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국정과제로 한다더니, 내년예산 9억 증액 ‘생색’
자살예방 국정과제로 한다더니, 내년예산 9억 증액 ‘생색’
  • 이진우
  • 승인 2017.09.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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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원 주최 정책토론회서 전문가들 정부 정책의지 의구심한목소리

2003년 이후 14년째자살률 세계1위…대통령, 총리 직속 컨트롤타워 필요

▲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자살예방 범국민 정책토론회'의 모습.

 

[베이비타임즈=이진우 기자] 우울증, 빈곤, 소외감등 개인 및 사회적 요인에 따른 국내 자살 사망자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세계최악 수준인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선 국무총리실 산하 자살예방 컨트롤타워 구축,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예산 지원 등 범정부 차원의 해법이 적극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자살예방 범국민 정책토론회에서 주제 발표 및 토론에 참여한 민관전문가들은 국내 자살 문제의 현황을 포함해 정부의 대책 및 개선점, 외국의 자살예방 정책 사례 등을소개하며, 정부와 국민, 시민사회가 합심하여 자살률을 낮추는데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자살문제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히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14년째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자살률 1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183개국 조사에서도 자살률 4위를 차지했다.

 

해마다 인구 10만명당 평균28~29명 가량이 스스로 소중한 생명을 버리고 있다.

 

지난 5일 소설 즐거운사라의 작가인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유서를 남기고 세상과 결별한데 이어 같은 날 교통사고를 당한 50대 가장인 우체국 집배원이 20여일만에 회사의 출근 압박에 견디지못해 목숨을 끊는 등 우리 사회의 자살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다.

 

7일 정책토론회에서 자살로내몰리지 않는 사회로 주제발표를 한 백종우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경희대의대 교수)우리나라는 한 해에 13513, 하루에 37.5(2015년 기준)이자살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자살은 10~30대젊은층의 사망원인 1위로 꼽히며, 사망자 수에선 40~50대가 최다를, 살률에선 65세이상 노년층이 최고를 각각 차지하는 등 1년에 국내 사망자 20명중 1명이 자살자 일 정도로 가히 자살 왕국인 셈이다.

 

2016OECD 회원국 34개국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통계에 따르면, 평균 자살률이12.0명인 반면에 한국은 25.8(2016년기준)으로 2배 이상 높은 최하위 34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일본이33위였지만 평균 자살률이 18.7(2013년기준)이어서 우리와 큰 격차를 보였다.

 

가장 자살률이 낮은 터키는 평균 2.6(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10%수준에 그쳤다.

 

백종우 사무총장은 한국의 연간 자살 사망자 피해 규모는 전쟁을 하지않고도 1개 사단의 병력이 전멸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비유했다.

 

토론자인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경희대 특임교수)은 국내에서 매일 39분마다 국민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상을 지적하며 자살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전염병이라고진단했다.

 

민 이사장은 교육부가 2013~2016년 실시한 초중고 4개 학년층의 학생 정서행동 특성검사 전수조사 결과에서 자살위험학생수 20136783명에서 2016 9624명으로 크게늘어났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특성검사 실시 전체 학생 수가 2013 212만명에서 2016 192만명으로 20만명 가량 줄었음에도 자살위험군 수가 증가한 점을 들어 국내 청소년층의 자살위험 가능성이 더 높아졌음을 경고했다.

 

김정진 나사렛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부)도 토론 발표에서 우리나라에서2016년 약 4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났지만 한 해 13000여명의 자살로 대략 출생인구의 3.5%가 줄어드는 사회적 손실로이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자살예방 대책을 인구정책 측면에서접근해 국가적 특단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7일 '자살예방 범국민 정책토론회'에서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이 토론발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살예방 대책은? 외국과 차이점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자살률 세계최고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자살예방법을 제정한 이후 5년 주기로 자살예방 기본계획 수정수립 등 자살 감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법적 조치가 진행되면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2년 신용카드 및 가계부채 대란, 2007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등 굵직한 국내외 악재로 증가세를 보이던 자살률이 2011년 이후 수그러드는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자살률(2015년 기준)은 전체 평균 28, 남성평균 38, 여성 평균15명으로 여전히 세계 최악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자살예방 업무 공무원은 단 2명이며, 관련예산도 99억원(201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자살예방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8년 산하에 자살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향후 5년간 약 1455명의전문상담가를 양성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내년(2018) 예산안에서자살예방 재원은 올해 99억원보다 겨우 6억원 증액시킨 106억원에 그쳐 문재인 정부의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 정책 추진에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큰 의구심을 드러내고있다.

