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석의 길] 트레킹에 주의할 사항들
[정경석의 길] 트레킹에 주의할 사항들
  • 송지숙
  • 승인 2017.08.20 23: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정경석 여행작가

 

트레킹 하면 간단한 산책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의외로 트레킹을 하고 난 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전 지식이 없었고 그로 인해 소홀하게 생각한 복장과 장비로 인해 예상하지 못했던 험한 길을 걸으며 낭패를 겪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신발의 선택이다. 트레킹을 가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의 지형이 어떤지 미리 안내자나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 체험글을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 대개 지자체에서 마련한 트레킹 코스들은 위험한 곳들을 피하고 걷기 편하게 만든 곳이 많지만 숲이나 산 그리고 돌이 많은 바닷가를 통과해야 하는 곳이라면 코스의 상황을 최악으로 대비해야 한다.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바닥이 평평한 일반 신발은 금물이다. 대개의 코스는 숲길이나 바위가 많이 있는 길을 걸어야 하니 숲은 비록 평평하더라도 작은 언덕에 미세한 돌가루들이 있어 미끄러지기 쉽고, 바위가 많은 길은 바닥의 돌이 움직여 발목이 크게 삘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해변가에는 뾰족한 돌이 많으므로 신발 바닥이 튼튼하지 않으면 발바닥에 무리가 간다. 적어도 신발은 평소보다 사이즈가 5mm 정도 크고 바닥이 딱딱하며 발목까지 덮어야 발목이 고정될 수 있으니 트레킹화를 살 때 너무 편한 것만 선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평소 잘 걷지 않은 주부들이나 나이 든 남성들이 친구들의 권유에 의해 트레킹을 나설 때는 무릎보호대를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트레킹을 가볍게 생각했다가 무릎의 연골이 상하고 그로 인해 수술 후 평생 길게 걷는 것을 포기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요즘은 여러 가지 형태의 무릎보호대가 있으니 떠나기 전 미리 약국에 둘러 보자.

별로 멀지 않고 힘든 코스가 아니라고 등산배낭을 메지 않고 걷는 이들이 있다. 배낭은 필요한 물건을 담는 기본적인 기능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넘어지거나 추락할 때 몸을 보호해 주는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가 뒤로 넘어질 경우 배낭이 없으면 머리가 먼저 땅에 닿지만 배낭이 있으면 머리의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여 뇌진탕을 방지할 수 있다. 필자도 이런 경험이 몇 번 있다. 트레킹은 등산과 달라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눈 오는 날이나 비 오는 날에 길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 늘 배낭이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된다.

 


설악산 한계령을 친구들과 트레킹할 때 젊은 두 딸이 나이든 어머니에게만 배낭을 지게 하는 것을 보고 현명한 딸들이라 생각했다. 몸의 중심을 잡기 어려운 노년에는 그다지 무겁지만 않다면 배낭이 산을 오르고 내릴 때 부족한 몸의 균형 기능을 대신한다. 딸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등산 스틱은 트레킹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장비다.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스틱은 발과 손 등,신체의 역할을 대신해 주기도 한다. 높은 산을 오르고 내려올 때 나무를 손으로 잡고 올라가면 조금 편하듯이 스틱을 의지하면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고 신체의 하중을 일부 분산시켜 다리의 피곤과 예견하지 못했던 위험성을 덜게 한다.

냇물을 건널 때나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을 건널 때 스틱에 의지해 균형을 잡고 때론 상대방에게 내 팔보다 더 멀리 도움의 손길을 전할 수 있으며, 빙판길이나 급류가 있는 곳에 균형을 잡을 때 절대 필요하고 야영할 때도 폴대로 이용 가능하다. 특히 눈 쌓인 길을 걸을 때 눈의 깊이를 미리 스틱으로 가늠해 보고 다니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숲길을 걸을 때 제일 곤란한 일이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거미줄들이다. 길의 양쪽 숲 사이로 걸쳐 만들어진 거미줄은 일행의 맨 앞에서 걸을 때 갑자기 얼굴에 달라 붙는 감촉은 그다지 좋은 편이 못 된다. 그럴 때는 맨 앞에 가는 사람이 스틱이나 나무 막대기로 허공을 저으며 걸어야 한다.

 


겨울에 눈길 걸을 때 당연히 아이젠과 스패츠를 챙기지만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스패츠가 도움이 된다. 비가 바지의 밑부분을 통해서 흘러 내려 신발 속으로 들어와 난감하여 때로는 트레킹을 포기한 적도 있는데 이때 스패츠를 착용하면 불편을 막을 수 있다.

매서운 추위가 있는 날, 아무리 장갑을 끼어도 손이 시릴 때 주방용 비닐장갑을 장갑 속에 미리 끼면 몸의 온도가 지속되니 많이 도움이 된다. 따뜻하다고 너무 두터운 장갑을 끼면 물건을 잡을 때 불편하므로 권장하지 않는다. 옷 또한 두꺼운 상의 한 벌보다 가능한 여러 겹을 껴입는 것이 체온조절에 좋다. 특히 겨울에는 여분의 양말과 속내의 등은 생명과 직결된 준비물이다.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없을 때는 반드시 이정표를 마지막으로 보았던 길로 다시 되돌아 가면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항상 초입에 세워진 코스정보가 적힌 자치단체의 전화번호를 사진찍어 두는 습관을 갖자. 필요할 때 길은 물론이고 교통편이나 숙박까지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조난을 당했거나 급한 응급구조를 원할 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법은 이정표의 번호나 길가의 전봇대가 적힌 번호를 알려 주면 된다. 간단하게 지형지물이 그려진 지도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가능한 배낭에 비교적 유효기간이 긴 비상식량과 여분의 물을 챙겨 두기를 권한다. 대개 트레킹 코스들은 도착할 때까지 식당이나 매점 같은 편의 시설이 없어 힘들거나 예상보다 걷는 시간이 길어질 때 떨어진 기력과 갈증을 보충할 수 있다. 또한 약간의 밴드나 응급약은 늘 배낭에 챙겨두기를 권한다. 진드기가 우려되어 앉기 불편할 때 깔판이나 접이식 의자보다 더 좋은 것이 버려진 우산에서 뼈대를 제거한 캐노피 부분을 챙겨두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조금 유용한 팁 하나. 길을 걸으면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예쁜 꽃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이름이라도 알아두면 조금 더 친근하지 않을까? 네이버나 다음포털의 검색창에서 스마트렌즈를 찾아 꽃 사진을 찍으면 꽃의 이름을 즉시 알려 주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관계를 가질 수 있는 트레킹은 도심의 생활 속에 찌들어 사는 현대인의 병든 마음에 가장 큰 치료약이라고 말하고 싶다.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

<정경석 프로필


-여행작가
-저서
*길을 걸으면 내가 보인다(2012)
*산티아고 까미노 파라다이스(201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