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논단]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정책 능사 아니다”
[보육논단]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정책 능사 아니다”
  • 이성교
  • 승인 2017.08.1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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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유아보육학회, “민간어린이집 서비스 질 제고 위한 지원 늘려야”
“민간 보육기관 매입보다 민간을 활용하는 공보육 전달체계 구축 필요”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보육의 공공성 강화와 보육 품질 향상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어린이집과 유치원 간 격차 해소,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육업계는 보육교직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는 환영하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국공립어린이집 중심의 정책과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한 보육교직원 관리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특히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통해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를 묶어서 관리한다는 계획은 보육교사의 전문성 훼손과 보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위험이 높다고 강도높게 비판한다.

한국영유아보육학회(회장 정효정)는 7월 4일 국회에서 개최한 ‘새 정부에 바란다 - 영유아를 위한 균등한 양질의 보육제공 방안’ 토론회를 통해 새 정부의 보육공약에 대한 문제점 제기와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보육교사’, ‘재정’, ‘전달체계’, ‘영유아보육법 및 관련 법령 개정안’ 등 4개 핵심 쟁점분야에 대한 현황 진단과 개선점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4개 분야의 쟁점 가운데 보육교사의 양성체계 및 처우 문제, 정부의 보육지원금과 회계처리 문제 등 재정분야의 심층 진단에 이어 보육서비스 전달체계를 짚어본다.

◇ 정부의 국공립기관 중심의 공보육 전달체계 확충안

1) 정부정책의 기본관점
= 보육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국공립기관 확대를 통해 공공전달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어린이집의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어린이집의 서비스 질이 낮고 부모 만족도가 낮다는 것이 이유다. 민간기관의 속성상 공공성이 낮고 따라서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국공립기관을 확충해 나갈 필요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공립기관 설치, 민간(가정)어린이집의 공공화(예: 공공형 어린이집), 민간 및 가정기관 매입을 통한 국공립시설화 등의 방식으로 추진해 왔다. 국공립기관은 꾸준히 증가하긴 했으나 그 비중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 보완책으로 민간기관 공공화나 매입이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공용주택단지 내 국공립기관 의무화나 민간기관 매입을 통해 오랜 기간 5%대에 머물러 있던 국공립기관 비중이 2016년에는 7.0%(아동비중 12%)로 증가했다.

2) 비판적 검토 : 국공립기관 중심의 공보육 전달체계 확충 방안의 한계

# 관점의 문제
= 민간은 공공성 있는 서비스(공보육)을 제공할 수 없는가. ‘공보육’은 공적 전달체계(국공립기관)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공보육인프라 = 공공전달체계 = 국공립기관(민간기관의 공공화 전략 포함)’로 간주하는 것이 정부나 학계 다수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민간어린이집이 제공하는 보육은 ‘사보육’인가? 민간이 시장에서 요금을 자율화해 사적 이익추구, 상이한 이윤이 발생해야 사보육이라 할 수 있을 것인데 현재의 민간기관 보육은 국가 개입 하의 공적 관리대상의 공적 성격의 보육이다. 비용, 프로그램 등에서 유사하지만 사적으로 특성화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현재 국공립기관도 대부분 민간에 위탁돼 있어 운영주체는 민간이다. 따라서 전달체계의 ‘순수성’을 근거로 공공성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공립기관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정부지원이 많기 때문이다. 국공립기관은 민간기관에 비해 보육의 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국공립기관 vs 민간기관’ = ‘좋은기관 sv 좋지 않은 기관’의 구도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국공립기관이 양질의 보육을 제공할 수 있는 근본 원인은 ‘국가설치’ 기관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가 지원’하기 때문이다. 즉 아동 1인당 투입되는 비용이 민간에 비하여 높기 때문이다. 국공립과 민간의 서비스 차이는 설치자가 누구인가(국공립/민간), 또는 운영자의 속성(투명한가/아닌가) 보다는 ‘비용’의 문제가 본질적 요소이다.

