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 ‘복지부 명령 묵살’ 회비 강제징수 왜?
대한치과의사협회, ‘복지부 명령 묵살’ 회비 강제징수 왜?
  • 이성교
  • 승인 2017.12.22 10: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임 회장·임원 비리 및 회장단 선거 무효소송 법무비용 마련
회장단 및 전임 임원 관련 소송 대응 변호사 비용만 수십억원
복지부, 치협의 자격시험·회비 불법연계 강행 수수방관 ‘의혹’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철수)가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과 미납 회비 강제징수를 연계하지 말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을 묵살하고 ‘배짱’ 회비 징수를 강행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부가 ‘미납 회비를 내지 않으면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 원서를 접수하지 않는’ 치과의사협회의 불법적인 행태를 수수방관하는 배경도 주목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가 복지부로부터 위탁받은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 대행 업무를 빌미로 치협 회원들의 미납회비를 강제 징수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치협은 ‘2018년도 제11회 치과의사전문의자격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하고 응시원서 제출서류 목록에 ‘회비완납증명서’를 포함시켜 15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응시원서를 접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치협이 협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원서 접수를 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 함으로써 회비 미납 회원들은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는 ‘초갑질’을 자행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치협은 치과의사 전문의자격시험시행 계획을 공고하면서 응시원서 제출 시 '회비완납증명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하고 제출서류에 문제가 있을 경우 원서접수가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치협이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과 협회비 납부 문제를 결부시키지 말라”는 내용의 보건복지부 명령도 묵살하고 법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전문의자격시험과 회비완납 결부’를 강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사적 단체인 치협은 회원들의 회비와 복지부 위탁으로 치과의사 관련 자격시험을 대행하면서 걷어들인 응시수수료 등을 합해 한 해 총 60여억원의 예산을 주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미납 회비를 불법으로 자격시험과 연계해 강제 징수하는 이유는 전임 회장과 임원들에 대한 수십억원의 법적 소송비를 협회가 대신 부담하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4월 29일 열린 치협
제66차 대의원총회에서는 ‘입법로비 및 미불금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법무비용 지원 등 후속조치 촉구의 건’이 다뤄졌다.

당시 서울지부는 안건 제안 요지에서 “공익을 위한 업무수행에 있어 정신적 고통은 감수한다하더라도 물질적 부분까지 개인책임으로 떠넘기려 한다면 앞으로 어느 임원이 몸을 사리지 않는 회무를 할 것인가”라면서 “역대 집행부에서도 법무비용 지원은 전례가 여러 번 있었으며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지난 2015년 치협 대의원 총회에서 10억원의 법무비용 예산을 통과시켜 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입법로비 사건과 미불금 사용 문제로 고소·고발됐던 김모 전 치협 회장이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받은만큼 법률비용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련 안건은 별다른 제안 설명 없이 치협 집행부에 촉구하는 안으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수 회장을 비롯 7개 의약단체장이 지난 8월 8일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과 첫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김 회장(오른쪽)과 박 장관이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

 


문제는 치협이 개인적 비리나 횡령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건에도 회비를 사용해 법무비용을 대신 내주는 것이 치협 차원의 또 다른 횡령죄를 범하는 위험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협이 법 위반 가능성을 알면서도 회장이나 임원의 불법적인 행위에 따른 형사재판 법무비용을 회비로 대신 납부하면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치협이 벌금이나 변호사 비용 등을 대납하는 것은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A 변호사는 “대법원은 법인의 구성원이 업무 수행에 있어 관계 법령을 위반함으로써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면, 그의 개인적인 변호사 선임료를 법인자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횡령죄 또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29대 회장을 지낸 최남섭 전 회장은 지난 3월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미불금 사건 때부터 법무법인 두 군데의 자문을 받았는데 ‘협회가 김 전 회장 대신 법무비용을 내주면 배임행위’라는 판례를 제시하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최근 검찰 약식기소 처분이 내려왔을 때의 법무법인 자문 결과도 똑 같았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전 회장은 이어 “성금으로 그 많은 돈을 거뒀는데 남은 돈이 하나도 없고 앞으로 또 법무비용이 8억, 10억씩 필요하다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회원들의 반발이 심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의료법개정안 통과를 위해 ‘입법로비’를 벌인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협회 공금 횡령 및 공갈 등 혐의로 고발당했으나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치과 기자재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성금을 받는 과정에서 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된 바 있다.

앞서 김 전 회장은 협회 회원과 치기공업체로부터 ‘불법 네트워크 치과 척결 성금’ 명목으로 25억원을 거둬 이 가운데 1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된 데 이어 협회 미불금 계정에 포함된 13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의혹으로 검찰에 고소를 당했다.

전임 회장에 대한 법무비용 지출과 관련해 이재윤 치협 홍보이사는 지난 10월 17일 개최된 제6회 정기이사회에서 “법무비용 지원에 대한 대의원총회 결의가 있었고 이에 따라 현 집행부는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 각종 서류를 검토한 후, 이사회 의결과 보고 과정을 거쳐 적법하게 회무를 처리했다”면서 “일부에서 집행부를 배임혐의로 고발하더라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서류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치협 우종윤 감사는 지난 4월 29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협회는 합법적으로 일만 하는 단체가 아닌 로비단체고 계열을 위한 이익단체이기 때문에 비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게 노출되다 보면 이런 문제로 고발되고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40~50억 가까이 부과되지 않겠느냔 염려가 나오고 있다”며 협회장 연봉 및 법무비용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치협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임 회장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치협 차원의 법무비용 대납 문제와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치과의사전문의 자격시험을 보지 못하게 ‘원천차단’ 하는 불법행위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에 등록된 사단법인인 대한치과의사협회가 복지부의 명령을 드러내놓고 묵살하고 배짱을 튕기면서 권위를 무시하고 있는데도, 복지부가 치협 회장과 임원진의 이런 행태를 왜 가만 놔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전문의자격시험에 응시한 한 치과의사는 “복지부에 자격시험과 회비납부를 연계하는 치협의 부당함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시정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복지부가 치협의 불법 행위와 시정 명령을 불복하는 데 대해 왜 적극 개입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