행은 자체 관리운영하고 있는 한국금융사박물관 홈페이지 운영이 우리은행보다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한국금융사박물관 홈페이지(http://www.shinhanmuseum.co.kr)의 ‘전시’ 코너에 속한 한국금융사실, 신한은행사실, 화폐전시실 3개 메뉴 모두 접속하면 ‘요청하신 페이지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글이 뜨면서 아예 접속이 되지 않아 무용지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 및 화폐, 심지어 신한은행의 역사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한국금융사박물관 홈페이지의 사이버 전시실이접속이 차단된 모습. 사진=한국금융사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신한은행이 국채보상운동 관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보유기관임을 대외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우리나라 첫 은행’이라는 역사의식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는 빌미를 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국채보상운동 발원지인 대구에서 열린 ‘국채보상운동 연구자 및 전문가 전국대회’에 참가한 신한은행은 유네스코에서 발급한 세계문화유산 보유기관 등재증명서와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로부터 받은 기념패를 선보이며 자신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보유기관임을 크게 홍보한 바 있다.
▲ 신한은행이 운영관리하는 한국금융사박물관 내 국채보상운동 관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보유기관임 홍보하는 전시실의 모습.  사진=신한은행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보유기관임 홍보하는 전시실의 모습.  사진=신한은행
이처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간 ‘우리나라 첫 은행’ 논쟁의 결론이 나지 않다 보니 만일 금융역사 관련 시험이나 상식 문제에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은 어디인가’라는 문항이 나온다면 신한은행(한성은행)과 우리은행(대한천일은행) 중 한 곳을 정답으로 가릴 수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도 홈페이지 내 금융시장의 역사를 2008년 이후 최근 10년 동안 새로 수정보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감독당국뿐만 아니라 국내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알고 있었던 은행조차 우리 역사에 대한 사후관리와 투자가 부실해 자괴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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