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놀 권리, 뻔뻔(fun fun)한 놀이터’ 주자
어린이에게 ‘놀 권리, 뻔뻔(fun fun)한 놀이터’ 주자
  • 이진우
  • 승인 2017.11.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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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성, 어른중심, 행정편의 놀이문화 시혜 벗어나 재미와 상상력 제공해야어린이 참여 통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서울·오산 창의놀이터 움직임 활발
▲ 서울 능동 서울어린이대공원의 파하하 세가터(세상에서 가장 큰 놀이터) 행사 모습. 사진=서울어린이대공원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어린이는 인간으로서 존중하여야 하며, 사회의 한 사람으로서 올바르게 키워야 한다.”
“어린이는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대한민국 어린이 헌장 1, 3조)
“아동에게는 놀이와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유엔 아동권리선언의 제 7원칙 중에서)
“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놀이와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지닌다.”(유엔아동권리협약 제31조)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국가들은 자기 나라의 어린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유엔의 아동권리선언이나 우리나라의 어린이헌장에서 명기된 내용과 달리 어린이를 사회의 인격적 권리 주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사회구성체의 객체, 어른들의 부속물 또는 소유물로 여기는 경향이 지배적인 게 오늘날 어린이 권리의 현주소이다.
더욱이 현대사회가 산업화에 따른 경쟁 시스템에 함몰되면서 각국 교육당국과 부모세대들은 어린이들을 ‘인적 자원’의 경제재 개념으로 간주해 사회적 인력 양성 및 확보, 적자생존 차원에서 어린이들이 누릴 ‘놀 권리’를 갈수록 축소, 제약하는 추세이다.
▲ 지난 24일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놀이정책포럼에서 성북구청 관계자가 창의놀이터 조성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놀 권리’ 주체인 어린이가 빠진 놀이와 놀이터 문제점 반성
이같은 어린이의 연령대 수준에 맞는 정신과 육체의 발달을 돕는 ‘놀 권리’의 위축를 우려해 경쟁 위주의 제도권 ‘놀이’ 개념에서 탈피, 자유롭고 창의적인 놀이와 놀이공간(놀이터)을 아동인권적 측면에서 변화와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상암동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자유와 창의에 기반한 어린이 놀이와 놀이터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시와 성북구, 서울어린이대공원(서울시설공단),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가 공동 주최한 ‘놀이정책포럼-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가 화제의 행사.
한국뿐 아니라 일본·대만의 어린이놀이 전문가들이 참석해 자국 사례를 소개하고, 북유럽과 한국의 놀이문화 비교설명이 진행됐다.
‘아이들 놀이에 무슨 정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으나 이날 놀이정책포럼은 해외 주요 나라들이나 우리나라 모두 지금까지의 진행돼 온 어린이 놀이나 놀이터 정책이 ‘어린이가 빠진’ 어른들 사고방식에서 획일적이고, 지나친 안전 중심으로, 행정편의 위주로 진행돼 왔음을 반성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서울시는 포럼 개최 배경으로 “낡고 오래된 놀이터를 매년 창의적인 놀이터로 새롭게 탈바꿈 시키는 ‘창의어린이놀이터 조성사업’과 공원 여가문화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공워놀이-100’, ‘놀이터 활동가 운영’, ‘움직이는 놀이터’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어린이 놀이와 놀이터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 발제자들은 저마다 문화와 교육, 도시 등 관련 환경에 따라 다른 사례들을 소개했지만, 행사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는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놀이와 놀이터를 만들어 나가자는 내용이었다.
▲ 지난 24일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놀이정책포럼에서 아트 디렉터 안애경 씨가 서서울호수공원의 놀이터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놀이·놀이터 공감대
‘어린이의’는 다름아닌 어린이의 놀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일치된 목소리이다.
‘어린이에 의한’은 놀이를 통해 유희(재미)와 창의성, 신체의 발달을 스스로 키워가는 놀이 주체의 자율성을 뜻한다.
‘어린이를 위한’은 이같은 놀 권리를 보장받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기쁨을 만끽하면서 놀이 구성원간 사회공동체 유대감을 공유하는 순기능을 창출을 의미한다.
이같은 어린이 놀 권리와 어린이 관점의 놀이터를 지향하는 참가 전문가들의 인식 공유는 사례 발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서울은 놀이터다’라는 주제 발표에서 서울시는 최근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해 온 창의놀이터 재조성사업과 움직이는 놀이터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면서 행정계도 차원을 넘어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간 협력을 통해 관내 어린이를 포함한 지역사회의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해 어린이를 위한 창의놀이터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유네스코 아동친화도시 국내 1호인 서울 성북구도 포럼에서 놀이전문가 양성, 창의어린이놀이터인 ‘벌집어린이공원’, 실내형·실외형 놀이터 조성, 아동주도형 놀 권리 행사 ‘어린이친구(親區)성북 페스티벌 팝업놀이터’ 등 사례를 통해 자치구 단위의 선도적인 어린이 놀이 및 놀이터 정책을 소개했다.
해외 사례로는 핀란드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공공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인 안애경 씨가 북유럽의 놀이와 놀이터 현황, 한국에서 진행했던 서서울호수공원의 어린이 참여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를 차례로 보여주며 한국적 놀이와 놀이터 방향성을 제시했다.
도쿄플레이(Tokyo Play)의 히토시 시마무라 대표와 대만 시티이스트(City Yeast)의 초우 유루 대표는 각각 일본과 대만의 독특한 놀이 프로그램과 놀이문화를 소개, 한국에서 진행 중인 어린이 놀이문화와 놀이공간에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 지난 24일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놀이정책포럼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말을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1000만 도시 서울에 사는 어린이 90만명이 모두 행복해야한다”면서 “어린이의 모든 것은 놀이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들의 가장 좋은 공부는 잘 노는 법을 익히는 것”이라며 창의놀이터 만들기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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