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은 휴업카드를 왜 꺼냈을까?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은 휴업카드를 왜 꺼냈을까?
  • 김복만
  • 승인 2017.09.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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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한 무상교육과 유치원교육 정상화 촉구, 재무회계규칙 시행 반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유아교육 평등권과 사립유치원 생존권 보장하라”

“시설사용료·적립금 반영등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 제정하라”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전국 사립유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 데 이어 18일과 25일~29일 두 차례 집단휴업 강행을 예고하면서 교육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립유치원 설립자들과 원장,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쓰고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공립유치원에 비해 차별받는 사립유치원의 현실과 이에 따른 존립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국공립유치 이용 원아를 24.2%에서 40%까지 늘리기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사립유치원 원장들과 교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전국 4,000여 사립유치원들을 집단행동으로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 시행과 맞물려 시·도교육청들이 무리하게 감사를 벌이면서 사립유치원 원장들과 갈등을 야기하고, 경기교육청과 사립유치원이 고발 등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대규모 집회와 휴업에 불을 지폈다.

이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가 “유치원교육 정상화와 균등한 교육정책 수립을 촉구하기 위해 집단휴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휴업 이유를 천명한 데서도 읽을 수 있다.

한유총은 유아교육법 24조에 의해 균등한 무상교육이 가능하도록 사립유치원학부모에게 20만원을 추가로 지원할 것과, 정부 누리과정의 표준화교육을 탈피하고 영유아의 다양상과 창의성을 위한 유치원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허락할 것, 사립유치원장들의 사유재산이 공교육에 사용된 것을 인정하는 법적 제도정비를 주장하고 있다.

▲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 학부모 등 1만여명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유아교육 평등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유아교육 평등권 보장하는 무상교육 즉각 실시하라” = 사립유치원들은 유아교육비를 공·사립 유치원 구분없이 모든 학부모에게 동등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균등한 교육정책을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 정책에 소요되는 예산을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에게 지원할 경우 모든 유아들의 완전한 무상교육이 가능하다고 것이다.

이들은 유아교육법 24조에 의한 균등한 무상교육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사립유치원 학부모에게 20만원을 추가 지원하면, 사립유치원도 원비를 20만원 인하해 모든 원아가 무상으로 유치원을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한다.


국공립유치원 이용 원아를 24.2%에서 40%까지 늘리기 위한 예산이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들에게 20만원을 추가 지원할 수 있고, 이 경우 사립유치원은 학부모가 직접 부담하고 있는 원비를 원아당 월 20만원 인하할 수 있어 모든 유치원이 무상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진상원 한유총 정책기획팀장은 “원아당 20만원의 유아학비 지원은 53만가구, 106만명에 이르는 학부모들에게 연간 240만원, 3년간 720만원 규모의 가계 가용예산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아이를 키우는 젊은 학부모들의 주거 및 생활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공립유치원에는 원아 1인당 한 달에 98만원이 지원되는 데 비해 사립유치원에는 22만원이 지원된다. 종일반에 다니는 원아의 경우 7만원 추가된 29만원이 지원된다.

정부는 2011년 누리과정 도입과 함께 무상교육비 지원을 발표하면서 영유아 부모에게 22만원을 지원하고, 2016년부터 지원금을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최정혜 이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유아교육 평등권 보장’ 촉구 집회에서 “정부는 유치원 원아들에게 차별없는 균등한 무상교육을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사립유치원에 맞는 법률과 재무회계규칙 제정하라” =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적용하고 있는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유아정책포럼 등 사립유치원들은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의 사립유치원 적용은 사립유치원장들의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헌법소원 제기를 추진하고 있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사립유치원 설립자에 대한 보수와 시설사용료, 감가상각비 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호규정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사학기관재무회계규칙이 권리의 주체와 재정의 주체가 완전히 다른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에 동일하게 예·결산구조와 세입·세출항목을 규정하고 있어 법령의 개정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립유치원들은 사립유치원 운영의 정당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사유재산 보호를 담보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고,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을 제정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진상원 정책기획팀장은 “정부의 재원이 유아학비지원으로 사립유치원의 재정에 투입된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정책을 변경해 학교이기 때문에 수익을 가져가면 안된다는 식으로 회계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의 소급적용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덕선 한국유아정책포럼 회장은 “헌법 제23조3항에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시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사립유치원의 경우 유치원 토지와 건물 등은 개인재산이므로 공공필요인 유아교육에 기여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사립유치원이 갖는 사적재산권 성격을 인정해 초기 설립자금과 재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재무회계규칙을 개정하거나, ‘사립유치원 재무회계특례규칙’을 제정해 사립유치원의 구분회계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립유치원들은 교육청의 평가와 지도를 받고 있음에도 처벌식, 이중적 특정감사를 받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교육당국의 부당감사 중단과 감사담당 공무원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소속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 학부모 등 1만여명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유아교육 평등권과 사립유치원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공사립 차별하는 국공립유치원 확대정책 파기하라” = 한유총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의 76%가 사립유치원에서 교육을 받는데도 정부는 24%의 국공립유치원 우선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국공립 중심 유아교육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한유총은 최근 성명서를 발표하고 “
국공립유치원 증설은 농어촌지역 등 유아교육 기회가 취약한 지역과 경제적 약자의 보호와 배려 차원에서 진행하고, 저출산으로 이미 유치원대상 아동 수에 비해 유치원 시설이 부족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국공립유치원 신증설을 지양하라”고 촉구했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확대 계획은 사립유치원 취원율이 76%인 상황에서 나머지 사립유치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원아들에게는 또 다른 차별을 두는 불평등을 조장하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덕선 한국유아정책포럼 회장은 “정부가 국공립유치원에는 원아 1인당 매월 98만원을 지원하면서 사립유치원에는 29만원(방과후 과정 7만원 포함)만 지원하고 있는데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유아교육법 제24조에 유아교육은 국가책임으로 무상으로 하게 돼 있다”면서 “국가가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 대신에 그 예산을 사립유치원 학부모에게 월 20만원을 지원함으로써 사립유치원 유아들의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국공립유치원을 현 상태에서 동결시키고 빈곤층에게만 전액 바우처를 지급해 무상보육을 하는 것이 옳다”면서 “사립유치원의 월평균교육비 53만원 중 29만원이 이미 바우처로 충당되고 있는데 그 금액을 29만원에서 53만원으로 늘려주면 모든 아이들이 유치원을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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