 

이번 정책토론회가 양승조 윤호중 전혜숙 김정우(더불어민주당), 김상훈(자유한국당), 최도자박인숙(국민의당) 7명의여야 의원들의 공동주최로 마련됐고, 정세균 국회의장도 축사를 보내는 등 정치권의 큰 관심과 지원 의사를확인해 줬다는 점에서 토론자들은 일제히 올해 정기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자살예방 예산을 증액 편성해 줄 것을 촉구했다.

 

토론회에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외국의 자살예방 대책도 소개되고 우리나라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많았다.

 

평균 자살률 13(인구 10만명당, 2013년 기준)으로OECD 22위인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자살예방센터를운영했지만, 자살자가 계속 늘어나자 1990년대 중반에 자살자유가족을 중심으로 자살을 사회문제로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그 영향을 받아 1999년 연방의회가 자살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자살예방을 국가정책의 우선순위로 두는 2개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어 2000년 정부와 민간 전문가 그룹이 공동작업을 통해 국가자살예방계획을 발표하고,2001년 국회의 예산승인을 받아 자살을 포함한 외인사를 조사하고 보고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후 자살 제로(ZEROSUICIDE)’를 표방하는 민간재단에 100억원을 지원해 자살예방조사센터(SPRC)’를 설립하고 본격활동에 들어갔다. SPRC를 중심으로 학교 병원 직장 종교 인종 별로 맞춤형 안내서와 가이드라인, 권고서 등 1363종을 미국 전역에 보급하는 한편, 자살제로 워크숍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한국 다음으로 OECD 내 자살률(평균 18.7)이 높은 일본은 자살 사망자 수(2016 21897)가 우리보다 훨씬 많지만, 적극적인 자살예방대책에 힘입어 최근 크게감소했다.

 

일본은 1998년부터 자살 사망자가 급증, 이듬해인 1999년 무려 33048명에 이르며 중대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일본 역시 자살자 유가족들이 예방운동에 직접 나서면서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나갔다. 유가족들이 자신들의 고통을 적은 수기집을 출간한다든지 TV에 출연해자살문제를 이슈화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언론과 시민단체가 합세하면서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 2007년 자살종합대책대강이 잇따라 마련됐고, 자살예방교육을 생명존중교육과 연계해 정규 교과목수업과 체험활동으로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장관이 자살예방대책 본부장을 맡고 전담 공무원도 두어 실무대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각 지방자치단체에는 자살대책추진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자살예방 지원예산은 7500억원 수준으로 한국(99억원)보다 무려 75배나많다.

 

이를 한일 두나라의 자살 사망자 수로 환산 비교하면 예산 지원의 격차가 더 벌어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자살자 1명에 약 7만원을, 일본은 약 3400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산정돼 자살자 1명단 정부예산 지원의 격차도 무려  485배에 이른다.

 

이밖에 핀란드는 국가 차원에서 300억원 예산을 투입해 1987~1988 1년간 자살자 1397명의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심리부검전수조사를 실시, 7개 자살예방 요인을 찾아내 기존의 자살예방정책과 통합연계해 1조원 규모의 예산과 함께 다각적인 대책과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우울증 진료도 의무화해 자살률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 7일 '자살예방 범국민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오강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오른쪽)과 권도엽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문재인 정부의 자살예방 대책 방향 이렇게

 

이날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다양한 자살예방 대책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백종우 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은 전 부처의 협력과 민관합동의 전사회적자살예방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고주문했다.

김연은 생명의전화 종합사회복지관장 겸 성북구 자살예방센터장은 정부의기존 1~3차 자살예방정책 수립 및 법 제정은 결론적으로 실패작이라고비판한 뒤 중앙정부의 자살예방대책이 지역사회와 연대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다고일침을 놓았다.

 

김 관장은 범정부적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선 국무총리실 산하의 자살예방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동시에자살 및 고독사 통계 전담인력 배치 매월/매일자살통계 집계 공표 지역단위별 자살 원인 및 특성 반영한 지역자살예방 전략과 매뉴얼 제시 중앙정부의 지방자살예방센터 예산 전액부담 또는 55 매칭 지원 등을 제안했다.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의 이명수 대표도 대통령 직속의 자살예방위원회, 범국가적자살예방협의체 설치 및 지원을 주문하는 한편, 관련 예산의 선진국 수준 증액, 긴급복지 지원 확대, 언론미디어의 자살보도 권고기준 의무화 등을촉구했다.

 

한편, 이번 자살예방 범국민 정책토론회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한국자살예방협회, 생명보험협회의 공동주관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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