▲ 한국영유아보육학회가 7월 4일 국회에서 개최한 ‘새 정부에 바란다 - 영유아를 위한 균등한 양질의 보육제공 방안’ 토론회에서 보육전문가들이 주요 보육현안을 진단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태동 김포대 사회복지과 교수, 장영인 한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효정 중원대 아동보육상담학과 교수, 이서영 한경대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 박진옥 동원대 아동보육복지전공 교수.

 


3) 국공립기관 증대의 한계와 문제점

# 예산의 한계
= 그간의 추진속도 등을 고려할 때 국공립기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국공립기관 확대에 치중하는 것은 수치상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지자체 간의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운영이 부실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가정기관 중심으로 매입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열악한 시설환경이나 양질의 서비스가 담보되지 않는 ‘무늬만 국공립기관’이 늘어나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위배된다.

# 이원화된 전달체계로 인한 보육아동 간의 서비스 불평등
= 국공립과 민간어린이집 구분의 가장 심각한 현실적 문제는 보육아동의 1인당 보육투자비용이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보육아동의 어린이집 선택은 지역 여건이나 부모 사정에 따라 우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즉 아동이 어떤 유형의 어린이집을 다니는가는 ‘운’이라고 할 정도로 우연적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아동이 제공받는 서비스 질이 불평등하다는 것은 아동의 관점에서 볼 때 평등한 보육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 질 높고 공평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보육전달체계 구축

# 민간(가정)을 적극 활용하는 공보육 전달체계의 구축 =
아동 누구나 이용 가능한 보편적 서비스를 전적으로 공적 전달체계만으로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아동에게 평등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국공립기관의 확충을 추진해나가더라도, 현재의 시점에서 보육 공급자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 활용에 대한 적극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민간기관을 매입하는 것보다 민간기관 ‘활용’이 효율적이다. 민간에도 국공립에 준하는 기관지원을 하고,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의 실패 요인을 꼼꼼하게 재검토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민간어린이집의 보육 질을 위한 정부지원을 설치자의 투자회수에 사용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자율적인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 공보육 전달체계로서의 민간활용과 일자리 창출
= 민간의 퇴출과 국영화는 일자리 창출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돌봄서비스에서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일자리를 구상할 필요 있다. 교사 자격 강화, 뿐만 아니라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감소’도 중요하다. 특히 교육이 아닌 보호(돌봄)서비스는 개개인의 욕구를 고려한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 대 아동비율을 전격적으로 줄일 필요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의 보육 관리의 문제

보육서비스 질의 문제는 기관의 설립운영주체의 문제가 아니라 ‘질 관리’의 문제이며 서비스 질 관리를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비스 질의 관리는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보육의 특성상 현장중심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식, 교직원을 지원하는 현장컨설팅의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보육현장에서 사회서비스 공단의 보육서비스 관리를 반대하는 이유는 ① 보육서비스의 특성상 일반 돌봄서비스와 차별성 존재한다는 점이다. 보육은 ‘교육’을 포함하는 복합적 서비스로서, 단순 돌봄과 차별성을 갖는다. 이는 보육교사 자격기준을 보아도 명확하다. 현재 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자격증 강화는 그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상생활 보호기능을 담당하는 단순 돌봄서비스와는 구분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회서비스공단을 노인요양보호사 등 돌봄서비스를 전담하는 기구로 설정할 경우, 교육과 보호의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는 영유아보육을 이들 돌봄서비스에 편입하는 것은 그 전문성의 가치를 손상시킬 가능성 있다.

특히 전국 단위의 공단에서 전문인력의 질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격관리를 강화하고 이를 위한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개별 어린이집에 필요한 보육교사를 직접 채용하고 배치하는 것과는 무관한 것이다.

양질의 서비스를 기관에서 제공하기 위해서도 인력선발권이 부여될 필요가 있으며, 공단의 채용관리는 개별 어린이집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을 앞세워 공단 개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보육현장의 문제를 돈 문제로 환원시키는 저급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주도해 보육을 발전시키려면 보육의 가치와 그 종사자를 존중하는 방식, 설득과 합의, 논의 등의 민주적 방식으로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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